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이켜 해 아래서 보니 빠른 경주자라고 선착하는 것이 아니며 유력자라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며 지혜자라고 식물을 얻는 것이 아니며 명철자라고 재물을 얻는 것이 아니며 기능자라고 은총을 입는 것이 아니니 이는 시기와 우연이 모든 자에게 임함이라.”(전9:11)
전도서 기자는 앞서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3:1)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완벽하게 준비해서 어떤 일을 시행해도 그 달성되는 시기는 예상 혹은 계획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범사에 하나님이 정해준 시기가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 더 나아가 모든 실력을 갖춘 자라도 그 일을 못 이룰 수조차 있다고 합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에 보듯이 빠른 경주자가 다 선착하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또 공부 잘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과는 별개임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시기 뿐 아니라 우연이 모든 자에게 임한다고 했습니다.
본문에서 우연은 이미 발생한 사건 즉, 인간의 의도와 계획과는 전혀 상관없이 발생한 사건을 말합니다. 모든 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시기와 우연이 교차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달플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매사가 자기 마음먹은 대로만 진행된다면 얼마나 신나겠습니까?
바꿔 말해 시기와 우연을 잘 조정할 수 있으면 그 인생은 신나는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시기와 우연을 잘 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상식적으로는 빠른 경주자는 먼저 도착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하다면 인생에는 상식이 안 통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본인의 교만을 들 수 있습니다. 토끼가 거북이를 얕봐 중간에 누워 자버리면 어이없게 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한 사건만 두고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격심한 전쟁이 평생토록 이어지는 인생 전반을 두고 볼 때는 빠른 자라고 결코 방심하지 않습니다. 그럼 그 빠른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만큼 또 다른 장애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 바로 죄입니다. 사람마다 부패하고 타락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먼저 갈려고 하기 때문에 실력과는 상관없이 승패가 갈리는 것이 세상입니다. 따지고 보면 교만도 바로 그 죄의 산물입니다.
죄의 배후에는 당연히 사단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서로 빨리 가서 좋은 것을 더 많이 먼저 차지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시기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사람끼리 피 터지도록 싸우게 됩니다. 인간끼리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사단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자는 더 많이 가지도록 해주어 분쟁을 증폭시킵니다. 세상을 완전히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는 그 원흉인 사단은 뒤에서 음흉하게 웃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욥기의 서두에서 보듯이 사단이 그렇게 설칠 수 있는 배경에는 하나님의 묵인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따지면 인생에 시기와 우연이 겹쳐서 고달프게 되는 것이 하나님 탓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세상을 향한 목적은 인간끼리 서로 사랑하게 하는 것인데 사단이 그렇게 못하게 방해할 뿐 아니라 아예 서로 피 터지게 싸우게 만들도록 묵인한 것이지 않습니까? 당신의 목적이 이뤄지지 않아도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사랑은 반드시 자발적으로 기꺼이 해야만 그 의미와 가치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이라는 의미는 순수하게 속에서 그대로 우러나오기 때문에 불순물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기꺼이 한다는 것은 본인이 사랑하고자 하는 의도를 방해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오직 상대만을 진정으로 긍휼히 여기에 그 방해를 무릅쓰고 사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매사가 잘 진행되어 안락하고 풍요로울 때는 어느 누구라도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연발생적인 사랑이긴 하지만 기꺼이 하는 사랑의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닙니다. 힘들 때에 그 어려운 중에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돌보아야만 참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희생이 따르지 않는 사랑은 자기 여유분을 남에게 나눠주는 적선 내지 동정일 뿐입니다. 인간끼리의 사랑 가운데 가장 숭고한 부모의 자식 사랑도 희생 없이는 이뤄질 수 없지 않습니까? 예컨대 재벌 회장이 자식을 돈으로 사랑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지만 도저히 짬을 낼 수 없는 바쁜 일정을 쪼개어 따뜻한 대화를 나누어야 참 사랑이듯이 말입니다.
결국 하나님이 이 땅에 시기와 우연을 겹치게 해서 인간으로 고달픈 삶을 살게 하는 이유는 참 사랑을 실현하는 자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비유컨대 토끼가 되려 하지 말고 거북이가 되기를 원하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로 빨리 가려고 해선 반드시 분쟁이 생깁니다. 나아가 빨리 가려는 자는 자기가 계획한 시기에 맞추려는 자입니다. 결국 자기 생각밖에 못하는 자로 인생을 자기 스스로 꾸려가려는 자입니다. 인생에 시기와 우연이 겹침을 인정하지 않기에 그런 일만 생기면 그저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불신자의 삶입니다.
거북이는 다릅니다. 목적지가 분명하기에 다른 길을 전혀 보지 않고 꾸준히 그곳만 보고 갑니다. 언제 도착하게 될지는 일차적인 관심이 아닙니다. 오직 목적지로 향해 한 눈 팔지 않고 전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인생에 여러 장애가 나타나 속도가 느려져도 크게 괘념하지 않고 묵묵히 인내하며 나아갑니다. 따라서 자기가 정해 놓은 시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시기와 우연이 교차해도 그것을 주관하시는 분의 인도만 바라보는 신자의 삶입니다.
그런데 혹시 신자가 자기가 정해놓은 시기와 방법대로 기도 응답이 되지 않는다고 안달복달한다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어려운 가운데 남들을 더욱 진정으로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뜻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표시이지 않습니까? 나아가 나만 빨리 가기 위해 다른 사람과 피 터지게 시기 분쟁을 해도 좋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하나님의 힘을 빌려서 말입니다.
5/4/2007
하나를 풀어주셔 금방 헤헤 거렸습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남는 마음의 잔상...
"너는 너의일을 나의 일이라고 하면서 우기는 것은 아니니?"
아울러 바쁨을 핑게로 다른 사람에게 일을 떠 밀었던 일을 회개하며 그사람과 모닝커피를 하면서
마음을 풀었습니다. 하나님께 회개를 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운영자님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