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본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복음으로써 내가 너희를 낳았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전4:15,16)
바울이 고린도 교회 안에 당파가 생겨 서로 반목질시하는 잘못에 대해 타이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자기는 아비 같이 그들을 사랑하니까 자신을 본받으라고 합니다. 그럼 이상하지 않습니까? 베드로나 아볼로를 따르지 말고 자기 쪽으로 세를 모으는 권유가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그것도 일만 스승 가운데 자기는 아비라고 말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바울이 그런 뜻으로 말했을 리는 없습니다. 분쟁의 해결책으로는 이미 그리스도의 일군이 되어 하나님께 충성하라고 제시했습니다. 그 충성한 예로 사도들이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사도인 우리를 죽이기로 작정한 자같이 미말에 두셨으매”라고 하나님께 충성하여 핍박을 받은 자를 분명히 복수로 지칭했습니다. 그럼 바울이 자신을 본받으라고 하는 말에 베드로와 아볼로도 당연히 포함되는 셈입니다.
그보다는 일만 스승과 복음의 아비가 되는 것의 차이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스승의 목적은 지식을 전수해 가르치는데 있습니다. 구태여 자신이 환난에 처하면서까지 가르칠 이유는 없습니다. 반면에 아비는 아들을 온전한 어른으로 양육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오직 자식이 잘 되기만 소원하기에 얼마든지 환난을 감당하고 자식 대신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울이 교인들을 사랑한다 해도 육신의 자식 같은 존재일 수는 없습니다. 바울이 교인 한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을 경우가 사실은 없다는 뜻입니다. 또 일만 스승들도 틀림없이 교인들을 얼마간 혹은 무척 사랑하는 자가 있었을 것입니다. 나아가 스승이나 사도나 교회에서 어차피 기독교를 가르치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스승과 아비를 가르는 기준이 사랑의 세기보다는 가르치는 내용에 달렸습니다. 예수만이 구원의 유일한 길이며 경배 받을 유일한 주라고 가르치면 다른 종교로부터 또 황제숭배를 강요하는 로마당국으로부터 필연적으로 핍박이 따릅니다. 그런데도 자기 목숨을 걸면서 복음을 바로 가르치는 자는 아비요, 적당히 타협하거나 가르치지 않으면 스승이라는 것입니다.
바울이 그럴 수 있었던 근거가 무엇이었습니까? 복음이야말로 교인들을 진짜 살리고 죽이는 관건이라는 확신 아닙니까? 인간은, 설령 교회 안에 들어온 자라도, 복음 밖에 있으면 세상에서 아무리 형통해도 실제로는 죽은 것이요, 복음 안에 들어오면 세상에서 핍박 받아 순교까지 당해도 실제로는 영원한 참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바울은 예수 십자가만 붙들면 세상에서 어떤 취급을 당해도 된다는 진리를 가르쳤고 또 그 가르친 대로 실제 죽이기로 작정된 미말에서 천사와 사람의 조롱거리가 되었기에 아비였습니다. 반면에 그런 확신 없이, 다른 말로 십자가를 자신의 산 체험 없이 교리적으로만 가르친 자는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신자로서 동료 교인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참 된 사랑 즉, 아비 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단순히 수고와 희생을 최대한도로 바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인간을 온전히 살리고 죽이는 복음 안에서 사랑해야 합니다. 바울처럼 교인더러 자신을 본받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참 사랑입니다. 단순히 의롭게 살고 성도를 잘 섬기며 교회 일에 성실한 자가 되라고 권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십자가 복음에 진짜로 전 인생을 거는 자가 되라고 안타까운 사랑으로 선포해야 합니다.
요컨대 자기부터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더라도 예수를 위해 살고 죽는 모습을 성도들이 보고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성도가 그렇게 될 때에 베드로 아볼로 바울로 나눠서 분쟁할 리도 절대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 믿음이 연약한 성도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이전에 과연 나를 본받으라고 담대히 말할 수 있습니까? 단순히 예수 믿으라고 말로 전도하지 말고 정말 생명을 걸면서 몸으로 전도, 아니 복음을 삶에서 실현하고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12/2/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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