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영토에서..

조회 수 776 추천 수 24 2012.01.30 11:33:34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로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고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 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게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눈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
(이해인)


20대에 애송하던 이 시를 읽으면 마음도 맑아진다.
뮈세란 시인이 "시란 한방울 눈물로 진주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진주처럼 내마음을  다듬고 갈았던 행복했던 예수원 목장에서의 시간이 생각난다.
나물을 캐다가 잠시 멀리 바라본 산아래 풍경은 굽이 굽이 산맥사이로
잿빛 구름과  날이 맑은 날이면 멀리 도계까지 먼바다가 보였다.
큰 산과 작은 산이 모여져 기도하는 손이라 불리는 산너머 바다가 펼쳐 보인다.
그 곳에서 물줄기가 한강(서해)과 낙동강,(남해) 십이천(동해)이 갈라져 삼수령 목장이라 했다.
척박한 황무지 같은 땅에는 무수히 많은 민들레 꽃이 펼쳐 있었다.
일명하여 무지개 초지...
얼룩소와 양, 염소,닭들이 아침이면 유리창 앞에 나가와 인사를 한다.
글을 고치고 쓰는 작업보다 단순한 육체적 노동이 더 신선하게 느껴졌던 1주일의
목장 생활이 내 삶에서 평안했던 시간들로 기억에 남는다.
언덕 위에 돌로 지어진 거처는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거친회색 시멘트 벽과 남루한 옷장이며 낡은 장판이 깔린  방안은 벌레가 우글거렸다.  
낭만적인 풍경과 달리 너무도 많은 일들이 널려 있고
우리는 토끼 풀을 심거나 감자를 심거나 소박한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했다.
토레이 신부님은 우리들과 똑같이 식사를 하셨는데 아침 저녁은
꽁보리 밥에 소금과 후추 넣어 드셨고 점심은 국수,
하지만 국은 먹지 않으셨다. 그것도 식량이 부족하면  무우를 넣은 멀건 죽이나  
감자 밥을 먹었는 데 정말 맛있었다. 나는 음식의 고장에서 자라났고 조신하기로는
이조시대 여인처럼 몇 첩 밥상을 차리던 어머니와 숙모들의 음식에 익숙했지만
그곳에서의 소박한 음식은 맛있었다.
바삭거리는 마른 뼈와 같았던 내 영혼이 살찌우는 시간이었다.

철없는 우리는 왜 자주 신부님이 금식을 하시고 가끔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지 몰랐다.
다양한 배경과 다른 교단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같이 사는 공동체 생활이니
많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함께 나무십자가를 만들던 형제가 고아출신이며
홀로된 독신자들, 알콜 중독이나 부랑아나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들도
이따끔씩 왔었는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영혼들을 불쌍히 여겨
사랑하신 신부님의 넓은 마음을 요즘에 깨달았다.
나 역시 불쌍하고 방황하던 영혼이었는데 한그릇 밥보다 따뜻한 성경 말씀과
사랑으로 감싸준 토레이 신부님 부부에게 감사를 드린다.
제인 그레이 사모님의 가문은 미국에 기념관이 있을 정도로 대대로 선교사 가정인데
그럼에도 당시에는 눈이 오면 차도 없고,길도 험악한 새까만 물이 흐르는 탄광촌에 작은 교회를  
개척하고 또 공동체를 시작하여 식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시고 험하고 어려운 십자가의 삶을 사신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토지개혁을 권면한 일이나 성경적  경제제도를 이 땅에 실현하고
한국 교회의 거룩함과 성숙을 위해, 신학교에서 배우는 할아버지 저서 성령론과
온 세계를 향한 중보기도와  사회 정의를 위해서 기도하고 노력하신 일들을 보다도
아마 그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생활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선교사가 되어 되돌아보니 무수히 많은 실패와 낙심속에서 참고 묵묵히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십자가의 삶을 살려고 노력한 두 분의 삶이 더욱 존경스럽다.
제인 사모님은 한번도 50년동안에 그 많은 식구들이 굶지 않고 살아온 것을
기적이라 말씀하셨다.
어느 눈이 많이 오던 겨울철에 식량이 거의 떨어졌는데  
그곳에서 황지까지 차가 끊겨 식량을 사러 나갈 수도 없고 그저 금식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역사를 기대하며 기도했는데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쌀 한가마니가 놓여있있고 계단의 눈위에 흔적도 없고 길에도 발자국도 없는  
그런 신비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창고에 남은 무우 두개와 쌀로 맛있는 무우죽으로 눈으로 길이 막힌 1 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고 ...
지난주에 우리와 사역했던 원주민선교사네 집에서 설날을 지냈다.
말레지아인 ,타이완,모두 구정을 지내는 풍습이 있어서 팔라우사역자들과
다양한 음식을 차려놓고 같이 찬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새장에는 박쥐를 기르고 있었는데 손가락으로 식용 박쥐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 곳에서 박쥐탕은 건강탕으로 생각하며 먹는다.
마당에 악어를 키우고 있었는데 우리에게 다음에 특별히 악어요리를 해주겠다고 한다.
박쥐탕에 이어 악어까지....
그래도 나는 그 분들에 비하면  평안한 삶이다.
이 곳에서  삶이 적응하기 힘들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항상 말씀하시던 성경말씀과 소금을 쳐서 보리 밥을 묵묵히 드시던 두 분을 생각한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이는 힘으로도 되지 아니하며  

능으로도 되지 아니하며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슥4:6)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6:9)





쌀로별

2012.02.02 03:59:52
*.220.228.246

제목을 보고 유명한 체인식 까페이름을 생각한 저는 요즘 젊은이가 맞네요. ㅎㅎ
무릎을 베고 듣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선교사님의 사역지에는 늘 있는 일이어서 신기합니다.

홍성림

2012.02.10 15:37:55
*.124.226.80

이 글을 올리면서 모기에 3~40방 물려서 집에 와서 약을 먹었었는데..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악어는 볼을 튀겨먹어야 맛이 있다는군요.

사라의 웃음

2012.02.10 22:14:09
*.109.85.156

홍성림 사모님!!
오랫만입니다. (제가 짐수타는 바람에~~)
박쥐탕에 악어 볼 튀김까지 드실 기회가??
저도 먹는 것 별로 가리지 않는 편인데 그곳엘 한번 다니러 가야겠습니다.ㅋㅋ

건강하시지요? 에스더는 아직 함께 있는가요??
궁금한 것 한꺼번에 여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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