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들이 왜 인자라고 강조하셨나요?
[질문]
성경 공부하다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인자, 즉 사람의 아들에 대해 궁금해 졌습니다. 마태 26:64에서 대제사장은 네가 하나님의 아들인지 묻자 예수님도 그렇다고 답하시면서 계속해서 사람의 아들임을 강조하십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답변]
“예수께서 잠잠하시거늘 대제사장이 가로되 내가 너로 살아 계신 하나님께 맹세하게 하노니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가 말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마26:63,64)
예수님의 대화 방식
먼저 아셔야 할 사항은 예수님은 항상 대화 상대의 즉, 인간의 이해 수준에 맞게끔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상대가 품고 있는 주제, 취지, 목적에 따라 대화를 이끌어가면서도 당신이 밝혀야만 할 진리는 당신만의 방식으로 반드시 드러내셨습니다. 또 당신께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반어법, 반복, 비유, 상징, 과장 같은 문학적 수사법도 동원하셨습니다.
예컨대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죽어야 할지 물어 왔을 때에, 만약 예수님이 돌로 치라고 하면 사랑이 없다고 반박할 터이고 용서해주라고 하면 율법을 위반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먼저 돌로 치라고 했습니다. 또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물었을 때도 동전에 그려진 모습을 보라고 하면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했습니다.
두 경우 다 상대가 의도한 대화 주제에 벗어나지 않고 그에 정확하게 맞추어서 대답을 하시되 당신만의 고유한 뜻을 아주 확실하게 전달했습니다. 상대로선 그 대답의 의미를 분명하고도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자기들 사고체계, 가치관, 사상과 철학, 믿음, 도덕적 종교적 영적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답이 함의하는 절대적 진리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셨습니다.
다른 말로 예수님은 상대가 어떤 숨은 의도를 갖고서 당신에게서 어떤 대답을 듣고자 유도하는지 훤히 꿰뚫고 계셨던 것입니다. “예수는 그 몸을 저희에게 의탁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친히 모든 사람을 아심이요 또 친히 사람의 속에 있는 것을 아시므로 사람에 대하여 아무의 증거도 받으실 필요가 없음이니라.”(요2:24,25)
요한 사도는 지금 예수님이 사람의 속을 아시는 것을 넘어서 사람에게서 증거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사람에게 자신을 증거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뜻입니다. 요컨대 하나님은 하나님이실 뿐입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면 되지 구태여 인간의 증거와 인간에게 증거할 필요 없으셨던 분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고 가르치고 또 지금 대제사장에게 맞장구(?) 쳐주듯이 대답하신 까닭은 인간에게 정말로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하려는 뜻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을 스스로 드러내어 주시기 - 계시(reveal) -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그분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또 그분이 계시해 주는 만큼만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하나님 당신이 어떤 분인지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요1:18) “나를 믿는 자는 나를 믿는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며 나를 보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보는 것이니라.”(요12:44,45) 이런 관점에서 대제사장과 예수님이 주고 받은 대화를 살펴봅시다.
대제사장과 예수님의 숨은 뜻
유대 관원들도 처음부터 예수님을 배척한 것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메시아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 사역, 선포한 복음의 내용이 자기들 기대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또 자기들 권위에 도전하며 심지어 경제적 정치적 기득권까지 위협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거기다 스스로 하나님이라고 하니까 자기들 믿는 바에 따라 실제로 신성모독으로 간주했습니다. 한마디로 대제사장의 관정에 잡혀 왔을 때는 예수님에 대한 미움이 극도에 도달해 반드시 십자가에 죽일 작정이었습니다.
지금 대제사장이 던진 질문의 의도도 만약 예수님이 즉, 인간인 주제에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시인만하면 그것만으로도 사형감에 해당되는 죄라고 대중들에게 확인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그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수준에 맞추고 대화 주제에 벗어나지 않는 대답을 하시되 당신의 특별한 의도를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물음에 무조건 맞장구 쳐준 것은 아닙니다. 당신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임”이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렇다고 답한 것뿐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진리를 진리대로 선포한 것입니다. 또 그렇게 대답하면 십자가 처형이 기다릴 줄도 다 아시고 대답한 것입니다.
대제사장으로선 만약 지금이라도 그 질문에 부인하면 살려주겠다는 음흉한 뜻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지금 한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랍비가 결국은 대제사장과 유대교의 권위 앞에 무릎 꿇었다는 것을 유대인들과 로마 제국에 당당히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의도에 굴복하실 주님이 아니며, 무엇보다 주님은 죄인을 구원하러 십자가에 스스로 또 기꺼이 죽으러 오신 것입니다. 지금 모든 상황이 대제사장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고 또 그 배경에는 사단의 사악한 세력이 메시아를 십자가에 죽임으로써 승리를 맛보려 시도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예수님과 성부, 성령 삼위 하나님이 태초부터 세워놓은 인류구속 계획에 따라 모든 사태가 진전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재판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주관하셨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이 대답하시는 표현방식을 잘 음미해보십시오. 먼저 대제사장에게 “네가 말하였느니라.”고 답했습니다. 네가 나로 하여금 사람(인자)인 주제에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사칭(?)하고 다녔다는 식의 대답을 듣기 원하는데, 좋다 그렇게 대답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말씀드린 대로 두려워서 수그러들었거나 서로 융화해보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엄연한 진리이기에 그렇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 후에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라고 합니다. 이제부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내가 하나님 독생자로서 절대적 진리를 계시하겠다는 것입니다. 네가 말한 그대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신분에서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을 너희들이 알도록, 최소한 미리 알려는 주겠다는 뜻입니다. “이후에”는 너희가 나를 십자가에 죽여서 모든 혼란을 잠재우고 너희 기득권을 지켰다고 안심할 바로 그 때 이후에라는 뜻입니다.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리라.” 당신께서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실 것이며 마지막 날에 심판하러 재림하러 오시겠다는 것입니다. 누가 그런다고 말합니까? 사람인 주제에 그리스도라고 설쳤기에 유대인들이 비방, 멸시, 핍박하다 십자가에 죽인 바로 그 인자 예수님 당신께서 그럴 것이라고 합니다. 너희가 묶어서 너희 앞에 무릎 꿇린 바로 이 십자가의 사형수 인자인 내가 너희를 심판할 하나님이며 마지막 날에 너희를 거꾸로 무릎을 꿇려서 영원한 지옥 불에 던질 것이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상대의 수준과 숨은 의도에 맞추어 대답하시면서도 당신의 분명한 의도를 더더욱 확실하고도 명료하게, 도무지 부인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로 선포하시는 예수님의 대화법을 이해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대제사장의 다음 반응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며 예수님은 그마저도 충분히 예상하셨던 것입니다.
“이에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가로되 저가 참람한 말을 하였으니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 보라 너희가 지금 이 참람한 말을 들었도다 생각이 어떠하뇨 대답하여 가로되 저는 사형에 해당하니라 하고 이에 예수의 얼굴에 침 뱉으며 주먹으로 치고 혹은 손바닥으로 때리며 가로되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하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 하더라.”(마26:65-68)
예수 즉, 인자로부터 참람한(신성모독) 최후의 자기 변론을 들었기에 십자가 사형으로 선고하겠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변론과 증언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십자가 처형 감으로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대제사장이 사형 선고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마련해 놓은 각본대로 진행되는 중입니다. 예수님은 대제사장의 숨은 흉계를 다 아시고 그에 맞추어 줌으로써 그의 당신에 대한 분노를 더 격발시킨 것입니다. 골고다 언덕으로 당신께서 기꺼이 가시려는 뜻이었습니다.
대제사장은 또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하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라고 멸시했습니다. 인자인 주제에 그리스도를 사칭하며 감히 선지자 노릇 하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대신에 너를 치는 자가 바로 유대의 실질적 종교지도자 대제사장이라는 것을 죽기 전에 똑똑히 알라고 다그친 것입니다.
이 얼마나 비참한 희극입니까? 비참하면 비극이어야 하는데 제가 의도적으로 희극이라고 표현한 뜻을 아셔야 합니다. 대제사장이 도리어 지금 얼마나 엄청난 참람(그리스도 모독)의 죄를 짓고 있는지 전혀 모르지 않습니까? 도무지 용서 받지 못할 큰 죄 아닙니까? 악하다 못해 너무나 어리석기까지 합니다. 당시 유대사회에 최고로 존경 받았던 종교지도자의 영적 상태가 이정도입니다. 또 당시 주님을 십자가에 죽이라고 소리친 모든 유대인들이 그 비참한 희극에 조연과 엑스트라로 참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지 않고선 인류에게 어찌 소망이 있었겠습니까?
12/9/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