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의 거룩과 레위인의 정결에 차이는?
[질문]
민수기를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드립니다. 제사장들과 레위인을 일반인과 구별하는 표현이 제사장들은 ‘거룩’이라는 단어를 레위인은 ‘정결’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거룩과 정결이라는 단어부터 분명 차이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제가 어떻게 이해하여서 신앙생활에 적용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스터디바이블 주석은 그들 각자의 임무 수행에 대해 요구되는 거룩함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되어 있는데, 목사 직분자들과 일반신자들의 거룩함에 차이가 있다고 이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답변]
제사장은 매일 직접 성소 안으로 들어가 거룩한 떡을 올리고, 일곱 등잔에 불을 붙이고, 향로에 분향하며, 백성들을 대신하여 죄의 용서를 비는 기도를 하는 역할을 맡은 자입니다. 대제사장은 일 년에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가서 모든 백성의 죄를 중보하는 사역을 맡습니다. 반면에 레위인은 제사장의 사역을 돕기 위해서 성막의 설치 해체 운반과 그 집기 비품의 관리 등등 성막 안팎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하되 성소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합니다.
언뜻 제사장이 오늘날 목사의 역할을 맡았고 레위인이 목사를 보좌하는 평신도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 모두가 오늘날로 치면 신자를 넘어서 목사의 역할을 맡은 것입니다. 믿음의 선조인 아브라함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이행자이자 수혜자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창12:2,3)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은 모든 족속에게 여호와 하나님을 알도록 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모세가 여호와께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을 때 이스라엘 백성 전부가 제사장 나라가 되겠다고 서약함으로써 그 언약을 구체화하여서 갱신합니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지니라”(출19:5,6)
하나님은 그중에 성막에서 백성들을 대리 대표하여 제사 절차를 수행할 임무를 레위 지파에 맡겼기에 제사장도 당연히 레위인입니다. 그래서 레위 지파는 기업을 분배받지 못하고 백성들의 십일조로 생활하게 했습니다. 따라서 레위인 전부가 오늘날로 치면 성도들에게 사례금을 받아 생활하는 목사를 포함한 전임사역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성경은 신약시대의 모든 신자더러 제사장 역할을 하라고 명합니다. 종교 개혁의 기치를 든 마르틴 루터는 모든 신자가 제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만인 제사장 직분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2:9)
나아가 구약의 율법 규정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로 대체 완결되었기에 굳이 그 진술대로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이 장막은 현재까지의 비유니 이에 따라 드리는 예물과 제사는 섬기는 자를 그 양심상 온전하게 할 수 없나니 이런 것은 먹고 마시는 것과 여러 가지 씻는 것과 함께 육체의 예법일 뿐이며 개혁할 때까지 맡겨 둔 것이니라.”(히9:9,10) 대신에 율법에 함의되어 있는 하나님의 신자를 향한 기본적인 뜻대로 따르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거룩’과 ‘정결’이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거룩이 도덕적으로 의롭고 종교적으로 성스럽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거룩(holy)의 히브리 어는 ‘분리’ ‘차단’이라는 뜻을 지닌 ‘카데쉬’로 원칙적으로 하나님께만 적용되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다른 모든 것과 완전히 구별되는 존재이므로 거룩하신 분입니다. 하나님은 창조주이자 전지전능하시고 영원하시며 스스로 자존하시는 분입니다. 우주에 있는 어떤 것(그분에 의한 피조물임)과도 아예 비교할 수 없으며, 존재하고 유지하는데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게 구별된 것 중에 도덕적 측면에서도 결점 부족이라곤 단 한 치도 없이 거룩한데, 그런 것은 거룩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거룩의 뜻을 도덕적 성결과 종교적 경건함으로 제한해선 안 됩니다.
그분과 연결되는 의미로는 신자에게도 거룩이라는 단어가 적용됩니다. 세상과 세상 사람들과 완전히 분리되어서 하나님께 구별되어서 바쳐진 자라는 뜻입니다. 성경이 희생 제물, 성막, 제사장, 레위인 등을 다 거룩하다고 칭하는 까닭입니다. 신약에서도 신자는 세상에서 따로 불려나와 하나님의 자녀로 거룩해졌기에 성도(saint)라고 부릅니다.(고전1:2). 죄의 본성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어도 단순히 하나님께 완전히 속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제 민수기 말씀을 살펴봅시다. “이는 아론의 아들들의 이름이며 그들은 기름을 발리고 거룩히 구별되어 제사장 직분을 위임 받은 제사장들이라”(민 3:3) 여기서 ‘거룩히’와 ‘구별되어’는 원칙적으로 같은 의미입니다. 레위인 중에 특별히 성소의 직분을 감당할 자로 따로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레위인과 제사장은 같은 지파로 하나님 앞에 동일한 신분이나 그 맡은 업무만 다를 뿐입니다. 하나님이 안식일을 제정할 때도 “그 일곱째 날을 복되게 하사 거룩하게 하셨으니”(창2:3)라고 합니다. 일요일도 물리적으로 24시간으로 다른 요일과 똑같으나 단지 하나님이 따로 떼어서 당신만 경배하는 날로 만드셨기에 거룩해진 것입니다.
민수기는 또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레위인을 취하여 정결케 하라”(민 8:6)고 합니다. 레위인을 ‘취하여’라는 단어도, 이미 설명드린 대로 사실상 따로 ‘거룩하게 구별하여’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거룩과 정결은 서로 대조되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결은 거룩하게 구별된 자들이 하나님이 위임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영혼과 육신을 깨끗하게 준비하는 절차입니다.(민8:6-9) 제사장도 따로 위임받을 때 정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맡은 직무가 더 중요하기에 바쳐질 제물과 정결례도 더 중요하게 규정했습니다. (출29장 참조)
결론을 짓자면 레위인과 제사장을 구분해서 따질 필요는 없으며, 구약 율법의 조문을 오늘날의 삶에 적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율법에 담긴 정신만 지키면 됩니다. 목사나 신자 모두는 하나님께 거룩하게 구별된 레위인이자, 아브라함과 모세 언약에 동참한 제사장입니다.
목사를 포함한 모든 신자는 똑같이 바울이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12:1)라고 권면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거룩하게 구별되었으므로 그 삶 전체가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그분의 자녀답게 정결하게 살면서, 자신의 하는 일을 통해서 예수 십자가 복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에 전파하는 제사장 직분에 충성하면 됩니다.
(11/2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