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2017 예레미야 15:10-21
요절: 내가 기뻐하는 자의 모임 가운데 앉지 아니하며 ... 주의 손에 붙들려 홀로 앉았사오니 이는 주께서 분노로 나를 채우셨음이니이다. (15:17)
거짓 선지자들은 물론 유다 백성들도 온갖 음해와 술수로 예레미야의 사역을 훼방 멸시했다. 온 세계와 다툴 정도가 되었고(10절a), 모든 이들이 가장 혐오하는 고리대금업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10절b) 하소연했다. 자신의 상실된 감정을, 하나님의 오랜 침묵에 대한 불만까지 포함해 그대로 토설하고 있다. 주께서 자기에게 속이는 시내 같이 되었다고 한다.(18절)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나 평소에는 말라있는 광야의 와디를 말한다. 시내인가 싶어 가까이가면 물이 없는 것처럼 하나님께 위로 해결을 얻고자 다가가도 매번 침묵하더라는 뜻이다.
나아가 자신의 억울함만 하소연한 것이 아니다. 기뻐하는 자의 모임 즉, 사람들이 모여 세속적 유흥을 즐기는 일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연이어서 주의 손에 붙들려 홀로 앉았다고 토로한 것은 그런 모임에 자기도 어울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주의 손이 붙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되었다는 불만의 냄새도 은연중에 풍겨 나온다.
그의 간구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보면 그런 점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네가 돌아오면 너를 다시 이끌어 내 앞에 세울 것이며 만일 헛된 것을 버리고 귀한 것을 말한다면 너는 나의 입이 될 것이라고 한다.(19절) 그럼 그가 이 하소연을 할 때는 하나님 앞에 서지 않았고 심지어 헛된 것을 말했다는 뜻이다. 예레미야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주님의 소명에 충실했던 것만이 아니다. 우리 범인처럼 때로 –아주 가끔이라 해도- 나태해져 세상을 부러워했고 그래서 주님 뜻과 다른 가르침도 전했던 것이다. 신앙의 완전한 영웅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주님께 항상 돌아와 눈물로 엎드리며 자신의 소명의식을 회복하고 또 다시 순종했다. 그의 불만의 고백 중에도 우리와 다른, 참 선지자로서의 모습을 간과해선 안 된다. 주께서 분노로 채우셨다고 했다.(17절) 우선 예레미야의 흐트러진 모습에 주님이 분노하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앞의 설명과 연결하면 주의 분노가 내게 가득 찼기에 홀로 세상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바로 주의 손에 붙잡힌 바라고 해석해야 더 타당하다. 주님의 자기 백성에 대한 애끓는 안타까움과 그와 동시에 그들의 영적 타락에 대한 분노가 이 선지자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거짓 목자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주님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에 담고 있어야 참 목자다. 세상 죄악에 대한 극렬한 분노와 그 죄인들에 대한 애끓는 긍휼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 자연스레 죄를 지적하고 회개하라고 외칠 수밖에 없으며 필연적으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교회 안팎으로 온갖 음해와 훼방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주의 말씀을 얻어먹고 그 말씀만이 즉, 성경의 진리와 그 진리로 현시대의 영적 흐름을 분별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가르침과 사역만이 자신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16절) 그런 기쁨을 누려야 세속 기쁨에 참여하지 않고 또 왕따가 되어도 묵묵히 주님 가신 길을 따라 갈 수 있다. 작금 십자가의 피 묻은 복음을 전하는 교회일수록 부흥하지 않는데 예레미야 시대와 똑같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