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 법정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정부패재산 환수를 위한 심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기 재산이 총 29만원밖에 없다고 증언 했다. 이를 두고 한국의 네티즌들 사이에 ‘코메디의 황제’, ‘노숙자 신세가 된 전직 대통령을 일인당 일원씩 도와주자’, ‘돈이 없으면 강제 노역으로 갚아야 되니까 하루 3만원 씩 계산해 630만일 이상 노동 시키자’는 식의 온갖 풍자조의 비난이 들끓었다.
이에 반해 금주 미국에선 부시 대통령이 자기 재산을 한국 돈으로 치면 263억원 상당이라고 당당하게 신고 했다. 재산 목록에는 대통령으로 선물 받은 일천불 짜리 카우보이 모자와 록밴드 롤링스톤즈 입장권 8매 같은 시시껄렁한(?) 것까지 포함 시켰다. 같은 대통령들이 동일한 일에 대해 이처럼 상반된 대응을 하는 것을 보고 한국민의 한 사람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 했다. 한마디로 너무나 서글픈 심정이었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양심적이며 재물을 덜 밝히는지 비교해 보자는 의도가 아니다. 오래 전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에 타임잡지에 “부시 대통령은 어떻게 세금을 줄이는가?”라는 기사가 실렸던 것이 기억 난다. 그 기사에 따르면 주민 등록을 워싱턴으로 옮기지 않고 세율이 낮은 텍사스에 그냥 두어 절세한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떡하든 세금을 적게 내어 재산을 늘리려 노력한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그 때 놀란 것은 그런 기사가 나가도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절세해도 법을 어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약 3주전 미국에서 자기 아파트에 불이 나자 소방관의 노란색 출입금지 테이프를 뛰어넘어 창을 깨고 애완 견을 구출한 자가 그 후 도리어 경찰에 구속되었다. 아무리 자기 집이고 또 선한 일을 했어도 법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이란 지위는 개인의 자질을 뽐내기 전에 법과 제도를 스스로 엄격히 지켜 국민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 마찬 가지로 신자는 제사장 나라로 부름을 받았기에 세상과 불신자들 앞에 영적 지도자로 본을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신자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생각은 전혀 아랑곳 않고 그저 무슨 수를 써도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것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심정이 과연 어떨까? 우리가 전대통령을 쳐다보는 그 서글프고 부끄러운 심정과 하나 다를 바 없지 않을 까?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니…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5:16)
5/18/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