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님 자매님

조회 수 662 추천 수 58 2010.08.13 02:02:19
출근길에 어제 밤 제가 올린 글을 되뇌다, 이것 내가 벌집 건드린 것 아닐까 난감한 느낌이 들더군요. 문제 해결의 묘책도 없으면서 공연히 여러 사람들의 심경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정당하고 합당하게 직분을 받아 그 직분을 겸손하고 충실하게 잘 이행하고 있는 분들에게 누를 끼친 것은 아닐까 염려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분을 호칭으로 사용함에 따른 부작용—직분간의 우열과 서열을 만들고 고착화 하여 교회 내에 담을 만들고 계급의식과 권세욕과 교만심을 부추기는 숨은 병폐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까놓고 그 대책을 함께 모색해야 해야 할 것입니다.

앞 글에서 말씀 드렸듯이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는 호칭상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교회 밖에선 김유상씨라고 부르던 김선생님이라 부르던 별 괘념치 않으면서 교회 내에선 왜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 하십니까? 왜 굳이 집사님 장로님으로 불려야 하는지요? 그렇게 불리면 덜 경건한 듯이, 믿음이 부족한 듯이, 세상적인 듯이 여겨지기 때문입니까? 우리의 믿음이 어떻게 불리느냐에 좌우될 정도의 얕은 수준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신앙 생활을 그 수준에 맞추어야 하겠습니까? 아직 도달하진 못했지만 우리가 도달해야 할 수준에 맞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교회에선 세상처럼 말고 교회처럼 하자고 집사님 장로님으로 호칭하자면서, 세상 사람들처럼 계급놀이 하고 권위 의식 느끼고 담을 쌓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다니요. 자가당착에 빠진 제 모습을 왜 보지 못합니까? 아니면 보고도 못 본체 하고 있는 건가요?

말로는 섬긴다면서 호칭부터 섬김을 받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실체입니다. 세상에선 힘센 자가 저보다 약한 자의 위에 군림하고 발 아래 사람으로부터 섬김을 받습니다. 힘센 자가 좋은 것을 하나라도 더 갖게 마련입니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가진 힘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장차 천국 백성들이 모인 교회에선 힘센 자가 저보다 약한 자를 받쳐 주고 섬겨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가진 자는 없는 자에게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약한 자를 보호하는 데에 그 힘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교회에선 권위 의식을, 계급의식을, 우열의식을 몰아 내어야 합니다. 진정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한 지체란 인식이 있다면, 서로 간에 우열을 가리고 서열을 따지고 편을 짓고 하는 일들을 그만 두어야 합니다. 그것이 해결되어야만 호칭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 된 한 형제 자매들입니다.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기에, 세상적인 관계에 구애됨 없이 할아버지와 손자가 할머니와 손녀가 형제 자매가 됩니다. 천국에서는 더 이상 장가 가고 시집 가는 일이 없다 하셨으니, 하늘 나라엔 혼인이나 혈연 관계에 따른 호칭 또한 없을 것입니다. 내 아들이 하늘 나라에선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라 형제이며 내 아내가 내 아내가 아니라 자매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서로를 교회 안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훈련을 함이 어떨지요? 처음엔 당연히 어색하고 불편하고 더러는 불쾌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호칭일 뿐이라면, 그 호칭에 다른 아무런 뜻이나 감정 담아 부르지도 듣지도 않는다면, 머잖아 익숙해지고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사실 형제 교회에선 서로를 형제 자매로 부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부 사이에도 서로를 그렇게 부르더군요. 저도 서로를 형제 자매로 부르는 교회에서 믿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형제들 중엔 목사 일을 맡은 자도 장로 일을 맡은 자도 또 집사 일을 맡은 자도 있을 것이며, 주일학교 교사를, 전도사를, 선교사를 맡은 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직분을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아무 직을 맡고 있는 아무개 형제(님)으로 부르면 될 것이고,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면, 직분을 맡고 있더라도 아무개 형제(님)으로 부르기를 제안 합니다. 단 담임 목사만은 목사님으로 호칭해도 무방하며 어쩌면 그리 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 직분이 갖는 교회의 대표성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제 쓴 글을 반추하다가 제가 너무 가볍게 이 문제를 다룬 듯하여 제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미진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혼자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호칭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호칭에 가려져 있는 우리의 권세욕과 교만심만큼은 제대로 보고 있기를 그리고 그것을 내려 놓는 작업을 우리 함께 열심히 하기를 권면합니다. 아자!

2010년 8월 12일

정순태

2010.08.14 06:45:36
*.75.152.231

언젠가 교회를 옮기면서
종교 9단끼리의 심오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목사 : 직분 받으셨습니까?
교인 : 아뇨. 준다는 거 거절해버렸습니다.
이후 : (자연스레 집사로 호칭)
소감 : 이 나이쯤에 교회 옮길 때는 나름대로 말못할 사정 있다는 것쯤은 다 눈치로 감잠을 수 있는 능구렁이 같은 사람들이었기에, 껄끄러운 부분 일체 건드리지 않고 무난히 새신자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함.

* 목사, 장로, 집사로 고착된 제도,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지요?

이선우

2010.08.14 08:22:03
*.222.242.101

종교9단 형님, 여기서는 형제님으로 부르겠습니다.ㅋㅋ
일권 형님도 여기서는 형제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아자!

제 회사 이야기 잠깐 해도 될까요? 작년 2월 제가 독일 와서 처음 한 일이 동료 직원들끼리 ‘진짜 이름 불러주기’ 운동을 했더랬습니다. 성(Family name)이 아닌 자기 이름(First name)으로 서로 불러 주자는 거지요. 독일은 근엄(?)한 사회라, 이게 그리 손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Angel Merkel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누군지는 아시죠?)에게는 Ms. Merkel이라 하지말고, 그냥 Angel이라고 하자는 얘기지요. 최소한, 저한테는 Mr. Lee라고 하지 말고, Sunny로 제발이지 불러 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어느 정도 정착하기까지 3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지금도 가끔 가다 복도 지날 때, Mr. Lee라고 부르는 동료직원이 있으면 데려다가 재교육시키곤 합니다. 호칭 바꾸는 거,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냥 각자 부르고 싶은 대로 하면 어떻습니까, 형님들!^^

김유상

2010.08.16 22:57:28
*.234.33.101

호칭이 양쪽을 공히 만족시키시 않을 경우 불리는 쪽의 의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부르는 사람이 "Mr. Lee"라고 부르는 것은 듣는 사람을 존종해서이지요. 즉, 듣는 이의 기분을 헤아려서 그렇게 했다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당자가 그렇게 부르지 말고 그냥 "Sunny"라고 불러 달라는 데도 계속 "Mr. Lee"라고 부른다면, 그 사람은 "Mr. Lee"라고 경칭으로 부르지만 실은 그 사람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니 스스로 모순되었다 할 것입니다. 또한 나는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고 거리를 두고 싶다는 표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과는 관계 개선이 앞서야겠지요. 아니면 그 사람이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내버려 두던지요.

각자 부르고 싶은 대로 하자는 선우 형제님의 주장엔 죄송하게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운전사가 아니라 운전기사, 간호원이 아니라 간호사로 불러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물며 장로라 불러 달라는데 굳이 형제님 성도님 하고 부른다면 싸우자는 얘기일 뿐입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형제님 자매님 하고 불려도 불쾌해 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게 전혀 불쾌해 할 호칭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불쾌해 하니까 실수 않으려고 장로인지 집사인지를 확인부터 해야 하는 거북한 상황이 연출되는 겁니다.

"내가 엄연한 장로인데 날 형제님이라 불러?" 이것은 권력의식이고 계급의식이며 우리는 이것을 버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게 제 글의 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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