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어제 새해 첫 주일 예배를 정말 오랜만에 미국교회에서 드렸습니다. 올해부턴 제 사역의 지평을 좀 더 넓혀보고자 그동안 출석해오던 한국 교회의 목사님에게 양해를 구해 여러 교회를 탐방해보고자 하는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한국에서 오신 손님과 잡힌 오전 약속 시간에 맞추느라 집 근처 미국 교회부터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갔습니다. 근래의 미국 교회의 자유주의적 흐름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과연 얼마나 갈 데까지 갔는지 확인해보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교회를 반쯤 무시했던 저의 선입관이 얼마나 경박한 교만이었든지 확인하는 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예배를 선도하는 찬양인도자의 기도에서부터 제 심령에 경탄 반 감동 반으로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죄악과 염려 모두를 성전 밖에 던지고 성전 안에는 오직 성령의 흐름으로만 충만케 해달라고 간구했습니다.
그리고 찬양의 가사가 저를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찬양 일색이었습니다. 찬양이면 다 찬양이지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싶습니까? 제 뜻은 최근 한국 교회의 찬양 가사는 하나님과 독생자 예수님 그분보다는 그분이 주시는 은혜, 사랑, 축복, 능력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를 치유하고 위로하고 복 주셔서 감사하다는 것뿐입니다.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여 이 땅을 거룩하게 다스리는 차원은 실종되었습니다. 반면에 그 미국교회의 찬양은 요한복음 3:16에 주로 근거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나아가 새해 첫 설교를 초청 강사가 대신 했습니다. 담임 목사가 그 해의 교회목표와 목회방침 등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작 놀라 자빠진(?) 것은 설교 내용이었습니다. 세상의 종말과 예수님의 재림이 급박하게 가까웠으니 준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아마겟돈 전쟁을 어떤 특정 장소에서 일어날 특정 전쟁이라기보다는 종말에 연이어 나타나는 징조들로 해석했습니다. 최근 60년간에 에스겔, 다니엘, 계시록 등에 예언된 종말의 여러 징조들이 집중적으로 다 나타났다면서 대표적인 일곱 가지를 열거했습니다.
불현듯 최근 정초에 한국 교회들이 벌이는 가장 중요한 행사가 생각나 씁쓸해졌습니다. 바로 신년축복특별성회 내지 새벽기도회 말입니다. 교회마다 올 해는 제발 열심히 잘 믿어서 하나님으로부터 작년보다 더 크게 성장하고 복을 더 많이 받아야겠다고 덤빕니다. 최소한 무사무탈 하게 해달라고 빕니다. 물론 교회와 성도 개인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묻는다는 것이 표면적 취지이지만 솔직히 그 내면은 올해 어려운 일이 없거나 복 달라는 것 아닙니까?
정초에 교회가 정작 선포해야 할 메시지는 갈수록 죄악이 관영하고 완악해져 가는 이 세대를 십자가 복음으로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선지자적 소명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신자들에게는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듯이 무엇인지 분별하라”고 촉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성도에게 복을 베푸는 것을 하나님은 기뻐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성도에 대한 참다운 복이며 그분의 온전한 뜻인지는 별개의 문제이지 않습니까?
인간의 죄악과 대비한 예수님의 십자가가 선포되면 교인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겁부터 먹고 있는 것이 작금 많은 교회의 현실입니다. 사람들이 주일 날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어 교회에 나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수님 이야기를 들으려는 것 아닙니까? 너무나 갈급한 영혼에 생수를 공급 받고져 하는 것 아닙니까? 또 영혼이 피폐해진 근본 원인이 하나님과 죄로 원수 되었기 때문이므로 그 해결책은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뿐이지 않습니까?
저는 어제부로 그 동안의 편견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한국 교회만이 십자가 복음이 아직 살아 있고 미국 교회는 복음을 벌써 등졌다는 잘못된 생각을 말입니다. 비록 어제 초청강사의 메시지가 다분히 미국 중심적 해석이 동원되긴 했어도 종말을 경고하며 그 대비책으로 오직 예수님의 의로 죄에서 구원 받으라고 권면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꿔 말해 저는 올해 첫 예배에서 그것도 미국교회에서 소망의 빛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이 남겨두신 거룩한 그루터기에 싹이 나고 있음을 본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재림을 새해 첫 예배부터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해서까지 과감하게(?) 선포하는 미국교회 교인들이 오히려 더 진지했고 또 천여 명이 들어가는 성전이 3부에 걸쳐 가득 차는 모습에서 말입니다.
1/7/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