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더러 신을 벗으라는 의미는?
[질문]
출3:5에서 하나님이 모세더러 신발을 벗으라고 하신 구체적인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이리로 가까이하지 말라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3:5)
[답변]
지금 모세가 선 곳은 시나이 반도 남단 광야의 호렙산 (Jebel Musa) 기슭입니다. 나무가 없이 척박한 바위산으로 외형적으로는 결코 아름다운 곳이 아닙니다. 그러나 거룩하신 하나님이 임재하신 곳이기에 거룩한 땅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거룩하다(holy)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오직 하나님에게만 적용됩니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위엄이 넘치고 선하고 인자하신 품성을 뜻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피조 된 세계 만물과는 “전혀 다르며, 완전히 구별되어서, 따로 떨어져 계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썩어 없어질 만물이나, 죄로 찌든 인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의롭고, 선하고, 아름다고, 진리이며, 전지전능하시고 영원하시고 자존하시며 신실하신 것 등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완전하다는 것입니다. 우주 가운데 오직 그분만이 거룩하신 것입니다.
지금도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가 화려한 무대 조명등처럼 그 땅과 모세에게 대낮같이 밝게 비춰져서 거룩한 것이 아닙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이 그 땅을 따로 택하여 그곳에 임재해 계시기에 거룩한 땅이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모세도 이스라엘 족속 중에 따로 구별되어 불려 나왔기에 거룩한 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를 믿는 모든 신자도 세상 사람과 분리되어 주님을 증거하는 사명을 실현하도록 불림 받은 자이기에 성도(saints 고전1:2)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계시는 장소나, 그분께 쓰임 받는 종이나, 그분이 시키는 일이나, 모두가 거룩한 것입니다.
따라서 신발을 벗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성경 기록 그대로 거룩한 땅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중근동에서는 고귀한 자의 저택이나 텐트에 혹은 신전이나 왕궁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게 되어 있고 지금도 그런 관습이 남아 있습니다. 그 장소의 주인에 대한 존경과 순종의 표시인 것입니다. 왕궁이나 신전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는 이유가 무릎 꿇고 엎드리려는 것이지 않습니까? (본문에서 모세가 그렇게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신발은 원죄로 더럽혀진 땅을 두루 다니며 인간이 저지른 죄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상징합니다. 신발을 벗는 행위는 같은 맥락에서 하나님 앞에 깨끗한 모습으로 서는 것을 상징합니다. 절대적 선이신 하나님 앞에 서는 인간은 반드시 자신이 지은 죄를 회개하여야 합니다. 그의 종으로 부름 받은 자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시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실 때에 손과 머리까지 씻어 달라는 베드로의 요구를 거절하신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요13:10) 이미 목욕한 자는 택함을 입어 구원의 반열에 든 자들입니다. 가룟 유다는 그렇지 못하다고 합니다. 또 이미 구원 얻은 자도 매일의 삶에서 저지르는 행위는 반드시 주님 앞에 자백하여 고침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발만 씻기신다는 것입니다.
모세도 떨기나무 앞에 불려 나왔을 때에, 아니 바로가 내린 영아 살해 명령에도 생명이 보존되었고 오히려 바로의 왕자로 자라게 하실 때부터 벌써 구원 받은 자입니다. 갈대 상자에 실려져 나일 강에 떠내려 갈 때에 이미 하나님의 목욕을 거친 자입니다. 그럼에도 일상생활에서 죄로 더렵혀진 상태를 벗어야만 거룩한 땅에 설 수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눅15:22) 돌아온 탕자에게 신발을 신기라고 합니다. 그는 신발도 없을 만큼 모든 현실적인 것을 다 잃고 돌아온 것을 의미합니다. 또 고대의 종들은 신발 없이 맨발로 다녔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비 집에 종이 되어도 좋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비는 신발을 신겨줌으로써 아들의 신분으로 회복시켰던 것입니다.
모세의 경우는 이와 반대가 됩니다. 하나님이 신발을 벗으라고 명함으로써 당신의 종으로 세우겠다는 뜻입니다. 이제 당신의 시키는 일을 함에 맨발로 광야를 걷는 것 같은 시련과 고난이 따를 것이라는 뜻도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는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는 십자가를 지고서 머리 둘 곳도 없는 좁고 협착한 길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녀이면 또한 후사 곧 하나님의 후사요 그리스도와 함께한 후사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롬8:17)
마지막으로 살펴 볼 의미는 “여호와의 군대 장관이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여호수아가 그대로 행하니라.”(수5:15)는 말씀에 드러납니다. 모세의 직분을 이어 받은 여호수아의 출정식에서 주신 말씀입니다.
우선 앞에서 모세에게 적용된 뜻들이 여호수아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또 모세에게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과 동일한 모습을 여호수아에게 보여줌으로써 그가 맡은 소명이 얼마나 귀하고 책임이 막중한지 제대로 알게 해주려는 것입니다.
특별히 여리고 성 전투를 목전에 둔 상태에서 여호와의 군대 장관 천사가 나타나서 이 말씀을 했습니다. 여호수아더러 이제부터 하나님께 전적으로 겸허하게 순복하여 충성하라는 것입니다. 거룩한 하나님이 항상 동행하여 보호 인도하니까 전혀 염려치 말고 담대하게 직분을 수행하라는 것입니다. 역으로 따지면 모세에게도 이제 출애굽의 소명을 동일한 자세와 믿음으로 준행하라는 의미로 신발을 벗으라고 한 것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거룩하신 그분 앞에 서는 모든 신자는, 특별히 전임사역자는 반드시 거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분 앞에 선다고 해서 예배나 기도할 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신자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동행해 주시지 않습니까? 오히려 눈에 안 보이는 그분 앞에서 보다는 신자가 항상 몸담고 사는 세상과 관계 맺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래야 합니다.
또 거룩하다는 것은 도덕적 종교적 경건을 넘어서는 차원입니다. 죄에선 당연히 깨끗해야 할 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는 구별된 방식의 삶을 살아야 하되, 그분이 맡기신 구별된 일을 수행해야 합니다. 전적인 순종과 감사와 헌신을 바쳐서 말입니다.
10/4/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