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hlehem Express를 타고 있는가?

조회 수 229 추천 수 9 2012.01.31 01:44:33
Bethlehem Express를 타고 있는가?


미국은 어린이 천국인지라 성탄의 계절에는 흥미로운 행사가 많다. 예컨대 메릴랜드 주의 Western Maryland Scenic 철도회사는 한 밤중에 산타클로스를 방문하는 증기기관차를 12월 중에 운행한다. 오후 6시에 파자마 바람으로 탄 아이들에게 북극의 산타를 방문한 두 소년에 대한 동화를 들려준다. 가상의 북극에 도착해선 대기하고 있던 산타를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부모가 미리 몰래 준비한 선물을 받고 돌아온다. 총 3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는데 요금은 27불이다. 워싱턴 주 스포케인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어린이를 밤중에 비행기에 태워서 가상의 북극에 갔다 오게 한다. 물론 산타에게 편지 보내는 일은 우체국이 대행해준다.  

반면에 얼마 전 미국 뉴욕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산타클로스는 없다.” 라고 발언했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지난 11월 29일 조지W. 밀러 초등학교 중국계 교사인 앤 앵이 북극에 관해 가르치던 중 한 학생에게서 북극에는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앵 교사는 “사실 산타클로스는 없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이는 선물도 여러분 부모님이 주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음이 부풀어있던 8살과 9살 초등학생들은, 미국 아이들은 대체로 아주 순진함, 큰 충격을 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의 항의도 빗발쳤다.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은 교사가 학생에게 할 말이 아니다.”면서 “크리스마스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성토했다. 앵 교사는 “난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산타클로스가 없는 것으로 교육받아 왔다.”며 “학교와 가정의 교육이 달라 학생들이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앵 교사는 마지못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학생 전원의 집에 전화를 걸어 학부모에게 사과했다.

북극에 산타를 만나러 가는 여행은 어른들이 거짓말을 몇 개나 거푸하는 꼴이다. 없는 산타를 있다고, 북극이 아닌데도 캄캄한 밤을 이용해 속였고, 또 부모가 준 선물을 산타가 준다고 했고, 거기다 산타와 찍은 사진으로 북극까지 가서 직접 만나고 온 증거로 친구들에게 자랑하게끔 이끌었다. 아이들을 속인 정도를 넘어 아예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앵 교사 같으면 도무지 용납하지 못할 죄다. 아이들더러 얼마든지 거짓말해도 된다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행동으로 본을 보여주었다. 아이에게 선행을 독려하고 딱한 형편의 아이를 위로한다는 선의의 뜻이라면 방법은 나빠도 되는 것인지? 크리스마스라서 전 세계인이 거짓말에 동참해도 하나님이 봐주시는 것인지? 너무 빤한 거짓말이라 해도 되는지? 그러나 막상 선물 받는 아이들은 정말이라고 순진하게 믿고 있지 않는가?  

지금 산타크로스의 진위여부와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어 위로 격려하는 일에 억지 시비를 걸려는 뜻만은 아니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크리스마스라면 ‘North Pole Express’(예의 기차여행 프로그램 이름) 대신에 ‘Bethlehem Express’가 운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그러다 Bethlehem Express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타에게 가면 선물을 잔뜩 받아 오지만, 아기 예수를 만나선 동방박사들처럼 오히려 선물을 바치며 경배해야 하지 않는가? 아이들도 공짜 선물 받는 것만 좋아하지 자기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할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저께 큰 손녀와 있었던 일이다. 케이크에 촛불 켜고 축하 노래를 부르는 생일파티가 아이들 기억에는 아주 멋지고 생생한 것 같다. 일곱 식구가 한 집에서 같이 사니까 생일이 최소 두 달에 한번 꼴로 돌아온다. 한 차례 생일이 지나면 그 다음은 언제 누구의 생일인지가 손녀들의 최대의 관심거리가 된다.

우연히 아이가 아빠에게 또 그런 질문을 했다. 아빠는 할머니 생일이 내년 2월초니까 바로 다음 차례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틀렸다고 했다. 틀릴 리가 없는 아빠가 자기 말이 옳다고 우겼다. 그러나 아이는 예수님 생일이 며칠 후에 있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출석하고 믿음이 신실한 아빠라도 크리스마스 때만 되면 산타크로스를 대신해 선물을 마련해 트리 앞에 갖다 놓는데 신경이 팔린 탓인지 예수님 생일마저 깜빡했던 것이다. 그나마 기독교 유치원에 보낸 덕에 아이라도 성탄절의 올바른 정신을 잊지 않게 했다.          

여섯 살이 다 되가는 눈치 빠른 큰 손녀는 산타는 없고 아빠가 선물을 사준다고 이미 알고 있다. 세 살이 채 안 된 둘째 손녀에겐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생일이라고 가르치되 트리 밑의 선물은 예수님이 갖다 놓은 것이라고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선물을 직접 사서주는 이는 아빠지만 사줄 수 있는 모든 여건을 마련해 주신 이는 예수님이기에 말이다.

알다시피 미국에선 성탄절의 축하인사가 이젠 Merry Christmas가 아니라 Happy Holiday로 바뀌었다. 기독교의 절기가 아니라 국가에서 정한 공휴일일 뿐이라는 뜻이다. 며칠 전에 손녀들에게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은 한 동네를 밤늦게 구경시켰다. 미국 사람들이 Happy Holiday라고 하면 의분(?)에 싸여 손녀들과 함께 Merry Christmas라고 고함질렀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조차 예수님과 그 십자가는 이젠 거의 잊혀가는구나 싶어  씁쓸했다. 아주 가끔 Merry Christmas라고 인사해오는 미국인을 만날 양이면 눈물이 나도록(?) 반갑고 고마웠다.  
  
크리스마스를 진정한 크리스마스답게 되돌릴 묘수는 없을까? Bethlehem Express를 운행해야 할까? 아니다. 직접 그곳까지 방문하지 않는 한 세상 흉내를 내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간단하다. 불신자들의 크리스마스와 정반대로 지내면 된다. 산타에게 선물 받는 대신에 예수님에게 선물을 드리는 날로 말이다.

물론 이미 이 땅에 계시지 않는 주님께 선물을 바칠 현실적 방도는 없다. 그러나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예수님은 벌써 그런 사태까지 정확히 예측(?)하셨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22:37-40)

하나님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이웃도 “내 몸 같이” 사랑하라고 했다. 주님이 당신의 전부를 선물로 주려고 아기 예수로 태어나셨지 않는가? 역으로 말해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크리스마스도 헛되게 보내는 셈이다. 더 쉽게 말해 크리스마스에 교회 안에서 신자끼리 모여서 선물 나누기를 해도, 아이에게 산타는 거짓이고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바로 가르치더라도, 나아가 Happy Holiday가 아니라 Merry Christmas라고 크게 고함질러도, 세상 사람들은 신자들도 이름과 형식만 다르지 자기들과 동일하게 선물을 주고받는 명절을 지낸다고 여길 뿐이다.

요컨대 크리스마스에 최소한 양로원, 고아원, 병원, 교도소 등을 찾아가 선물을 주는 교회를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니까 “North Pole Express” 같은 거짓이 더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부끄럽지만 저부터도 이웃 미국사람들에게 선물만 돌렸지 저희보다 더 힘든 사람을 평소에 꾸준히 섬기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엄밀히 말해 크리스마스를 엉망으로 만든 이는 불신자가 아니라 실은 저 같은 신자들이다. 믿는 이들이 온전한 십자가 복음 안에서 일 년 365일 내내 자기 전부를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지 않으면 Christmas는 영영 사라지고 Holiday만 남을 것이다. 아기 예수가 말구유에 오신 뜻을 살리지 않으면 즉, 참 “Bethlehem Express"에 타고 있지 않으면 신자들이 주님 다시 오실 날을 연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재촉하게 될 것이다.      
  
12/2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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