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정치적 우파를 지지하는가?
[질문]
기독교대학에서 성경적 가치관에 따라 동성애, 인권, 혼전순결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성경적으로 가르치던 한 유튜버를 열심히 구독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우편으로 기울다 성경을 인용해 가며 “정치적 오른편이 옳다”라고 대놓고 선언해서 구독을 취소했습니다. 최근 개봉한 이승만 영화와 관련해서도 말씀을 제쳐두고 완전히 정치 유튜버로 전향한 것처럼 보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좌로든 우로든 특정 정치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으며 이 땅의 어떤 정치로도 구원을 얻을 수 없기에 “오직 예수”의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좌파에선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우파에선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각기 성경 말씀을 도구화합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크리스천이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을 무기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정당화하는 행위도 넓은 의미에서 성경 말씀을 굽게 하고 성령을 훼손하는 죄라고 여겨집니다.제가 좀 과하게 해석한 걸까요?
[답변]
이 홈피에서 여러 번 천명했지만, 다른 분의 의견을 두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분이 말한 모든 문맥의 구체적인 의미를 모르는 저로선 그분이 성경 말씀을 정말로 굽게 했는지, 나아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성령을 훼방한 죄를 범했는지는 더더욱 판단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제 목회 경험을 간단히 말씀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습니다. (그리고 성령을 훼방하는 죄는, 물론 넓은 의미라고 전제했지만, 아주 신중하게 구원과 연결해서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래의 글을 참조하십시오.)
은퇴 직전에 마지막으로 목회한 작은 교회는 젊은 지식층의 진보 좌파가 주류였고 나이 든 보수 우파는 숫자로 미약했습니다. 자연히 정치적으로 따지면 양극단으로 대립하는 의견을 지녔습니다. 저는 설교나 성경 공부나 교회 사역에서 한쪽의 정치적 색채가 직접 드러나는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성경 본문을 두고 어쩔 수 없이 그런 주제를 강해할 때는 그 원리만 가르쳤습니다. 교인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서 자칫 분쟁이 일어날 것을 빤히 알고 있기에 교회 내에선 정치적 이야기를 아무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좌편향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한 교인과 제가 개인적인 교제 가운데 우연히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논쟁이 될 것 같아서 제가 그더러 객관적인 평가를 해보라고 그 기준만 아래와 같이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재임 중 전체 업적과 과오를 따지면 끝이 없다. 어쨌든 이승만 대통령과 해방 직후의 정치적 상황에 관해서 역사적으로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보수 우파는 한민족끼리의 자주 국가는 포기하는 대신에 공산주의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편을 택했고, 진보 좌파는 공산주의를 용납하는 대신에 한민족끼리의 자주 국가를 세우길 택했다. 그 둘의 공과 과는 각기 있고 역사적 평가는 나중에 내려질 것이다. 사실은 남한과 북한의 현실을 보면 이미 확연하게 내려졌다. 형제님도 무조건 이승만의 잘못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이 둘 중에 어느 편이 옳았을지 잘 판단해 보라"
더 이상의 논의는 서로 암묵적으로 진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 가지 확신 아니 희망했던 사항은 그 교인이 그때까지의 일방적으로 편향되었던 의견을 일단 제쳐두고 조금이라도 합리적인 분별과 판단을 다시 심각하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나 보수나 다 공과 과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50대 50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는 7:3, 어떤 이는 반대로 2:8 식으로 반드시 자기가 옳다고 믿는 기준에 따라서 스스로 합리적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자기만의 의견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10:0 이나 0:10으로 가져선 안 되는데도 지금 한국이나 미국에서 일반인은 둘째치고 신자와 목회자들마저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정말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신자가 그런 판단을 할 때는 반드시 성경의 하나님 말씀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물론 인권, 자유, 정의, 분배 등을 평가할 때 어떤 항목에 가중치를 적용하느냐는 신자 개인의 자유에 달렸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교회는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만 가르치고 삶에 실현하도록 훈련 양육하며, 또 주님의 사랑으로 누구나 용서하고 어떤 정치적 의견을 가졌던 용납하는 세상에 없는 공동체입니다. 목회자를 비롯해 믿음의 지도자 격에 있는 자들이 때로 성경 말씀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을 때는 합리적 객관적 중립적으로 공평한 원리 중심으로만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2/2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