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 배필

조회 수 968 추천 수 78 2010.09.23 02:59:35
천생연분을 만나 천생배필로 살기를 바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알기 전이었습니다. 그때엔 “소울 메이트(soul mate), 제 짝”이 따로 있다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 짝을 찾아 무던히도 헤맸었지요. 그러나 그런 짝은 찾을 수 없었고 그나마 가장 비슷하다 여겼던 사람과 짝을 이루고 살면서 속으론 계속 “영혼이 교감하는” 짝을 그리워했습니다. 그 짝과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래 이젠 정말 내 영혼의 짝을 만나 살자 맘먹었습니다. 그러다 성경 말씀을 깨우치게 되었고, 예수님 이외에 굳이 다른 짝이 필요 없노라 고백하고 그 증표로 아버지의 유품인 금반지를 끼고 다녔습니다—예수님보다 더 맞는 영혼의 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칠 년을 달콤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 안에서 알고 지내다가 한동안 보지 못했던 자매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하나님께선 제 마음을 그 자매에게 돌리셨습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고 즐겁노라 말씀 드렸음에도 제 마음 속에 그 자매에 대한 연민의 정과 사랑의 정이 일게 하셨습니다. 그때쯤엔 예전에 제가 찾던 “꼭 맞는 사람(right person)”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가 바라던 “바로 그 사람”이 될 확률은, 글쎄요, 복권이 당첨되는 확률보다 적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하나님께서 데려다 주신—정황상 그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습니다—짝이라는 생각 이외의 다른 아무 생각도 기대도 없이 그 자매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섯 해가 지났습니다. 아내는 이따금, 우리는 여러 모로 잘 맞는다며 천생배필이라며 기뻐합니다. 전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짝이란 뜻에서 그 말에 적극 동의합니다. 하지만, 불신자들의 경우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겐 처음부터 서로에게 맞는 짝이라는 뜻에서의 천생배필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것이 있다면—하나님께서 각자에게 꼭 맞는 사람을 예비해 두셨다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결혼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모두 금술 좋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각자에게 꼭 맞는 맞춤복 같은 “바로 그 사람” 또는 “영혼이 교감하는 짝”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가 내게 바라는 그 사람이 될 수는 있을 겁니다. 우리가 상대가 원하는 짝이 될 수 있는 확률은 상대가 나의 “바로 그 사람”일 확률에 비하면 굉장히 높습니다.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곤 이미 서로 사랑하고 있거나 웬만큼 서로를 좋아하고 있고, 꽤 많은 공통적인 관심사와 배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에겐 하나님의 전폭적인 응원과 지원까지 있습니다. 그렇기에 상대가 나에 대해 지나친, 부당한 기대나 요구만 않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상대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하나님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답게 하나님 백성답게 빚어져 가는 것처럼, 하나님의 이름으로 맺어진 부부는 하나님 사랑 안에서 영혼이 교감되는 아름다운 부부로 그렇게 빚어져 가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요 섭리라고 생각됩니다. 내 이웃이 누구냐는 질문에 네가 그의 이웃이 되라고 주님께선 말씀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제 짝이 누구냐는 질문에 네가 그의 짝이 되라고 말씀하시지 않겠습니까?

금술 좋은 부부는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서로 그렇게 되어 가는 것임을 확신합니다. 몇 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아직도 잘못된 만남이라 생각된다면—물론 잘못 된 만남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아마도 그 잘못은 만남에 있지 않고 살아 온 과정에 있을 것입니다.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대했는지—과연 그의 유익을 위해 그가 바라는 사람이 되고자 힘쓰며 살아 왔는지, 아니면 나의 유익을 위해 그를 내가 바라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힘쓰며 살아 왔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내가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 주리라 작정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하며 힘쓰다 보면 신기하게도 상대방에게서 조금 조금씩 내가 원하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 날을 향하여 열심히 살아 갑시다. 아자!

2010년 9월 22일

김순희

2010.09.23 15:37:43
*.165.73.38

아자!! 아자!!
그러니깐 상대에게 기대하지 말고 자신이 상대에게 맞추라시는 말씀이군요.
이론은 너무도 쉽고 간단한데...
그 이론에 비추어 보면 김유상님의 댁에 남편들을 합숙훈련을 시킬 것이 아니고
우리 여자들이 합숙 훈련을 해얄 것 같습니다요.
아내들이 남편들이 원하는 그 사람이 되도록 가르침을 받아얄 것 같은걸요
아닌가???
부부가 함께 훈련받야할 것 같네요.
아무래도 부부세미나를 개최하셔얄 것 같습니다.^^

쌀로별

2010.09.23 19:10:54
*.234.16.126

저는 청년이라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신이 없지만... 먼저 '되어주는 쪽'이 되는 것이 낫다는 건 알 것 같습니다. 나에게 꼭 맞는 짝을 찾으려다 다른 신실한 형제 자매님을 마음으로 탓하며 누가 더 유익이고 누가 더 낫고 덜하고를 따지는 것보다는 누구에게나 맞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제 성격상 어렵겠지만 이것도 뭐 이루어가시겠죠 제 안에 계신 분께서... 이런 소망조차 없다면 세상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이루고 가꾸어 가기가 너무나 버거워서요.

정순태

2010.09.24 11:08:57
*.75.152.231

"금술 좋은 부부는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서로 그렇게 되어 가는 것"
참으로 놀라운 지혜입니다!!!
아들과 며느리 부부를 통해, 형제님의 말씀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상호 배려 - 좋은 부부관계의 요건이더군요.
합숙훈련 계획을 미리 알려 주시지요! 어찌하든 참석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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