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 는 필립얀시의 책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선물로 주신 기쁨이 늘 있었다. 그 기쁨이 제 것인 양 생각하여 그것이 교만해져서 문제였고, 또 그것을 잘난척 하느라 정신없어 문제였지만 참 신기한 기쁨 가운데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 기쁨이 요즘 살그머니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염려가 된다.
몇일 설악산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비경, 활홀한 절경이라 감탄하고 신음할 수 밖엔 없는 설악산의 아름다움 앞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솜씨를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방 바다로만 둘러 쌓여있던 곳에서 살며 산이 그리워 산이 그립다라고 자주 웅얼거리며 살다가 찾게된 설악산은 정말 아무런 말이 필요없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부터 빠져나오는 신음, 그 신음 소리밖엔 무어라 표현키 어려운 아름다움이였다. 아이도 난생처음 보는 듯 산 기슭을 타고 올라오는 구름안개의 모습이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속초시장을 들렀다. 생선들이 펄펄 살아 뛰고 있다. 다리가 긴 홍게며 꿈틀거리는 문어의 모습들이 또 아이에게 신나는 기쁨을 주었다. 카메라로 시장의 모습도 담으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찍어대는 딸의 모습을 보며 고국이 좋은가 보다 싶은 생각에 흐믓한 맘이 되어졌다.
잠자리에 누워 보았다. 눈을 감으니 펄펄 뛰는 생선들만 떠오른다. 하루종일 다니며 눈에 넣어두어도 아까운 듯한 이모양 저모양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예수님을 향한 내 맘의 뜨거움은 하나도 일지를 않는 것이다. 고국에 돌아와서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시간들, 그리고 한가한 시간들을 골고루 맞이하고 있지만 맘 속에 주님을 향한 사랑은 어딜가 버렸는지.. 너무도 공허한 내 맘을 발견한다. 예수님이 안 계시는 내 맘의 공간은 허전, 허무, 안타까움, 죄송스럼, 그리고 무거움이였다. 무거움..
주님 주신 선물의 그 기쁨을 나의 교만으로 받아 잘난척하느라 정신없이 설친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 나름 거울 앞에만 서면 거수경레를 하며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충성을 다짐하며 매일 매순간 즐거워 어찌할 줄을 몰랐던 시간들이였다. 산더미 같은 일 속에서도 산더미 같은 빚더미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맘은 그 주신 기쁨의 선물로 말미암아 터질듯, 늘 하늘만 바라봐도 내 가슴 터질 듯 하다는 고백밖엔 없었다. 그런데 그 기쁨마저 사라져 가는 듯, 내 몸 가운데서 쏘옥 빠져나가는 듯, 그래서 너무도 안타까와진다. 병이 들었다. 내 맘에 병이 생겨버린 것이다.
선물로 주신 기쁨까지도 소멸해버리는 나의 문제점을 헤아려본다. 속초시장의 펄펄 살아 뛰는 생선모양만큼이나 살아 뛰는 자아, 이 자아로 인해 죽어지지 않는 자존심, 그래서 잘난척 하라면 신이 나서 떠들고 죄악의 지적 앞에선 움츠러 들어 숨어버리는 이 자존심이 문제임을 본다. 어쩌면 주님께 토설하고 회개해야할 나의 죄악의 모습은 이다지도 산더미 모양 다양하고 많은지.. 오, 주님!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