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오연(五緣)의 힘

 

 

첫 번째 글에서 오연 이야기를 했습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의지할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인연입니다. 즉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 근무연(勤務緣), 금연(金緣)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합니다.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이라도 끌어다 붙일 판입니다. 혈연은 가장 중요한 인연입니다.

 

같은 마을 같은 지역 출신 간의 끈끈한 정은 혈족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 하며 타지에서는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고 합니다. 지방색(地方色)도 중요한 인연입니다.

 

초중고와 대학 등 모든 학교의 동기와 동문의 힘은 막강합니다. 배우는 것도 없고 필요도 없는 경영대학원 연수과정이 각광받는 이유도 다 학연을 맺기 위해서입니다. 영향력 있는 이들과 알고 지내는 것이 곧 힘입니다. 학연도 중요한 인연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한 경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상하와 관계없이 서로를 필요로 할 때가 많습니다. 잘 사귀어 놓으면 요긴할 때 큰 힘이 됩니다. 근무연도 중요한 인연입니다.

 

이 4가지 인연(四緣)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회자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즉, 누구든 사람을 쓸 때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누가 처음 본 사람,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도모하겠습니까?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위의 사연(四緣)을 과도히 경직되게 취급하지 말고, 적절하고 슬기롭게 활용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관계란 한번 맺어진 관계를 지속시키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좋게 말하면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칭찬과 아부’입니다.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지요. 이 칭찬과 아부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 곧 ‘따리 붙기 전술 즉, 손금 없애기 작전’입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모두가 잘 알기에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살피지 않은 인연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금연(金緣)입니다. ‘돈의 인연’이지요.

 

이 금연을 맨 마지막으로 열거했으므로 그 위력도 다섯 번째 일 것으로 짐작하면 오산입니다. 금연의 위력은 앞에서 말한 ‘4연(四緣)을 합한 것’보다 더 막강합니다. 돈 앞에 굴복하지 않을 사람은 세상에 없을는지 모릅니다.

 

첫 글에서 학창시절 배웠던 ‘탐관오리 및 매관매직’을 상기하며 ‘나쁘고 몹쓸 짓’이라 규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선조들의 나쁜 행적’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입니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철칙 가운데 하나는 ‘공짜는 없다.’는 것입니다. 투자 없는 이윤은 없습니다! 휘발유 없이 가는 자동차도 없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 밥 먹여 줄 사람은 없습니다.

 

벼슬은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에 급제하면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합격할 수 있다면 무슨 걱정입니까? 이거 완전 바늘구멍입니다.

 

세상에는 선의의 경쟁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 부지기수입니다. 비상수단이 필요해 집니다. 물불 가릴 처지 아닙니다. 굶지 않으려면 뭐든 해야 합니다.

 

선조들이 살았던 과거의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매관매직’은 삶의 절대적인 요구였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삼일 굶어 도적질 안 할 사람 누가 있습니까? 삶은 실제이며 에누리가 없는 처절함입니다. 먹고 사는 게 최선의 인생사라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입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요? 역시 먹고 살아야 합니다. 무슨 수를 쓰든 출세하고 성공해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양심에 앞서는 현실입니다.

 

솔직한 자문자답을 해 볼 시간입니다. “탐관오리는 역사 속에만 있는 부류일까요? 밝은 오늘날 매관매직과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을까요?”

 

불행스럽게도 우리는, 기업체에서, 정치권에서, 시민단체에서, 심지어 종교단체에서까지, ‘현대판 탐관오리와 매관매직’으로 의심할 수 있는 현상들을 아주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생사(人生事)가 있습니까?”

 

종교적 수사로 얼버무린 답변을 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적인 통찰을 묻는 질문입니다.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용돈 집어 주고, 두둑한 자금 챙겨주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떨떠름하겠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반복되다보면 기다리게 되고 더 진전되면 적극적으로 원하게 됩니다. 재물이 지닌 마력 때문입니다.

 

아무튼, 제5의 인연인 ‘금연(金緣)’은 나머지 4연(四緣)을 합친 것보다 더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성경까지 이를 밝혀 놓았겠습니까!

 

마태복음 6:24절은 말합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여기서 『두 주인 = 하나님과 재물』임을 상기해야 합니다. 재물은 하나님과 겨룰만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재물은, 아주 많은 아니 모든 사람들이 주인으로 삼아 섬기고 있는, 신적 존재입니다.

 

 

이처럼 막강하기만 한 ‘금연(金緣)’의 힘을 빌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는 이가 있다면 매우 슬기롭지 못한 사람일 것입니다. 때로는 ‘양심도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는지도 모릅니다.

 

진정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라면,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마땅히 혈연과 지연과 학연과 근무연과 금연 등 오연(五緣)을 포기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그리 살면 남는 것은 ‘실패’뿐이겠기에 서글픕니다.

 

 

고지식하고 어리석었기에 ‘한심스러운 사회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에 대한 자괴감으로 씁쓸해 하던 A의 모습에서 아리한 아픔이 겹쳐 보이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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