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목사의 적 목회의 적을 읽고(김청수 목사/도서출판 누가)




제목이 특이하기에, 평신도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가지고 2권 모두를 구입하여 읽어보았다. 1권을 읽으면서 저자의 인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으나 인내하며 2권 끝까지 읽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그 안타까움은 변함이 없었다. “평신도는 절대로 읽지 말라”는 책 소개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2권의 책에서 사례로 나오는 많은 성도들(평신도들과 부목사들=저자는 꾸중 들어야 할 사람들로 생각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불쌍한 사람들이고 힘없는 자들일 수도 있음)의 잘못을 옹호하고픈 마음은 없다. 반성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분명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의 보람도 없이 씁쓸한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되어 유감이다.

느낀 유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이미 노년에 이른 것 같은 어른이며 목회경력 30년이나 되는 목사이며 무수한 은사체험을 한 신령한 자인 저자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아직 저자만큼 살지 못한 사람이며 목회 경험도 없는 평신도이며 아무 은사체험도 못해 본 미련한 성도의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책에 나타나 있는 인식과 논리의 오류를 일일이 지적하지는 않겠다. 다만, 저자가 완강하게 주장하는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며 성도는 어린양이다.”라는 말의 허구는 짚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말은 무척 조심하며 듣기 좋게 표현한 말일 뿐이지, 실제 속내는 ‘목사는 천사와 방불할 정도의 영적존재로서 특급신분이요, 평신도는 지렁이와 같은 하등신분이다.’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인식인 것이다.

저자는 뭔가를 착각하며 책을 썼고 이는 기독 신앙과 목회와 인생에 대한 엄청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자의 오해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3가지만 거론하도록 하겠다.

첫째, 관점의 문제다. 저자는 시종일관 목사입장에서 문제를 관찰하고 해석한다. 간혹 평신도를 이해하는 듯한 표현이 나오기는 하지만, 마치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 같기만 하다. 이러한 관점이 잘못임은 쉽게 증명된다. 만약 어떤 평신도에게 목회자로부터 당한 서운함을 책으로 쓰라고 한다면, 저자의 책과 비슷한 분량의 책을 저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책에 제시된 성도들의 잘못보다 더 많은 목사들의 잘못이 지적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너무 목사 중심적이며 너무 목사 편향적이다. 이제 막 목회의 길에 들어선 신참도 아니요 정말로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고참 목사의 인식력이 겨우 이 정도라면.....

둘째, 저자의 직업관(목사이기에 사역관이라 해야 할 것임)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어려움이 없는 직업은 없다. 공직자이든 사업주든 종업원이든 또는 자영업자든, 때론 감내하기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는 곤경을 수없이 겪게 된다. 그러나 이는 불평할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극복해야 할 당연한 일상사일 뿐이다. 저자의 책에 기술된 다양한 인물들과 사례들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솔직히 말해 교회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세상은 이보다 훨씬 심하며 성도들은 이 험한 세상을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목사도 성도도 역시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인간관계에서의 긴장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 목사와 평신도의 갈등과 충돌 - 필연일 뿐이다! 이것을 평신도들의 잘못으로만 돌리려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상사를 이해하지 않고 불평만 하는 부하직원도 있고, 기업주를 미워하는 종업원도 많듯이, 목사를 이해하지 않는 평신도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세상의 필연적인 정황을 목사만 당하는 억울한 것인 양 기술하는 것은 저자의 인생을 보는 안목의 편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목사란 자기 기대와 다른 현실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불평이나 읊조리고 다른 사람(성도)을 향한 원망이나 하는 사람일 수는 없다. 이런 것 하기 위해 목사된 것 아니다. 세상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다. 목사든 성도든 아니면 세상 사람이든 모든 인간은, 자기 기대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불협화)에 대해 오직 인내하며 극복할 뿐이다!

셋째, 저자는 경제문제도 자주 거론했다. 그 중에는 교회가 목회자 자녀의 대학원 교육비용  및 결혼비용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불평한 것도 포함된다.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대학원까지 자식 공부시키는 부모가 몇 %나 되는가? 빚 안 지고 자식 결혼시킬만한 경제력을 보유한 사람은 몇 %나 되는가? 또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몇 %나 되는가? 이런 사람들은 소수이다. 대부분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나도 자식들의 대학원이나 외국유학은 꿈도 못 꿨다. 아직 출가시키지는 않았지만 출가비용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저자는 그래도 힘들었지만 아들 유학까지 시켰다. 혜택 받은 경우에 해당된다. 무엇을 더 원하는가? 상류층 사람들처럼 호화판 생활을 바라는가? 저자의 지나온 환경이 뭐 그리 ! 불평할 것들뿐인가? 힘들게 사는 평신도들이 그 어려운 가운데에서 조금씩 헌금한 것으로 그만큼 대접받았으면 족하지 않은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가? 현실을 직시하자. 아직 미자립 상태의 개척교회 목회자를 제외하고, 적어도 100여 명 이상 출석하는 교회의 목회자의 평균 삶은 그 교회 성도들의 평균 삶보다는 낫다. 비록 그들이, 자랑이라도 하듯 엄청난 연봉을 받아 챙기는 일부 삯군 목사들에 비해 가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평신도보다는 낫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평신도들은 목사가 평신도보다 조금 못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연한 것 아닌가? 평신도는, 농사를 짓든 장사를 하든, 근본적으로 돈을 목표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목사는 돈 버는 것이 일차 목적이 아니다. 그러니 일차 목적 자체가 다른 평신도가 목사보다 더 잘 살아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가 아닌가? 더 잘 사는 것이 목표라면 목사직에서 빨리 물러나서 세상 직업을 가져야 한다. 너무나 자명한 이 현상이 왜 불평의 한 요소가 되어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욕심인 것 같기만 하다. 성경적인 목사의 경제관은, 모! 든 것을 평신도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에게 주어지는 사례비를 지혜롭게 관리하여 그 사례비 범위 내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녀교육도 시키고 출가도 시키는 것이다. 평신도들은 누구나 이렇게 한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왕 말을 했으니 한마디만 더 하겠다. 사망한 목사의 경우이다. 애달픈 사례이다. 그러나 목사가 아닌 사립학교 교장이라고 가정해 보라. 교장이 과로로 사망했다고 해서 사립학교에서 당연히 모든 장례비용과 가족의 이후 생활을 책임져야만 하는가? 물론 장례를 학교장으로 치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예일 뿐이다. 목사도 은퇴 후 자신의 삶은 자신의 힘으로 미리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슬기롭지 못하게 미리 준비하지 않고 대비하지 못한 목사 자신의 잘못을 성도들에게 전가시켜서는 곤란하다.

저자의 경제관을 의심케 하는 결정적 증거 중의 하나는 예배당 건축에 대한 몰이해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리한 예배당 건축을 시도함으로써 겪는 불협화음은, 결단코 고난의 범주에 속할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보응일 뿐이다. 목사가 자신의 거룩한(?) 욕심에 이끌려 예배당 건축을 막무가내 밀어붙임으로써 위기를 초래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목사가 져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목사는 땅을 치며 회개하고 성도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성도들에게 책임전가 시키기에만 급급한 설명이라니.....

경제관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절대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저자의 책을 상류층 사람들(추천해준 분들 포함)이 아닌, 하루하루 생활전선에서 몸부림치는 서민들에게 읽게 해 보라. 그리고 나서 그들 앞에서 다시 한번 말해보라. “나는 너무 힘들게 살았고 너무 대접 못 받았고 너무 가난했고 너무 억울한 삶을 살았다.”라고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쓴소리 얻어 들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자의 삶은 자신들의 삶에 비해 사치에 가깝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쓴 다음에, 양심의 가책도 없이 엉뚱하게 써 주는 분들에게 추천서를 부탁할 것이 아니라, 빈민의 삶을 조금은 알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몇몇 목사님들께 부탁했었어야 한다. 이런 분들도 현재 책에 인쇄되어 있는 내용과 비슷한 추천글을 써 주었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저자의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이분은 양손에 사탕 하나씩을 들고서 다른 아이의 입에 들어 있는 사탕마저 더 달라고 떼쓰는 아이와 같다.”는 것이다. 저자의 책에 기술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은 저자 홀로 만났던 특이한 부류가 아니라, 어느 직업을 가졌든 모든 이들이 매일 조우하게 되는 실제적인 군상들이다. 바로 나인 것이며 바로 너인 것이다. 애쓰며 극복할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인생사인 것이다! 인생을 보다 진솔하고 바르게 이해했으면 좋겠다. 신앙은 더욱 그렇고.....목회의 황제인 찰스 스펄전의 목사론을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의 인식과 얼마나 다른지...!!!

글을 끝내며 한마디 하고 싶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의 지도자로 있는 한, 교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 목사 직분을 대접받고 잘 살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한, 정말로 교회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잘못된 푸념에 머리 주억거리는 현직목사들이  더 있고, 또 이런 책을 읽고 정신 차려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목사지망생들이 있다면, 교회의 미래는 확인할 필요조차 없다. 은사도 없이 자질도 없이, 맘만 먹으면 누구든지 목사 할 수 있는 현실 - 지금 우리 눈앞에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고, 이 책 또한 그러한 증거물 중의 하나일 뿐이다. 교회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세처럼 바울처럼 주님에게 등 떠밀려 억지로 목사 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나 목사 못 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自薦목사가 아니라 主薦목사만 사역! 해야 한다). 저자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 더 못한 대접을 받더라도 주님 때문에 끙끙대며 울면서라도 가겠다는 각오가 선 사람만 목사직임을 수행하게 될 때, 교회는 비로소 숨을 쉬게 될 것이며 소생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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