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정복 전쟁의 첫 전투인 여리고 성에서 하나님의 기적적인 간섭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두 번째 전투 아이 성에서는 전혀 예상치도 않은 패배를 당한다. 그 원인은 첫 승리에 도취되어 적을 얕잡아 본 교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였고 숨겨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정한 언약을 어기고 ‘아간’이란 자가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많은 전리품을 자기 장막에 숨겼기 때문이었다.
이라크 전쟁은 어떤 형태든지 조만간 미국의 승리로 결말이 날 것 같다. 지난 주 전 세계인의 관심은 이제 전쟁이 아니라 괴질(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 SARS)로 옮겨졌다.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이 질환은 급속도로 홍콩을 거쳐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감염 원인과 경로를 밝히려는 전문가들의 노력은 아직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료예방약을 미처 연구해내기도 전에 걷잡을 수 없이 만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혹자는 21세기의 흑사병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전 세계인을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는 괴질을 보면서 아이성의 패배 기록이 생각났다. 전쟁은 끝나도 괴질이 인류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전쟁으로 사상자가 수 천명이 나오겠지만 전쟁으로 인한 살인은 단지 표면적인 죄악에 불과하다. ‘아간’처럼 강대국들이 서로 밥그릇 많이 챙기려는 것이 숨겨진 죄악이다. 벌써 전후 복구 이권을 두고 강대국들은 외교적인 명분 싸움을 벌리고 있다. 그렇게 목청 높여 인권과 평화를 외치던 프랑스가 가장 먼저 약삭빠른 변신을 노리고 있고 연합국인 미국과 영국 사이에도 삐거덕거리는 불협화음이 들려 오기 시작한다.
정치 권력이란 그 추구하는 목적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보다는 일반 사람들이 당장 괴질이 눈 앞에 닥치자 먼 곳의 전쟁은 아랑곳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남이야 어찌 되든 자기만 살겠다는 인간의 숨겨진 죄의 원천이 바로 이것이다. 아이성에서 패배한 이스라엘은 아골 골짜기에 가서 회개하며 그 전리품을 불 살랐고 아간을 돌로 쳐 죽여 그들 공동체에서 죄를 제거했다. 성결해진 이스라엘 앞에 기다리는 것은 승리뿐이었다. 지금 세상은 온통 아간만 있고 아골 골짜기는 눈을 닦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이러니 전쟁과 괴질의 소문이 끊일 리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스라엘 자손들이 자기 대적을 능히 당치 못하고 그 앞에서 돌아섰나니 이는 자기도 바친 것이 됨이라 그 바친 것을 너희 중에서 멸하지 아니하면 다시는 내가 너희와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수7:11)
4/6/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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