갈2:15,16 바울도 믿은 복음인데?

조회 수 413 추천 수 17 2009.09.20 00:20:52
바울도 믿은 복음인데?


“우리는 본래 유대인이요 이방 죄인이 아니로되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律法)의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줄 아는 고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나니 이는 우리가 율법의 행위에서 아니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서 의롭다함을 얻으려 함이라 율법의 행위로서는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가 없느니라.”(갈2:15,16)


기독교 구원의 진리는 간단명료합니다. 율법의 행위로는 의롭다함을 얻을 수 없고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믿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은 그 간단한 진리를 사람들이 오히려 더 믿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간단명료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 문장으로 기술된 그 명제와 기독교인이 되는데 복잡한 입교나 개종 절차가 필요 없다는 뜻일 뿐입니다. 그 진리가 품고 있는 내용까지 얕고 적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까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당신께서 창조하신 인간을 향한 진정한 사랑은 영원토록 신실하다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죄인 단 한 명이라도 회개하여 당신의 생명책에 이름이 올라가도록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무 조건, 자격, 능력, 공적 없이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를 소원하십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자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너무나 간단명료합니다. 또 이는 사랑의 지당한 특성입니다. 사랑에 어떤 조건이라도 달리면 벌써 사랑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사랑이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당신의 사랑에 조건이 없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영생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멸망에 빠져 있기를 오히려 더 선호하지 그분의 사랑을 절대 간단명료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간단명료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인데 반해 인간의 상태는 스스로는 절대 구원에 이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복잡다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원은 성령이 간섭해 인간 존재가 바뀌며 그 당연한 결과로 신자도 인간으로서 자신이 처해있는 그 복잡다단한 상태를 철두철미하게 깨닫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말하자면 단순히 이전에 지은 몇몇 도덕적 죄를 회개하고 무조건(?) 믿고는 온전한 신자가 된 양 행세(?)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뜻입니다. 또 그렇게 유도하는 전도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바울은 지금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나니”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우리는 구원 받기 위해 꼭 믿을 필요가 없는데도 보너스로 믿었거나 아니면 우리의 그런 생각이 알고 보니 잘못이었다는 뜻입니다. 정답은 당연히 후자입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자기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뽑혔고 율법을 받아 그대로 잘 지키고 있기에 이미 구원 받은 자라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신자라면 다 잘 아는 너무나 싱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바울이 정작 뜻하는 바는 “나 같은 자도 율법을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복음을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창조주이자 유일하신 절대자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그분이 세상을 운행 섭리하며 특별히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셨음을 믿었습니다. 율법대로 살면 하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믿었습니다. 또 그래서 그는 선행, 구제, 금식, 기도, 제사 등에 최고로 열심이었습니다. 나아가 세상 학문으로도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지성, 도덕성, 종교성, 나아가 여호와 창조주를 믿는 믿음에서 당대에 최고였던 “나도”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가 정작 포기한 것, 말하자면 회개하여 깨트린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전에 지은  크고도 중한 도덕적 죄들이었습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그는 별달리 회개할 죄도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세상과 사람들 앞에 심지어 하나님 앞에서조차 자신을 가장 자신답게 만드는 최고의 것들을 버렸습니다. 그와 근래 신자들의 회개의 차이를 이해하시겠습니까?

작금 십자가 복음의 은혜가 너무나 싸구려로 바겐세일 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신자도 바울처럼 “나도 그리스도 예수를 믿나니”라는 고백은 합니다. 두 가지 뜻 중에 바울과 달리 전자에 해당됩니다. “꼭 믿을 필요와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구원을 준다니까 그냥 믿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복잡다단한 상태를 철두철미하게 깨닫지 못하고, 다른 말로 성령의 거듭남 없이 무조건 스스로 믿었습니다. 아니 무조건이 아닙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하나님을 이제 믿었으니 저에게 무조건 복 주셔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믿었습니다.

바울의 회개는 한 마디로 세상의 어떤 최고라도 하나님 앞에 내놓지 못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아니 세상에서 높아진 것일수록 그분 앞에는 더 추하고 더럽더라는 것입니다. 인간 스스로 아무리 자신의 상태를 고귀하게 바꾸려 노력해도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열심과 정성과 실천에서 최고였지만 그래도 자신의 내면은 여전히 너덜너덜한 걸레조각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갈수록 더 갈급하고 허망하며 궁핍해지더라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세상에선 더 형통하고 사람들의 칭송도 늘어나 자기와 견줄 만한 자 하나 없이 되었는데도 자기 가슴에 생긴 구멍은 오히려 더 커지더라는 것입니다.

신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바쳐야 할 회개가 자신이 지은 죄 중에 가장 중하고 심각했던 것들부터 뉘우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회개도 필요하지만 순서로 따지면 뒷전 그것도 아주 뒷전입니다. 세상에서 성공하여 남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렸던 모든 좋은 것부터 깨트려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님과의 진정한 교제에 전혀 보탬이 안 되고 오히려 더 큰 장애가 되었음을 철저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기독교에서 구원을 받는 회개란 하나님께서 십자가에서 먼저 내밀어 주신 긍휼에 넘친 손을 잡지 않고는 자신의 가슴에 난 구멍은 결코 메어지지 않음을 아는 것입니다. 세상과 사람과 자신 안에 높아진 모든 것을 먼저 내어던져야 합니다. 이브의 타락이 도덕적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높아져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이므로 회개도 정확히 그것을 바로 잡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나님 쪽에서의 아무 조건 없이 베푸시는 온전한 사랑과 인간 쪽에서 세상의 것, 특별히 세상이 가치 있다고 인정해주는 모든 것을 내어 던지고 완전히 발가벗는 절차가 함께 만나야 합니다.

복음은 하나님의 온전한 사랑 앞에 인간이 온전히 항복한다는 면에서만 간단명료합니다. 그런 절차가 없이 아무리 예수를 믿기만 하면 되니까 간단하다고 주장해 봐야, 즉 입술로 “주여! 주여!” 해보아야 유대교에 열심을 냈던 바울에 머문 것입니다. 그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께 꺼내놓은 고백을 시쳇말로 바꾸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간이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예수님의 십자가 없이는, 즉 하나님의 먼저 내민 사랑의 손길을 아무 조건 없이 붙들지 않고는 결코 하나님의 진정한 자녀가 되지 않더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세상에서 날고뛰었던 것부터 깨었다는 것이 바로 본문의 “나도 그를 믿었다”는 고백의 진짜 뜻입니다.  

이 간단명료한 복음의 진리는 신자가 예수님의 손을 잡아 구원 받은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지금 신자답지 않게 범한 도덕적 율법적 죄만 회개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보다는 하나님을 위해 열성과 믿음을 동원하면 그분의 손을 더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착각 내지 오해한 것이 더 큰 죄이자 먼저 깨트려야 할 죄입니다. 도덕적 죄는 하나님의 손을 놓은 채 세상에서 자기를 치장하려다 생긴 결과일 뿐입니다.

복음의 진리는 엄밀히 말해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구원을 준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놓치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 죄이자 모든 문제의 출발이라는 것입니다. 작금 바겐세일 되고 있는 복음으로는 어차피 구원 받지 못합니다. 문제는 제대로 거듭난 신자마저 그 십자가를 슬며시 내려놓고 세상에서 자기의 높아진 것을 자랑하려 들고, 심지어 그분의 힘을 빌려 높아지려 합니다. 인간은 신자가 된 후에도 절대로 간단하지 않고 복잡다단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신자야말로 회개를 진짜로 올바르고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전에는  참 회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가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8/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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