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서1:19 속히 들으라는 뜻은?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0.03.01 15:56:07

야고보서1:19 속히 들으라는 뜻은?

 

[질문]

 

야고보서를 읽다가 듣기를 속히 하라는 구절에서 걸렸습니다. 우선 듣기에 빨리 들으라는 말씀은 들은 대로 빨리 실천하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렇게 설교하시는 목사님들도 계시지만 속히 들은 후에 더디 말하라는 구절이 뒤에 나오므로 전후관계상 찬찬히 잘 경청하라가 맞을 듯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 대화에서 잘 새겨 듣지 않고 빨리 대충 들어 생기는 오해가 빈번하기에 찬찬히 잘 들으라는 의미가 적당하다 생각했는데, 영어성경을 보니 “quick to listen”으로 번역되어 있기에 잘 들으라는 의미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헬라어성경은 어떤지 몰라도 한글번역은 “속히 들어라‘이지 잘 들으라는 의미는 없다고 보이는데도 많은 목사님들이 잘 들으라는 의미로 설교하십니다. 제 결론은 한글 번역이 직역되어 원문의 자연스럽고도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목사님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답변]

 

듣기는 속히 하라.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약1:19-개역개정) “My dear brothers and sisters, take note of this: Everyone should be quick to listen, slow to speak and slow to become angry,”(NIV)

 

우선 우리말로 ‘속히’로, 영어로 ‘quick’으로 번역된 헬라 원어 ‘타퀴스’의 뜻도 번역된 그대로 빨리 행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한글 성경번역이 직역되었기에 자연스럽고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목사님들이 천천히 잘 경청하라, 잘 들으라는 의미로 설교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선 ‘듣기는’(listen)으로 번역된 헬라어 ‘아쿠오’는 귀를 기울여서 잘 듣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의 ‘듣는다.’는 단어의 개념이 단순히 들어서 그 말하는바 내용을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경청하여 온전히 이해한 후에 그대로 따른다는 뜻을 지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신명기 6:4-5를 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유대인들이 이 구절의 첫 마디인 ‘들으라’의 히브리어인 ‘쉐마’로 약칭하면서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으로 여깁니다. 여기서 들으라는 것은 단순히 그 말씀을 듣고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말씀인 하나님을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하는 일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다른 이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르려면 당연히 그 내용부터 잘 이해해야 합니다. 야고보서를 저작한 야고보는 예수님의 동생으로 유대인이므로 그가 들으라고 말했을 때는 잘 듣고 실천하라는 개념이 당연히 포함되었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성경을 떠나 상식만으로 따져도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온전히 경청하는 것입니다. 그러지 못하면 그냥 들린 것이지 사실상 들은 것이 아닙니다. 목사님이 그렇게 설교하는 것이 원문과 상충되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성경이 ‘속히’를 ‘들으라’에 덧붙인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아주 똑똑해서 재빨리 의미를 캐치하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 하나님이 지성이 떨어지는 신자를 차별하는 셈이 됩니다. 그 이유를 추정하기 위해선 먼저 성경해석에 관한 중요한 원리 두 가지를 아셔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절대적 계시이다.

 

우선 성경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말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 만물과 인간 역사를 전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떻게 다스리는 지에 관한 그분의 영원하고 완전하신 뜻을 당신께서 계시해놓은 책입니다.

 

바꿔 말하면 단순히 인간 선각자가 각성 내지 고안한 도덕적 종교적 계명들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신자가 세상 안에서 실제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들도 있습니다. 그런 지침들이 도덕적 또는 종교적인 특정한 행위나 의식을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일반 사회에서 기독교를 몰라도 쉽게 알고 있는 윤리나, 다른 모든 종교들도 가르치는 공통적인 계명들과 동일하게 취급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런 실천적인 계명들 모두가 하나님이 성령의 영감으로 계시해 준 것이므로 그분의 뜻에 맞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합니다.(딤후3:14-17)

 

따라서 상기 구절도 단순히 남의 말을 천천히 잘 들어주고 자기 말은 섣불리 앞세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는 다른 종교들도 다 가르치고 있고 나아가 신앙과 아무 상관없는 일반 도덕책에 다 있는 내용입니다. 하나님의 영적 진리를 계시해 놓은 성경에서 구태여 가르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둘째는 제가 이 문답에서 수도 없이 강조한 대로 가장 먼저 앞뒤 문맥에서 뜻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의 원전은 장절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죽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성경 저자들로선 지금처럼 한절씩 따로 떼어서 읽고 해석 적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문맥에서 찾아낸 의미를 그 책 전체가 말하는 주제와 저자의 저작 동기와 비추어 봐야만 합니다.

 

상기 구절만 따로 떼어서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대로 말에 조심하라는 뜻이 됩니다. 또 나중에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온전한 사람이라고도 선언했으니까.(약3:2) 일차적으로 그런 가르침을 주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앞뒤 문맥에서 살피면 그런 상식적인 가르침과는 다른 뜻이 됩니다. 이 말씀 앞과 뒤에 어떤 말씀들이 나오는지 주의 깊게 잘 살펴야 합니다. 성경을 읽는 차원에서도 듣기는 (이해와 해석) 속히 해야 하고, 말하기는(그 뜻을 남에게 가르칠 때에) 더디 해야(아주 세밀하게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야고보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속지 말라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그가 그 피조물 중에 우리로 한 첫 열매가 되게 하시려고 자기의 뜻을 따라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느니라.”(1:16-18) 성도의 은사는 완전하신 하나님께로만 오는데 그분이 진리의 말씀으로 신자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전에 속지 말라고 경고했으니 하나님의 진리가 아닌 말에 속아 넘어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럼 당연히 19절에서 속히 들어야 할 말씀도 인간 상대의 말씀뿐만 아니고, 사실상 더 중요하게는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설명 드린 대로 그 내용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대로 실천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일에 빨라야 한다는, 반대로 늦장 부리며 게으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를 속히 실천하라는 것이 사도가 강조하려는 뜻임은 본문에 이어지는 말씀에서 더 확실해집니다.

 

“그러므로 모든 더러운 것과 넘치는 악을 내버리고 너희 영혼을 능히 구원할 바 마음에 심어진 말씀을 온유함으로 받으라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1:21,22) 마음에 심어진 말씀을(속히 들어야 할 대상임) 온유함으로 받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행하는 자가 되라고(속히 듣는다는 뜻임) 권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 중에는 틀린 말도 있는데 속아 넘어가면 안 되고 대신에 오직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에 그래야만 합니다.

 

“자유롭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는 듣고 잊어버리는 자가 아니요 실천하는 자니 이 사람은 그 행하는 일에 복을 받으리라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1:25,26) 마찬가지로 율법을 속히 듣고 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않는” 일을 즉, 말을 급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결국 “말하기는 더디 하라”는 뜻도 스스로 경건하다고 착각하여서 함부로 자랑하는 일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야고보서에 대해서 많은 신자들이 착각하고 있고 또 유감스럽게도 목사님들이 그렇게 가르치는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야고보서는 신약성경의 잠언으로 신자들의 실제적 행동지침이라고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잠언처럼 한절씩 따로 떼어서 이해 적용하려 들고 그 필연적인 결과로 도덕과 종교 수준으로 격하 됩니다.

 

야고보 사도가 강조하려는 일관된 영적 진리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언뜻 실천 계명처럼 보이는 말씀도 신학적으로 깊이 따져봐야 할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야고보서야말로 오히려 지금껏 해온 것처럼 한절씩 따로 떼어서 봐선 안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세밀하게 연구해야 할 책입니다.

 

질문자님께서 말씀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연구하는 태도는 아주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성경에서 도덕이나 종교는 뒷전으로 돌리고 하나님이 정말로 무슨 뜻으로 말씀하셨는지 기필코 알아내겠다는 자세를 견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앞뒤 문맥을 연결하며 읽고 묵상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바랍니다. 상기의 구절도 앞뒤로 연결하여 비교해 가면서 다시 잘 묵상해 보시면 제가 드리는 답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2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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