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운동을 겸해 근처 동네를 산보하고 있었다. 마침 내가 걸어가는 길 앞에 놀고 있던 참새 몇 마리가 화들짝 놀라 어떤 집의 울타리처럼 만든 관목 사이로 날아 들어가 숨어버렸다. 그 나무는 담장으로 쓰일 정도로 잎사귀가 무성해 도저히 겉으로는 틈새가 보이지 않는데도 참새는 작은 몸집을 날쌔게 움직여 가지 속으로 들어 가버렸다. 밖에서는 도저히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 아무리 큰 사자가 와도 참새는 속에서 얼마든지 안전하게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2주가 되었다. 초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더니 이제 제 2의 베트남 전쟁으로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라크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승부가 되지 않으니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투로 대응 하자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미국과 이라크의 군사력은 사자와 참새에 비유할 만 하다. 관목 속에 숨어 버린 참새를 사자가 아무리 밖에서 으르렁거려 봐야 소용이 없는 것과 같은 꼴이다. 사자가 나무 속에 숨은 참새를 잡으려면 뱀처럼 속으로 파고들던지 나무를 뿌리 채 뽑든지 해야 한다. 미국도 게릴라 전으로 맞서 이겨 싸우는 수 말고는 없다. 핵 폭탄으로 이라크 전체를 쑥대 밭으로 만들 수는 없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태워 없앨 수는 없지 않는가?
사자란 자기 힘만 너무 믿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산천이 떠나 갈듯이 포효해서 겁을 주고 난 후에 빠른 발과 억센 이빨로 잡아 나꿔채기만 하면 된다. 모든 위험 가능성을 다 검토하는 미국인의 평소기질이 왜 이 번 전쟁에 게릴라 전은 대비하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정밀 장비와 엄청난 화력만을 과신한 것 같다. 전쟁 초기 양상이 마치 관목 숲에 숨은 참새 앞에서 사자가 고함만 지른 꼴이었다.
이 전쟁의 승패는 미국의 정밀장비나 이라크의 전술적 잔 꾀나 그 어디에도 달려 있지 않다. 미국이 모든 수를 동원하면 결국에는 승리하겠지만 얼마나 많은 희생과 경비가 더 들지는 아무도 예측 못한다. 그 보다 신자가 이 전쟁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자기 힘만 믿는 젊은 사자는 궁핍하여 주릴 수 있지만 아무리 작고 가냘픈 참새라도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스스로 사자라고 생각해 설치는 자는 반드시 실패하지만 참새에 불과해 하나님의 울타리 안으로 숨는 자는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 (마10:30,31)
3/30/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