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10:8-13)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구원 얻는 믿음 (1) 

 

“그러면 무엇을 말하느냐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하였으니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롬10:8-13)

 

 

신구약 성경 66권이 말하는 바는 누구에게나 예수님이 시작과 끝이므로 십자가 구원의 은혜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승천하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세상 끝날까지 모든 족속으로 제자로 삼아 당신께서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명했습니다.(마28:29, 30) 영혼 구원은 주님이 다시 오셔서 인류 구원의 역사를 마감할 때까지 모든 교회가 충성해야 할 소명입니다. 이 세대에도 교회들이 주님의 제자를 양성하려고 역사상 가장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는 거꾸로 역사적으로 세상의 비난을 가장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 첫째 원인은 신자들이 신자답게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의 신자에 대한 평가는 셋으로 나뉩니다. 첫째 “교회 다니시는 분이라 역시 다르네요”, 둘째 “신자도 우리와 똑같네”, 셋째 “예수 믿는 놈들이 우리보다 더하네”가 그것입니다. 첫째 칭찬은 못 받더라도 최소한 비난이 아닌 둘째는 되어야 하나 지금은 셋째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신자로서 선을 실천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신자라면 해선 안 될 짓들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구원받지 못한 거짓 신자들이 교회 안에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그러면 또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기에 믿음의 내용부터 틀렸다는 뜻입니다. 비유컨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나머지 단추를 정렬해서 끼워봐야 결과는 항상 비뚤어지는 그런 상황입니다. 신자들의 삶이 예수님으로 시작해 예수님으로 끝나지 않기에 신자 본인의 인간적인 욕심과 죄악이 여과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에선 거룩한 척하고 세상에선 정반대로 행동하니까 가장 위선적인 종교인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하나님이 하늘에서 크게 한탄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시리즈로 살펴보려 합니다. 당장에 실천에 옮겨지지 못하더라도 자기 믿음에 혹시 부족하거나 잘못된 측면이 없는지 제대로 알고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빌립보 간수의 믿음

 

무엇보다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진리가 매우 단순하고도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본문의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9절)는 말씀부터 그러합니다. 문자적으로 적용하여 예수님을 주라고 입술로 시인하고 주님이 부활하신 사실을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고 가르칩니다. 

 

본문이 속한 전체 문맥상의 의미는 둘째치고 예수를 주라 시인하고 부활을 마음으로 믿는다는 본문 자체의 뜻도 정확하게 따지지 않습니다. 구원 얻는 믿음에 대해 조금 깊이 따지려 들면 오히려 순전한 믿음이 아니라고 의심 반발합니다. 바울이 빌립보 간수에게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행16:31)고 권면하여 회심시킨 생생한 증거가 있지 않으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빌립보 간수의 회심 사건이야말로 믿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사항이 많습니다. 

 

두 번째 선교 여행 중인 바울 일행이 빌립보에서 귀신 들린 점치는 여종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고쳐주었습니다. 수입이 끊기게 된 주인이 로마인이 따라서 안 되는 풍속을 퍼트린다는 죄목으로 관가에 고발했습니다. 로마 관원들이 바울 일행을 매로 친 후에 옥에 가두었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밤중까지 기도하고 찬양했습니다. 그 소리를 다른 죄수들이 들었다고 성경이 증언하는데 감옥에 갇혔어도 밤늦게까지 십자가 복음을 죄수들에게 전했던 것입니다. 

 

그러는 중에 홀연히 큰 지진이 일어나 옥 터가 움직이고 사도들을 묶은 사슬들이 다 풀리고 옥문까지 열렸습니다. 바울 일행을 지키던 간수가 놀라서 잠에서 깨고는 죄수들이 다 도망간 줄 알고 칼을 꺼내서 자결하려 했습니다. 당시 로마 법상 죄수가 도망가면 간수는 그 죄수에게 선고된 형벌을 그대로 받아야 했습니다. 간수는 끔찍하고 잔인한 처형을 당하느니 차라리 단번에 자살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로마 시민인 바울도 그런 규정을 아니까 자기들이 도망가지 않았으니까 죽을 필요가 없다고 만류했습니다. 

 

그러자 간수는 “선생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라고 질문했고(행16:30), 바울은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31절)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간수는 그날 밤 자기 집으로 바울 일행을 데리고 가서 그 권면대로 식솔들과 함께 예수를 믿어 그의 집도 구원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을 로마인 간수가 단순히 바울의 그 권면만 믿고 곧바로 예수를 믿었을 리는 없습니다. 

 

그는 먼저 예수님의 제자들이 스승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찬양하니까 엄청난 기적이 일어난 것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했습니다. 자연 재앙 중에 지진이 가장 두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생존의 터전인 땅이 갈라지고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간수는 극도의 공포에 질려서 순간적으로 죽음 앞에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느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제자들을 옥에서 풀어주기 위해서 예수의 이름으로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실제로 사도들로 인해서 자기가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바울이 자하려든 기를 말려주었는데 그들의 믿음의 주인 예수님이 자기를 살려준 셈입니다. 

 

곧바로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는지 물은 것도 평소에 그는 자신이 영적으로 너무 가난하다고 절감하고 참 하나님의 참 구원을 얻고 싶다는 소원을 품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최소한 음란한 우상 숭배와 온갖 사악한 죄로 타락한 로마 사회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바울이 그의 집에 가서 함께 식사하는 동안에 예수님이 누구인지 또 그를 믿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을 것이며 그래서 자신의 영적 갈증이 깨끗이 해소되었을 것입니다. 

 

그가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한 것이 언뜻 한순간의 결단처럼 보이나 그전부터 하나님이 이끌고 계신 구원의 여정을 따라서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평소부터 참된 구원에 관해 관심을 가졌고, 우상 숭배와 죄악으로 타락한 로마 사회를 멀리하고 싶었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엄청난 기적을 체험했고, 자신이 실제로 죽다 살아났으며, 예수님과 십자가 복음에 대해 정확히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빌립보 간수의 구원 사건은 거꾸로 로마서 본문을 문자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차별 없는 복음

 

모든 성경 해석에서 그래야 하듯이 본문도 문맥상의 의미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바울은 로마서 1-8장까지 십자가 구원의 진리에 대해서 설파했습니다. 복음의 은혜 안에 들어온 신자를 세상의 어떤 것도, 심지어 사망마저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롬8:31) 그럼 이어서 그 진리를 삶에서 실천하는 방안을 설명해야 하며 실제로 바울이 지은 서신서가 전부 그런 패턴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본문이 속한 9-11장은 복음의 실천 방안과 거리가 멀며 그것은 12장에서부터 가르칩니다. 따라서 롬 8:31은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12:1)와 연결되어야 의미의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예수 안에 있는 신자는 죽어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끊어지지 않으니까, ‘그러므로’ 그 몸을 하나님께 살아있는 제물로 드리라 즉, 삶에서 사나 죽으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로마서 9-11장은 뜬금없이 유대인의 구원에 관해서 설명합니다. 말하자면 8장까지 설명한 십자가 구원 원리에 대해 보충 설명하려고 유대인의 예를 중간에 삽입시킨 것입니다. 바울 당시도 예수를 믿어서 구원받는다는 진리에 대해 일부 신자들이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선행 공적 자격을 전혀 보지 않고, 심지어 당신과 원수 된 자들마저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 죽음의 은혜를 순전히 받아들이면 구원해주십니다. 인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신분 재력 지식 종교 인종 나라 등 그 어느 것도 당신이 베푸는 은혜의 구원에 전혀 장애 요소가 안 됩니다. 

 

문제는 유대인의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그 동족들이 배척했고 그를 따르는 신자도 유대인보다 이방인 신자가 훨씬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그것도 당신의 택한 백성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차별 없는 긍휼과 십자가의 조건 없는 사랑과 상충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9-11장에 걸쳐서 하나님이 유대인을 구원함에 차별은 전혀 없다고 변증했습니다. 완전하신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에는 어떤 불의도 없으므로 많은 이방인이 먼저 믿지만 결국에는 유대인들도 당신께서 정하신 숫자만큼 반드시 구원하신다고 선언했습니다.(롬11:25, 26)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택한 족속인데다 거룩한 율법까지 받아 그대로 지키고 성전 제사도 드리므로 자기들이 천국 가지 못한다고는 꿈에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율법을 모르는 이방인들과는 상종도 하지 않았으며 율법 규정에 따라 부정한 세리와 창녀와 안식일 규정 같은 장로의 유전들을 지키지 않으면 동족이라도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자라고 정죄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와서 마치 안식일과 성전을 부인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유대인들의 그런 선민의식은 크게 잘못되었으므로 유대인들더러 죄에서 돌이키라고 꾸짖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도 반드시 당신의 십자가의 조건 없는 용서를 믿음으로 받아들여야만 구원을 얻는다고 선포했습니다.

 

하나님은 유대인들은 물론 신약 성도들의 믿음의 선조인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불러낼 때 모든 열방으로 당신을 알게 해주라는 소명을 주었습니다.(창12:3) 아브라함과 그 후손인 유대인만 구원해주려는 계획은 하나님께는 처음부터 아예 없었습니다. 아브라함도 율법을 주시기 전에 오직 당신을 믿는 믿음을 보고 구원해주었습니다. 율법은 오백 년 후 출애굽 때 시내 산에서 모세에게 수여했으며 그때도 다시 이스라엘을 열방 앞에 당신의 제사장 나라로 세웠습니다. 이스라엘도 선조인 아브라함에게 주신 복의 근원이 되라는 소명을 온전히 지키겠다고 하나님과 피의 언약을 맺었습니다.(출19장) 그런데도 유대인들은 그 언약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율법으로 이방인과 일부 유대인들을 차별 정죄 심판했습니다. 

 

바울은 그래서 구원에서 민족을 차별한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유대인들이었고 예수님은 그런 유대인들에게도 당신의 십자가 복음을 믿어서 구원받으라고 초대했다고 지금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언약을 절대 수정 취소하지 않으시기에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로마서 9-11장의 주제는 개인의 구원에 관한 방법과 절차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유대인과 이방인 간의 민족적 차별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도 유대인이나 헬라인에게나 차별이 없다고(14절) 그 주제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율법과 믿음

 

이제 본문 자체의 뜻을 살펴봅시다. 바울은 가장 먼저 자기들이 전파한 믿음의 말씀 즉, 십자가 복음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8절)고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이 복음을 유대인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해서 그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바울은 의도적으로 “그 말씀(율법)이 네게 매우 가까워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은즉 네가 이를 행할 수 있느니라”는 신명기 30:14의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르친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이는 율법이 삶에 밀착된 쉬운 내용이므로 누구나 쉽게 지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율법의 첫째 계명인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지니라”(신5:7)는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 한 분만 온전히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하나님 아버지로 모시고 따르면 나도 너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선악과에서 시작하여 율법은 물론 당신의 백성들과 맺은 구약의 모든 언약에서 이 구원 원리를 바꾼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바울은 모세의 교훈에서 “네가 이를 행할 수 있으리라”를 빼고 대신에 믿음을 강조했습니다. 십자가 복음도 구원에서 인간이 가진 어떤 것도 장애 사항이 안 되고 마음에 믿으면 되니까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관된 구원 원리를 당신께서 온전한 사랑으로 실현해 보여준 것이 십자가입니다. 그래서 바울이 본문 앞에서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롬10:4)고 즉, 율법의 뜻을 완전히 실현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공사역 중에 신명기 30:14를 신약 버전으로 바꿔서 그런 구원의 원리를 이미 가르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마11:29, 30) 모세의 신명기 교훈과 똑같은 말씀입니다. 바울은 주님의 이 말씀에 근거하여 자기들이 전한 십자가 복음은 가까이 있으니 순전히 믿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따라서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는 신명기의 그 말씀과 연결된 표현이므로, 전체 문맥의 주제대로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토록 신실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이 말씀을 문자적으로 접근해서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잘못 적용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구원을 얻는 순서로 간주해서 그대로 따라야 하고 특별히 입술로 시인하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하는 것처럼 가르칩니다. 심지어 입술로 시인하는 방식을 갖고도 구원받는 방식과 그렇지 못한 방식이 있다고 다툽니다. 물론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 자신의 믿음을 담대히 고백하는 절차를 갖는 것은 아주 의롭고 믿음이 더 견고해지는 계기는 분명히 됩니다. 그러나 지금도 공산국가나 이교도 지역에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아 순교 당하는 자는 그런 절차를 거칠 수도 없습니다. 그냥 하나님께 자신의 순전한 믿음을 겸손히 고백하면 됩니다. 

 

둘째는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믿음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기독교의 객관적인 부활 교리를 믿는 정도로도 구원받았다고 간주해버립니다. 대표적으로 한창 유행했던 사영리(四靈理) 전도법을 들 수 있습니다. 

 

네 가지 영적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첫째 하나님은 누구나 사랑하시며 각자를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시나, 둘째 모든 인간이 죄로 타락해 그 계획을 알 수 없게 되었기에, 셋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죄 사함을 받아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할 수 있으므로, 넷째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여 구원을 선물로 받으라고 권면하는 것입니다. 

 

그 네 원리는 정확히 복음을 축약한 것일 뿐 아니라 전도하는 방식에도 시비를 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권면에 동의하고 그대로 믿는다고 고백만 하면 마음으로 믿었다고 보고 세례를 주면 구원 절차가 끝난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입니다. 물론 그렇게 전도해도 성령이 역사하여 정말로 순전한 믿음이 생기면 구원은 일어납니다. 성삼위 하나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하는 구원을 인간 제삼자가 절대로 판단할 수 없고 또 그래선 안 됩니다. 사영리 전도법은 그런 섣부른 판단을 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유학생 교회 사역을 시작했을 때 사영리 전도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간단히 복음을 가르치고 그대로 믿는다는 고백을 받고 침례를 주었던 첫째와 둘째 교인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자 교회 출석을 그만두고 지금껏 믿음과는 거리가 먼 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희 교회로부터 고달픈 미국 유학 생활에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는 데다 담임목사가 가르치고 권하는 내용을 대놓고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저로선 복음의 원리를 가르치고 믿는다는 입술의 고백까지 들었으나 그들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 

 

바울이 입술로 시인하기 전에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은 일회적인 혹은 단기적인 생각이 아니라,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주관하는 인간의 내면 전부입니다. 모든 인간은 마음에 하나님과 자기 둘 중 하나를 주인으로 모시고 있으므로 마음은 사람의 정체성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담의 타락 이후로 모든 인간의 마음에 하나님은 사라졌고 오직 자기만 남아 있습니다. 또 그런 마음에 따라 이 땅에서의 자기 형통과 출세만을 목적으로 살게 된 것입니다. 간혹 둘을 함께 모시는 자가 있지만 자기를 치장해 달라고 하나님의 도움만 구하므로 여전히 자기가 주인입니다. 

 

예수님 당대의 유대인들도 하나님을 믿고 따랐으나 오직 자기들을 높이려는 목적뿐이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과 공회의 관원들은 백성들 앞에선 의로운 척해도 뒤로는 자기 권세를 이용해 치부하기 바빴습니다. 그들의 실제 주인은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들이었고 뒤에서 조종하는 사탄의 검은 손에 놀아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회칠한 무덤처럼 위선자라고 정죄하자 자기들의 실체가 들통이 나고 자존심이 상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단 것입니다. 

 

예수를 주로 시인한다는 것은 자신의 이전 주인인 자기를 완전히 몰아내고 오직 예수님을 실제 주인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주인으로 모신다는 의미도 당시의 관습에 비추어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 당시의 종은 평생 주인의 집에 종속되어서 주인의 말이라면 하나 빠짐없이 반드시 그대로 복종해야 합니다. 하나라도 어기면 주인은 재량껏 형벌을 가하거나 심지어 죽여도 되었습니다. 반면에 종의 먹고 마시고 입는 기본적인 생활은 주인이 전부 책임져 줍니다. 

 

종에게 그런 부정적 의미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주인의 마음에 드는 종은 주인 대신에 전권을 가지고 주인의 사업을 운영하고 이익금도 자기 판단하에 임의로 새 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브라함과 엘리에셀의 경우에서 보듯이(창15:2) 자식이 없는 주인은 충실한 종을 양자로 삼아 모든 기업을 물려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들이 많아도 하나같이 마음에 차지하지 않으면 양자 삼은 종을 가문의 지도자로 세우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을 주로 시인한다는 것은 실제로 주님의 종이 되어 실제로 주님의 모든 말씀에 순종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의 생명까지도 예수님에게 맡기면 나머지 모든 것을 주님이 책임지고 보호해주는 그런 관계로 완전히 맺어져야 합니다. 

 

초대 교인더러 로마 황제를 주(the Master)라고 시인하라고 한 것이 같은 맥락으로 너희 삶은 물론 살고 죽음도 황제가 다 주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게 경배하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수님 탄생 때 통치한 아구스도 황제가 좋은 소식 즉, 복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었듯이 당시 세계에 전쟁을 종식시키고 경제적 풍요를 보장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땅의 형통만 바라는 모든 족속은 로마 황제를 주라고 고백하고 경배하는데 거리낄 요소는 없었습니다. 예수를 믿기 전의 빌립보 간수가 자결하려 한 이유도 영적 차원에선 몰라도 현실에선 로마 황제의 그런 권세 아래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에 당시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삼위 하나님만이 온 땅의 참 주인임을 믿는 기독교 신자로선 로마 황제를 경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 현실적 형통과 출세가 보장되고 한 번만 굴복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존재와 삶과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룩하고 의미 있게 이끌어주시는 이는 오직 예수님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죽음마저 불사할 수 있었던 그들의 믿음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바울이 십자가 복음의 결론으로 선언한 대로 사망마저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자신들을 끊어낼 수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처럼 부활한다고 온전히 믿었기에 로마 황제에게 절하지 않았던 것이며 그러는 것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마음에 믿는다는 본문 말씀의 뜻입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진짜 주인이었고 그들은 예수님의 진짜 종이었습니다. 

 

예수 믿은 후의 빌립보 간수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교회 전승은 그가 바울이 전도한 비단 장수 루디아와 함께 빌립보 교회를 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틀림없이 곧 닥칠 네로의 첫 박해 때 큰 곤욕을 치렀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는 풍요로운 삶이 보장되는 로마의 관직을 버리고 예수님을 위해 헌신했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믿어서 이미 구원을 얻으면 그렇게 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비난받지 않으려면?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는 바울의 가르침에 히브리어 고유의 표현법이 적용되었음도 감안해야 합니다. 반대되는 사안을 진술하여서 부정을 강조하는 방식인데, 그래서 행위와 반대로 믿어야만 구원받는다는 것은 행위로는 절대 구원받지 못한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의도입니다. 지금 유대인들은 율법의 행위로 구원받는다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유대인들은 반드시 구원받아야 한다는 그 생각, 즉 행위로 구원받는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바울이 변증하는 중입니다. 말하자면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의 은혜는 당연히 또 반드시 믿어야 하지만 믿음 자체가 구원 얻을 수 있는 방안 즉, 영어로 치면 ‘by faith’가 아니라 통로 ‘through faith’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구원을 주는 근거는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 하나뿐입니다. 누차 말씀드린 대로 인간의 공적, 선행, 자격, 조건, 능력 등은 단 한치도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기독교 교리를 배워 믿으려 노력하거나 믿기로 결단하는 것도 두뇌의 사고 활동이므로 인간의 행위에 속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구원의 진리를 설명하는 로마서 맨 서두에서 복음을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정의부터 내렸습니다.(롬1:16) 당신께서 택한 자에게 먼저 성령으로 간섭해서 거듭나게 해주어야만 예수님을 주라고 시인하고 부활을 마음으로 믿게 됩니다. 하나님이 능동적 선도적으로 구원의 선물을 주시면 신자는 그에 믿음으로 반응하여 그 선물을 감사함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의미이며 그래서 믿음은 구원의 방법이 아니고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빌립보의 간수에게도 하나님이 구원을 먼저 선물로 주셨습니다. 지진의 기적이 없었으면 예수님을 믿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고, 그전에 바울을 만나지 못해 그의 전도를 받지 못했으면 구원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간수가 예수를 믿어서 구원을 얻게 되는 데는 확률상 도저히 계산이 안 되는 하나님의 필연적인 섭리가 하나님에 의해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마침 바울 일행이 빌립보에 들렀고, 마침 귀신 들린 여종을 고쳤고, 마침 고소를 당해서 자기가 담당하는 감옥에 갇혔고, 마침 밤중에 지진이 일어났고, 마침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는 의로운 바울을 만났고, 마침 자결하려던 순간에 바울이 만류하는 등등의 그 많은 마침이 합쳐진 후에 그가 예수를 믿은 것입니다. 인간의 생각에는 우연의 일치로 보이나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여러 번 겹치면 하나님의 필연적 역사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죄에 찌든 인류를 구원하려고 창조부터 마지막 날까지 하나님의 필연들이 섭리하는 절대적 진리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인간과 세상사에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지금 대두되고 있는 기독교의 온갖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이 변화시키지 못할 천하의 극악한 악인은 없으며, 무너뜨리지 못할 세상의 흑암의 세력도 없습니다. 

 

교회는 신자들로 십자가 복음으로 거듭난 새 사람으로 만드는 일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교인 숫자에 연연할 필요 없이 단 한 명이라도 빌립보 간수처럼 마음으로 믿는 구원으로 초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면 동료 성도와 불신 이웃에게 예수 십자가의 은혜와 권능이 그를 통해 역동적으로 번져 나가게 됩니다. 목사가 강요 권면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꺼이 충성 헌신합니다. 신자가 바울처럼 사나 죽으나 예수님을 위해서 살면서 감옥에 갇혀도 기도하고 찬송하면, 불신 이웃이 빌립보 간수처럼 신자에게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오게 됩니다. 

 

신자더러 단순히 착하게 살면서 성도와 교회를 잘 섬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많은 목사가 체험하듯이 일시적 효과에 그칩니다. 자칫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폐지한 율법의 의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예수님을 진짜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기독교가 가르치는 도덕적 의와 종교적 경건만으로 그분의 신실한 제자가 된 양 착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교회가 오히려 신자더러 믿음, 즉 구원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생명만 증거하면 됩니다. 성경을 통해 예수님이 어떤 분이며, 어떤 일을, 왜, 어떤 의미로 행했고,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말로 진지하고도 단호하게 절대적 진리로 선포하며 가르쳐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한 죄인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주체는 성령님이므로 쉬지 말고 성령의 인도를 구해야 합니다. 교회와 신자에게 예수님이 진짜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서 신자들이 예수님의 참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 외에 기독교가 살아나는 길은 절대 없습니다. 

 

(2/2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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