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언제 유월절 만찬을 드셨는가?

 

[질문]

 

요한복음의 기록에 따르면 예수님이 유월절 전 날에 식사를 행했다고 하므로 공관복음서와 일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유월절 어린 양으로 오신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요?. 정확히 언제 그 식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많은 신자들이 언뜻 그런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셨습니다. 평소에 성경을 아주 깊이 있게 정독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선 관련 구절들을 비교해 보십시다.

 

“이르시되 성안 아무에게 가서 이르되 선생님 말씀이 내 때가 가까이 왔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 하시니.”(마26:18) “어디든지 그가 들어가는 그 집 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의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나의 객실이 어디 있느냐 하시더라 하라”(막14:14) “유월절 양을 잡을 무교절날이 이른지라 ... 그 집 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이 네게 하는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먹을 객실이 어디 있느냐 하시더라 하라.”(눅22:7,11)

 

마태, 마가, 누가 공히 니산월 14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유월절에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했다고 기록합니다. 반면에 요한은 어떻게 기록하고 있습니까?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요13:1-3)

 

우리말 성경에는 “저녁 먹는 중에”가 3절 서두에 나오지만 헬라원문은 2절 앞에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성경도 2절을 “And supper being ended”(저녁식사가 끝날 즈음에)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1절도 “유월절 전”(Now before the Feast of the Passover)이라고 말하니까 유월절의 하루 전날에 최후의 만찬을 행한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데도 나중에 요한은 유월절에 처형당한 것으로, 정확하게는 유월절 식사를 마치기 전에 재판이 이뤄졌다는 식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예수를 가야바에게서 관정으로 끌고 가니 새벽이라 그들은 더럽힘을 받지 아니하고 유월절 잔치를 먹고자 하여 관정에 들어가지 아니하더라 ( 요18:28) 그러나 다시 "이 날은 유월절의 준비일이요 때는 제육시라 빌라도가 유대인들에게 이르되 보라 너희 왕이로다.”(요19:14)라고 하니까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요컨대 문자적 기록만으로는 공관복음은 최후의 만찬을 유월절에 했다고 말하는데 반해 요한복음은 하루 전이라고 말하는 모순이 생깁니다. 공관복음 저자들은 “유월절이 아닌데도 왜 유월절에 식사를 했다고 기록했느냐?“는 질문이 제기 됩니다.

 

이에 대해서 전통적인 해석들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태양력과 태음력에서 나타난 차이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유월절이 언제였는가를 따지는 데는 유용해도 왜 전날이라고 기록했는지는 해명하지 못합니다. 둘째 배교자 예수에게 제사장들이 유월절 양을 주지 않아서 다른 시간에 먹었기 때문이라고 하나 성경은 분명히 유월절 식사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이론은 공관복음 저자들이 유월절 전날의 식사에 유월절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1:30)으로 오셨고 십자가에서 당신께서 그 양으로서 죽임을 당하실 것이므로 굳이 유월절에 양을 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변증이 가능해졌습니다.(이후의 설명은 The MacArthur Study Bible의 요한복음 서론의 관련 부분인 page 1570/1을 번역 보충한 것임)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 사이에는 날짜를 정하는 방법이 이스라엘의 남부와 북부가 서로 달랐다는 것입니다. 이는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의 기록과, 기원 후 2세기에 구약의 세부규정에 대한 전승을 집대성한 미쉬나와, 기타 유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예수님과 대부분의 제자들이 자라고 활동한 갈릴리 지역을 포함한 이스라엘 북부는 오늘날처럼 일출에서 다음날 일출까지를 하루로 친 반면에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는 일몰에서 다음날 일몰까지를 하루로 쳤다고 합니다. 성전이 예루살렘이 있었고 바리새인 사두개인들 같은 공회원들이 남부에 살았기에 유대의 하루는 공식적으로 일몰에서 일몰까지로 쳤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실생활에서는 서로 간에 날짜 계산에 이런 착오가 있어서 불편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이점도 있었는데 예컨대 유월절 식사를 명목상으로는 이틀 연속이 되게끔 두 번을 행하도록 허락해 지역별 소외감을 없앴다고 합니다. 성전에서 어린 양을 바치는 시간도 두 시간에서 네 시간으로 늘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날짜 계산법에 따라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유월절을 금요일 일출에서 다음날 토요일 일출까지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예수님을 체포 재판 처형한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유월절을 목요일 일몰부터 금요일 일몰까지라고 간주한 것입니다. 어쨋든 유월절 식사는 목요일 저녁에 행해지고 금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유월절인데 서로 시간 계산만 달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사장과 바리새인 등의 입장에선 유월절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입장에선 그 전날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요한복음을 읽는 유대인 독자들은 실제로 두 방식의 날짜 계산이 있었기에 별 문제없이 쉽게 이해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복음서끼리 서로 상충되어 보이는 기록들이 관련된 연구를 심화시켜서 오히려 성경 기록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높여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참으로 이런 정미한 성경을 소지했다는 것이 큰 은혜입니다.

 

시간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구체적으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예수님은 규례대로 유월절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드셨고 또 성전에서 유월절 양이 죽임을 당하는 그 시간(날)에 당신께서도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 것입니다. 한마디로 주님이 유월절 어린 양으로 오신 의미는 한 치도 손상되지 않습니다. 

 

(3/2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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