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의 오른 쪽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은
미국본토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 산을 비롯해 해발 4천미터 전후의 봉우리들이 이어지는데
그 정상에는 만년설이 여름에도 새하얗게 빛을 발하는 곳입니다.
연봉들 사이사이의 계곡에는 가을에 노랑과 핑크색 아스펜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가장 유명한 단풍 도시 Bishop에서 산맥정상의 눈과 어우러진 단풍을
4년 전에 구경했던 추억이 너무 황홀했던지라 같은 시기에 다시 방문해봤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놀랍고도 엄청난 광경에 입이 딱 벌어지고
여행 내내 가슴은 무겁게 내려앉았고 음습한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수십 마일에 달하는 산맥 전체에 만년설이 완전히 녹아내렸고
빙하라곤 단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겨우 딱 4년 만에 말입니다.
만년설이 녹는 것은 가뭄이 심한 것과는 무관합니다.
해발 2천 미터 이상만 되어도 기온이 낮아 아래지역에 아무리 비가 오지 않아도 눈이 잘 녹지 않습니다.
해발 4천미터 고지의 만년설은 말 그대로 만년이 지나도 녹지 않고 그대로 있기에 만년설입니다.
자세히는 몰라도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이 몽땅 다 녹아내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입니다.
지구온난화가 생각보다도 너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 맹렬히 붙고 있는 셈입니다.
정말로 심각하게 여기고 지금 당장에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국이익만 우선으로 내세우는 나라들이 한 마음이 될 수 있을지
경제개발해서 풍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후진국의 소망을 완전 무시할 수도 없고....
인류는 지금 정말로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런 지구온난화가 대재앙의 시초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만, 기도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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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진은 예년이면 노랗게 단풍이 들었어야 할 깊은 산속의 아스펜이 여전히 녹색을 띄고 있으며
(이 호수 주변의 산 정상에도 만년설이 있어야 함에 다 녹아 없어졌음)
둘째 사진은 호수의 물이 말라서 물속에 잠겨 있던 갈대밭이 육지로 변해 물 위로 크게 드러난 모습이며
셋째 사진이 바로 마운트 휘트니 근처 최고 높은 봉우리에도 만년설이라곤 눈 닦고도 찾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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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 엘니뇨로 많은 강우가 예상되어 그나마 그 동안의 가뭄이 해갈되면 큰 다행이겠지만
시에라산맥 정상에 만년설이 다시 쌓이려면 혹시 앞으로 만년이 걸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