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상2:1-12) 자손 대대로 물러주어야 할 고난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을 지켜 그 길로 행하여 그 법률과 계명과 율례와 증거를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무릇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할지라.”(왕상2:3)

 

 

다윗이 임종 직전 후대 왕으로 세운 솔로몬에게 유언하는 내용입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반은 솔로몬 개인이 왕으로써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며(1-4절), 후반은 다윗이 미처 결말 짓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 해달라는 일종의 업무 인수인계에 관한 것입니다.(5-9절) 후반은 또 당신에게 불충했던 요압과 시므이를 백발로 평안히 죽게 하지 말라 즉, 반드시 죽이라는 것과 당신에게 우대했던 길르앗 바실래의 아들들에게는 은총을 베풀라는 것 둘로 나뉩니다.

 

언뜻 다윗의 개인적인 원한관계를 대신 해결해 달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윗을 음해 중상 대적한 신하들이 그 둘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죄질이 나쁘고 또 살려두면 왕국이 든든히 서는 데에 위협이 될 만한 요압과 시므이 두 사람만 택했습니다. 또 그 둘에게 벌주는 구체적 방법은 솔로몬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왕으로써 지혜를 잘 발휘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그 둘을 죽이라는 유언만 했다면 한풀이였겠지만 바실래의 아들들에게 은혜를 갚으라는 유언도 했습니다. 솔로몬이 즉위함과 동시에 일종의 본보기로 공평과 정의를 실현케 함으로써 장차 왕의 직분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을 주려는 뜻도 분명히 있었던 것입니다. 다윗 개인의 감정적 측면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일은 혼자서 다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천재나 영웅을 세우는 것은 하나님이 일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다윗이 죽음을 앞두고 의식과 판단이 흐려졌을 만한데도 그 지혜가 돋보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상기 본문이 정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면 “네가 무릇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마지막 죽음을 맞는 자리나 그것을 넘어서 가더라도, 형통하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솔로몬은 아비의 유언을 온전히 따르지 않아서 왕으로써 이스라엘을 현실적 정치적으로 든든히 세우는 데는 형통했을지 몰라도, 하나님의 율법대로 살지 않아 영적으로는 평생을 두고 헛되고 헛되다는 한탄만 되뇌었습니다.

 

반면에 아비 다윗의 일생을 되돌아보면 크게 하자 잡을 일이 없습니다. 밧세바와의 간음 사건 하나를 빼고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현실적으로 형통한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면 다윗은 처음 골리앗과의 전투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고달픈 일생을 살았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아들들의 분쟁을 겪었듯이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의 하루하루 삶은 정말로 목숨을 건 쟁투였고 아들들로부터 두 번이나 반역을 당할 만큼 비참했습니다.

 

그의 인생이 너무나 고달팠었다는 사실을 그가 지은 시편들이 증명해주지 않습니까? 대부분이 하나님 어서 빨리 자기를 구원해 달라는 간구였습니다. 심지어 그분에 대한 의심 불만 원망으로 시작하는 시편도 많습니다. 그가 하나님의 계명대로 살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형통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럼 또 성경이 말하는 형통은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는 뜻도 됩니다.

 

그의 시편에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습니다. 한 결 같이 하나님께 감사 찬양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현실의 환난과 사람들로부터의 상처와 영적인 메마름으로 여전히 쓰러져 있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그분께만 소망을 둠으로써 다시 일어나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현실의 고난은 여전해도 하나님 안에서 영적인 평안과 기쁨을 회복했다는 것입니다. 또 그런 경험이 자꾸 쌓이다보니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받은 지난 은혜들을 회상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은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경 기록상으로 그가 지은 유일한 죄였던 밧세바와의 간음사건은 아무 고난 없이 편안하게 휴가를 즐길 때에 저질렀습니다. 고난이야말로 죄의 본성이 살아 있는 신자를 연단시켜서 바로 세웁니다. 죄의 본질이 바로 자기를 앞세우고 높이는 것인데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환난이 닥치면 자연히 자기를 낮추게 되고 필연적으로 하나님을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역으로 따지면 솔로몬은 현실적으로 형통하다 보니 영적인 타락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처첩을 거느린 것은 하나님의 뜻으로 따지면 공식적으로 간음한 죄이지 않습니까? 이제 참으로 흥미로운 결론에 이릅니다. 아비 다윗이 아들 솔로몬에게 고난을 물러주었다면 하나님 안에서 참된 형통을 하지 않았을까요?

 

오늘날의 신자들에게도 정확히 적용되는 성경의 메시지입니다. 흔히들 자식에게 첫째 유산으로 신앙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실천하려는 신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로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하고 기독교적 의식과 관습에 충성하는 도덕적 율법적 종교적 믿음입니다. 그러니까 자녀 스스로의 자발적이고 충만한 감사와 기쁨을 소지했는지는 전혀 살피지 않고 메마른 교회 생활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자녀들에게 믿음을 만들어서 교회가 부모 대신에 물려줄 것이라는 헛된 소망을 갖습니다.

 

유산은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참 신앙은 다윗처럼 하나님과 매일 실제 삶에서 갈등 고뇌 씨름하여서 현실 고난은 여전해도 정말로 그분과 개인적인 친밀한 교제와 동행을 더욱 경건하고 신령한 차원으로 승화시켜나가는 실력입니다. 자녀들에게 고난을 스스로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안에서 해결해 나가는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부모부터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며 고난 중에 정말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자녀 신앙 교육은 교회의 주일 모임이 아니라 부모의 평생의 삶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긴 해도 자녀에게 정말로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면 고난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 스스로 말씀보고 기도하게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믿음 생활에 충성하면 형통할 수 있다고 말로만 종교로만 가르치면 부모의 신앙부터 기복주의에 불과하다는 반증입니다.

 

6/19/2019


나무십자가

2019.06.30 12:28:45
*.47.143.146

목사님.  안녕 하신지요..?

 

. 다섯번째 문단의 (크게  하자 잡을 일이 있습니다.)

ㅡ없습니다ㅡ의 오타가 아닌지요? ^^

master

2019.06.30 13:50:49
*.115.255.228

나무십자가님 너무 감사합니다. 바로 고쳤습니다. 단순한 오타가 아니라 정말로 크게 하자 잡을 만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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