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탈출 : 자베르의 마지막 선택

조회 수 184 추천 수 0 2021.02.22 04:21:52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고 화가 치밀었다. 범죄자 덕택에 목숨을 구하고, 이제는 정의의 심판을 피해 달아나는 탈주자에게 은혜를 갚았다는 사실이 그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장 발장에 의해 죽음을 모면했고, 그리고 처음으로 선행으로 그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법과 사회를 배반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무를 저버렸다. 그는 자신이 평생토록 알고 있던 그 법 위에 더 높은 법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고, 그의 정신과 마음이 일치를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자베르를 놀라게 한 것은, 장 발장이 자기를 없앨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냥 놔주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장 발장을 경찰 당국에 넘기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 같았다. 그렇다고 장 발장을 자유롭게 놔준다는 것 역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장 발장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자비심 많은 범죄자가 있다. 그는 관대하고, 온순하고, 협조적인 전과자가. 그리고 그는 악을 선으로, 증오를 용서로 갚는 사람이며, 복수보다는 차라리 동정을 택하는 사람이었다.
 장 발장은 원수를 파멸시키기보다 스스로 파멸하는 길을 택했으며, 자신을 죽이고자 원했던 사람을 구했다. 이 남자는 고결한 선행에 무릎을 꿇었으며,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천사가 되어 세상을 대했다. 자베르는 장 발장과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눈에는 장 발장이 무시무시한 괴물 같았다.
 마차에서 장 발장과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을 때, 자베르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 장 발장은 영원히 법의 포로이며, 법이 시키는 대로 그를 단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베르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절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미지의 목소리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너의 구세주인 법을 죽여라! 그래서 마수와 같은 너의 손이 저지른 소행을 씻어라!'
 그의 영혼 속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그는 인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또한 그것을 인정으로 갚았다. 자베르는 자비, 용서, 그리고 냉혹한 법의 눈에도 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윤리'라고 하는 태양의 그늘 속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태양에 눈부셔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는 범죄자의 마음속에도 선량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겪었으며, 마침내 스스로 선한 행동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그 행동을 타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종교는 법과 질서였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의 신앙은 경찰인지라 그는 모든 것을 상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 그는 또 다른 상관, 즉 신의 존재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전혀 예기치 않게도 신의 존재를 느끼게 되었다. 그 존재 앞에 서 있는 자신이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베르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는 자신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굉장한 그 존재 앞에서 거역하거나 논쟁하거나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으나, 마침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사표를 내는 것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신에게 어떻게 사표를 낼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머릿속은 소용돌이치고 있었으나,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문제가 계속 떠올라 그의 생각을 지배했다. 그것은 자신이 법을 위반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두 개의 가능성이 그의 마음속에서 전쟁을 벌였다. 그 하나는, 장 발장을 체포하여 감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 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지음 ; 김난령 옮김. - 동쪽나라. 474~477p-

 

 어릴적 무척 좋아했던 소설인 장발장(레 미제라블)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어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원본에 가까운 역본을 읽고 싶었는데 어린이용 출판본 밖에 없더군요. 그 중 가장 두꺼운 책(560p짜리)로 골랐습니다. 아동용임에도 전 연령이 읽을만 하고 원본에 충실해서 이전에 미처 몰랐던 내용들이 첨가되어 있거나 묘사나 전개가 구체적이더라고요. 

 새롭게 다가왔고 감동 또한 여전하면서도 새로웠습니다. 이번에 다시 레 미제라블을 읽으면서 책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은혜임을 깨달았고 책 속에서 그리고 장 발장에게서 고귀한 희생, 정직, 자비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예수님의 은혜를 장 발장을 통해서 엿보는듯 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묵상하였습니다. 일반 소설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예수님의 은혜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감탄스럽습니다.

 특히 자베르 경감이 장 발장의 자비의 결국 충격을 받고 변화의 기로에 섰을 때의 묘사가 매우 인상 깊었서 발췌해보았습니다. 해당 부분 곳곳(ex.법 위에 더 큰 법, 위대하고 굉장한 존재 앞에서~ 등등)에서 마치 팀 켈러나 c.s루이스의 글을 읽는듯한 기분이였습니다. 

 기회이 되신다면 여러분들도 '레 미제라블'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읽은 버전은 동쪽나라 출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 하나님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amazing_grace 2021-02-22 307
» 하수구 탈출 : 자베르의 마지막 선택 낭여 2021-02-22 184
74 (나눔) Keep Smiling!! [2] master 2020-04-01 341
73 (나눔) 불이 꺼진 예배당을 보는 참회의 기도 [5] master 2020-03-03 708
72 죽고 싶은데 살고 싶다. file [4] master 2019-04-25 1001
71 당신도 미국 주립대 교수가 될 수 있다. master 2019-01-11 1119
70 (퍼옴) 이건 교회가 아닙니다! [3] master 2017-06-22 1807
69 [추천] 신자, 특별히 목회자가 꼭 구입해야 할 책 file [4] master 2016-04-19 1809
68 너무나 어린아이 같은 기도 master 2015-12-16 748
67 [퍼옴] 하나님이 악을 만드셨는가?-아인슈타인의 명답 운영자 2014-03-05 4206
66 지구에 무임승차한 감사 [2] 운영자 2013-01-05 716
65 "지성의 회심"(하버드 천재들, 하나님을 만나다.)을 강추합니다. [1] 운영자 2012-03-15 1600
64 [퍼옴] 마르크스 주의자가 신을 옹호(?)하다. [2] 운영자 2010-12-27 836
63 [퍼옴] 기도하는 척하기란 어렵지 않다. [2] 운영자 2009-10-08 1560
62 [퍼옴] 사단의 평안 운영자 2008-06-26 2629
61 [퍼옴] 무의미가 이루는 의미 [1] 운영자 2008-06-16 2068
60 [퍼옴] 아프칸 인질 사태에 대한 두 칼럼. 운영자 2007-07-24 2499
59 [추천]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4] 운영자 2007-06-29 3314
58 [퍼옴] 상실의 은혜 운영자 2007-03-23 2354
57 [독후감] 프랭크 비올라의 “1세기 관계적 교회”를 읽고 [7] 정순태 2007-03-19 3049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