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비 바람이 몹시도 불었었지
휘이이~ 휘이이~
덜커덩 거리는 창문소리에
닫힌 창문을 열어 보려고 그렇게 울고있는 빗물 소리에
뒤척 거리다가
어두운 천장을 멀뚱거리며 보았지
생각해봐
어떻게 잠이 오겠나
정신은 더욱 또렸해졌지
그 밤에
골목길과 담장너머로
바위 틈 언저리에
온 밤을 투쟁하는 식물들이 있었네
아우성을 쳤었네
무자비한 바람에
연약한 꽃잎이 후두두둑
그렇게 떨어졌다네
안간힘을 썼겠지
버텨보려 했겠지
얼마나 야속했을까
이놈의 미친 바람아
피도 눈물도 없는 거친 바람아
그렇게 사정없이 불 것이 무엇이냐
자지러지듯이 흔들거리며
처절하게 울고 있는
가녀린 나무가 보이지도 않더냐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이 몸서리치는
저 들풀들이 안보이더냐
그 밤은 그렇게도
무서운 밤이었지
긴 밤을 뒤척 거리다가
아침을 맞았네
기지개 한번 실컷 하고서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 찍어내고서
창 문을 조심스럽게
그렇게 살짝 열었지
아~
길 바닥에 어지러이 나뒹굴러서
여기 저기 쓰러져 있는 슬픈 꽃잎들이여
그렇게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네
생기를 잃어버린
그 떨어진 꽂잎들이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가고 있었네
그렇게도 그 밤은 몸서리칠 밤이었지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저기
저것 좀 보소
파릇 하게 솟아나는 저것좀 보소
울긋 불긋 활짝 핀
저 이쁜 꽂좀 보게나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기특한고
간 밤에 다 떨어진줄 알았는데
다 떨어진 것이 아니었네
떨어진 꽂잎들이야
자기 몫을 다 한게지
최선을 다 했으니까
그럼에도
저것 좀 보소
들풀인줄 알았었지
그저 무심히 지나갔었지
그저 그 자리에 고정되어서
길가와 이정표인줄만 알았었지
그 들풀 사이 사이로
하양 꽃 분홍 꽃
그렇게 활짝 미소짓고 있구나
너 그렇게도 그 밤에
모두가 눈 감고 있을 그 밤에
아무도 몰래 만개 하였었구나
그렇게 비 바람과
힘겹게 싸웠었구나
비록 잠시 피었다가
또 다시 떨어질 꽃이지만은
지금 너는 너무나 예쁘구나
지금 너는 너무 너무나 아름답구나
무엇과도 비교할 수없을
그렇게도 설래이는 꽃이었구나
그래 너는 꽃이었구나
볼 수록 예쁜 꽃이었구나
그 밤을 그렇게
견디었구나
꽃이 되기가
그래야만 했었구나
20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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