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시작 장애인을 섬긴 적이 있었다. 마을회관 이층에 자리하고 있는 그들의 사무실에서 구역예배를 드릴 때의 일이다. 그 건물 일층에는 지체장애인들 100여명이 모여 열심히 일을 하고있었다. 지체 장애인들에게 마땅한 일거리를 가져다 주고 넓은 공간도 그렇게 빌려줘서 생활을 연명하도록 시에서 돕고 있었다. 하루는 그 지체장애인 회장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 왔다. 무슨일인가 싶어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더니 자신은 크리스천인데 지체장애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직 예수님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들 모두를 전도하고 싶은데 좀 도와 달라는 것이였다. 우선은 시각장애인들에게 하는 것 처럼 구역예배를 그 일터에서 드릴 수 있도록 해주고 주일엔 그곳에 운집해 있을터이니 교회버스를 보내 주어서 저들 모두 교회에 가서 예배드릴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였다.
얼마나 기쁜지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하곤 곧바로 전도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전도사님도 기뻐하며 담임목사님께 품의 하였다. 결재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몇일은 참 행복했다. 그 많은 지체장애인들을 섬기려면 우선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대부분 휠체어를 의지하는 분들이니 소소한 손길들이 필요할 것이고 그 섬김을 하는 봉사자들은 참 기쁨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아갈터이고... 정말 섬김은 수고한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기쁨이 넘쳐남을 시각장애인들을 조금 섬기면서 절감했기에 더욱 많은 기쁨의 섬김이 우리 교회에 풍성하게 일어날 것을 생각하며 행복에 젖어있었다.
몇일후, 담임목사님의 대답은 노! 였다. 이유인즉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교회에 어떠한 도움이라는 것이다. 신앙은 뒷전인 저들에게 여러 시간과 경비 그리고 많은 인력을 들이면서까지 할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나 놀랐던지... 몇십년 동안 오로지 세상엔 단 한분밖엔 없는 목사님으로 섬기며 살아왔는데 그런 대답에 얼마나 실망이 되던지...
요즘들어 섬김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된다. 아주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분들이 시각장애인들이다. 절대로 내가 섬긴 것이 아니고 저들에게 섬김을 받은 기억밖엔 남겨져 있지않다. 서로 사랑하므로 행복한, 그 행복함 속에는 예수님의 따스한 향내가 스며있고 그 향내로 인해 점점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관계라는 것, 서로 사랑하며 섬기는 그 관계를 너무도그리워하였는데... 나의 현재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왜 이렇게도 황폐해져 있는지, 마치 사막에 휭하니 부는 바람에 모래만 한아름 휘날리는 그런 맘이 되어있는지, 자존심, 체면, 자격지심 ... 참 다양한 이유로 인해 황폐해져버린 심령, 그 때 실망했던 담임목사님의 모습보다 더 메말라 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웃에 대해 황폐하고 메말라 버린 심령이 치유되고 회복되어지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