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인가? 컵인가? (2)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찌라.”(창12:2)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든 신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 하나 있습니다. 아브라함처럼 믿음의 조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의 시조(始祖)가 되라는 뜻이 아닙니다. 최소한 자기의 자녀에게 만이라도 그리스도 신앙을 제대로 물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이삭의 하나님이 되고, 이삭의 하나님이 야곱의 하나님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자비하심으로써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려 하심이니라.”(엡2:7)
물론 신자들은 구태여 이런 소명 의식 없이도 자연히 자녀를 교회에 함께 출석시키며 기도와 말씀으로 양육합니다. 그러나 과연 믿음의 조상으로서의 올바른 역할을 하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부모가 자녀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여 자녀의 일생을 하나님 은혜 가운데 있게 하려는 것만으로 자기 책임을 다한 양 착각합니다.
말하자면 부모가 잘 믿고 뜨겁게 기도하면 자녀는 일류 대학에 입학해 출세가 보장된다는 식입니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미치리니... 네 몸의 소생과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짐승의 새끼와 우양의 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신28:2,4) 가축에게도 복 주시는데 인간 자녀야 당연히 더 큰 복을 받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그 순종이 단순히 본인이 잘 믿고 자식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것 하나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본문처럼 믿음의 조상으로 서야 하는 것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자식에게 부모의 종교를 강요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식에게 믿는 자로서 올바른 본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자식도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게 해야 합니다. 본문대로 하자면 자녀를 복을 받기만 하는 컵이 아니라 복을 통과시키는 파이프로 만들어 자기와 연결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자녀 스스로 부모보다 더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더 뜨겁게 기도하는 자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자녀로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히 썩지 않을 기업을 함께 이어 받는 상속자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믿음을 이어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믿음을 부모라는 파이프에 연결되어서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 또한 자신들의 자녀를 자기들에게 파이프로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아브람에게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약속이 인구나 국토가 광대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여호수아 정복 이래로 지금까지 소국 중의 소국이지 않습니까? 믿음의 파이프로 계속 연결되어 하나님의 은총과 권능이 크게 넘치기 때문에 큰 민족이 되는 것입니다. 우상 숭배를 하지 않고 창조주 하나님을 아는 유일한 민족이기에 큰 민족인 것입니다.
그런데 자손끼리 파이프로 연결되다가 어느 한 곳이라도 자기만 복 받겠다는 컵으로 연결되어 버리면 더 이상 하나님의 복은 뻗어나가지 못하고 그곳에서부터 썩어버립니다. 바로 이스라엘이 범한 실패였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자기 민족만 최고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부모, 친척, 형제는 전도하기 사실 참 힘듭니다. 그러나 자녀는 비교적 쉽습니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부모의 참 사랑을 받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부모가 사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고 자라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부모가 파이프 신앙이면 자녀도 파이프 신앙이 되고, 컵 신앙이면 자녀도 그렇게 된다는 뜻입니다.
12/4/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