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에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가요?

 

[질문]

 

육식이 허락되었다고 해서 동물들을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단순히 식용을 위해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위임'받은 것이지, 잔인하게 군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이런 사고를 다른 모든 생명체까지 확대해보았습니다.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슬견설'에 보면, 크기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개를 잡아 죽이는 거나 이를 태워 죽이는 거나 생명체를 죽이는 게 매한가지인데 차별하면 안 된다는 수필을 고등학생 때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보신탕과 개고기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개가 사육되거나 도축되는 과정이 잔인하고 비윤리적이며 학대적인 것은 당연히 반대합니다. 그런데 같은 생명체인 모기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피를 빨아먹게 창조했는데 내가 가렵고 견디지 어렵다고 해서 하루에도 10마리씩 잡아 죽입니다. 강아지 10마리 때려죽이는 것은 잔인하고 하면 안 된다고 알면서도 모기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죄책감이 없습니다. 인간 이외의 생명체 간의 경중에 대해서 크리스천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가 궁금합니다.

 

[답변]

 

대부분의 한국 신자들이 무슨 일이든 도덕적으로 선과 악, 영적으로 신령한 것과 세속적인 것으로 나눠서 행해선 되는지 안 되는지 구분하려 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성경에 구체적인 지시나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혹시라도 잘못해서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지는 않을지 염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의도는 분명히 선합니다만 자꾸 그러다보면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과 같은 잘못에 빠지게 됩니다. 일반백성들이 실생활에서 율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면 율법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유효한 해석을 내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그런 요구에 응하다보니 나중에는 정작 율법보다 부수규정이 더 방대해지고 또 본질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묵적 중의 하나도 자칫 신자들에게 큰 부담만 안기는 종교적인 멍에를 깨트리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선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가르쳤던 것처럼 하나님의 뜻부터 정확히 분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성경에 구체적인 지시가 없으니까 하나님의 근본적이고도 전체적인 뜻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여 자유롭게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인생사는 복잡다단해서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명확한 문자적 규정을 세울 수 없기에 하나님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분별하여 행동하면 됩니다. 종교적 계명을 문자적으로 지키는 것보다 오히려 그러는 것이 더 중요하고 선합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모든 생명체를 당신의 뜻에 맞게 당신을 대신해서 다스리라고 인간에게 맡기셨습니다. 함께 더불어서 살면서 모든 생명이 충만해지도록 관리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그 수많은 생명체에 대한 하나님의 개별적인 뜻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아담이 에덴동산에서부터 행했던 그대로입니다. 아담은 모든 피조물보다 뛰어나고 전체를 다스릴만한 하나님이 주신 이성적인 지혜를 사용해서 모든 동식물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생물학자가 되어서 각 종류의 특성과 인간에게 주는 유익과 불이익을 따져서 동식물 도감을 만든 것입니다. 그 특성은 하나님이  각 동식물을 만든 고유의 목적으로 인간은 그런 바탕에서 관계를 맺어서 관리하라는 뜻입니다. 아담은 자기가 분별 판단한 그 특성에 따라서 즉 하나님의 뜻대로 동산을 다스린 것입니다.(창2:19,20)

 

오늘날의 신자도 모기나 개에 대한 생물도감을 작성하고 그에 따라서 판단 시행하면 됩니다. 바꿔 말해서 신자는 도덕 종교 성경으로 따지기 전에 이성으로 과학적 판단을 하면 되고 그것도 훌륭한,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일상적 일은 오히려 반드시 그에 따라야 하는 하나님의 일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모기는 인간에게 여러 병을 옮기고 아프게만 만드는 해충입니다. 당연히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에 모기는 인간 외에 다른 동물들의 피를 빨아먹고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또 곤충처럼 미약한 생물체의 경우 한 번에 수천 수만 마리로 번식되도록 해주었습니다. 반면에 하루살이도 만드셨는데 동물들 사이의 먹이 사슬은 하나님의  광대하신 주권과 섭리에 따른 신비입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에 도덕적 종교적 의미나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으로선 모기가 집안에 들어오면 살충제로 죽일 수밖에 없고 그 전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충망을 설치하면 됩니다. 그럼 모기는 자연 속에서 모기를 만드신 하나님 본연의 뜻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에 맞게 자연을 관리한 것입니다.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를 만드신 하나님의 목적은 이성적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외로운 사람의 반려가 되어주고, 야생짐승이나 도적으로부터 주인을 지키고, 특수한 환경에선 교통과 운반 수단도 됩니다. 그리고 고대 한국처럼 육식이 귀한 지역에선 서민들의 영양 보충제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다른 육식(소, 돼지, 닭, 양 등은 하나님이 처음부터 육식으로 허용했음)을 대량으로 쉽게  조달 가능하니까 여러 유익을 끼치는 개까지 잡아먹을 필요는 점차 없어진 것입니다.

 

모든 다른 동식물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됩니다. 재삼재사 강조합니다. 인간의 이성은 하나님이 주신 너무나 귀한 선물입니다. 신자도 세상사의 대부분을 그 이성을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사용하여 분별 판단 결정 시행하면 되고 그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신자는 하나님 중심의 사고체계나 가치관부터 형성해야 하고 그러면 세상을 판단할 수 있는 신령한 지혜도 생깁니다.(고전6:2,3) 신자라면 당연히 모든 생명체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동일한 피조물로 여기고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러나 자칫 모두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거나, 나아가 모든 살생을 금해야 한다는 것은 비성경적인 가르침입니다. 하나님은 동물을 피 채로 먹지 말라고 엄격히 명했을 뿐입니다.(창9;4)

 

(9/3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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