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국이 아깝게 4위를 차지 하는 것으로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한 민족 전부가 한 마음이 되어 울고 웃었던 지난 한 달이었다. 특별히 미주 교포로서는 새벽마다 잠을 설치며 TV 생중계를 보느라 생활의 균형이 깨어지고 비몽사몽간에 항상 피곤한 채 정신없이 보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므로 생체리듬에 부조화가 생긴 것이다.
1906년 독일의 W. 프리즈가 환자의 기록 카드를 조사한 결과 인간의 신체, 감각, 지성에 규칙적인 주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후 환자 치료와 직장에서의 능률 유지와 안전관리 및 운동 선수의 콘디션 조절등에 이 생체리듬을 산출하여 폭 넓게 활용해 왔다. 이 주기를 가장 쉽게 표현하자면 인간은 밤에는 자야 하고 낮에는 깨어 있어야 하게끔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동물이 반드시 이 주기에 따라 행동하지만 인간만은 유일하게 생체리듬을 스스로 깰 수 있다. 동물은 배가 고파 먹이를 찾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박쥐나 올빼미 같은 야행성 동물이 아닌 이상 누가 뭐라고 해도 밤에는 누워 자기 마련이다. 며칠씩 노름으로 혹은 시험 공부하느라 밤을 지새거나 피곤에 떨어져 몇 끼 밥도 거른 채 잠만 잘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자유의지(自由意志)다. 밤새 TV보며 응원하든 내일을 위해 단잠을 자든 문자 그대로 각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그 리듬을 깰 수는 있어도 내 편리대로 스케쥴을 짜 넣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주기는 나면서부터 이미 입력되어져 있지만 스스로 측정할 수도 없다. 말하자면 축구 중계 있는 날만 그 리듬을 최고조로 조절하면 아무리 TV보느라 늦게 자도 그 다음 날 좀 편할 터인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감성, 지성, 이성을 자기 뜻대로 완전하게 통제하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아 자기 자신마저 이해하지 못하는 모순을 겪는 일이 많다. 우리를 지으시고 생체리듬을 입력시킨 이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일부러 깨트리거나 순응하는 둘 뿐이듯이 그것을 지으신 하나님에 대해서도 인간은 거역하거나 순종하거나 두 가지 선택뿐이다. 그 말은 밤새워 응원한 다음 날 피곤하지 않도록 전날 밤에 미리 생체 리듬을 스스로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하나님을 거역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가운데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네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너를 인도하여 회개케 하심을 알지 못하여 그의 인자하심 과 용납하심과 길이 참으심의 풍성함을 멸시하느뇨.”(롬2:4)
6/30/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