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L 님 오랜 만입니다.
문제가 된 구절의 앞뒤 내용을 다 읽지 않은 채 정확하게 답변 드릴 수는 없습니다.
또 저자의 본의를 알지도 못하고 제 자의(自意)로 함부로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용한 구절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인용문을 앞뒤로 살펴보면 질문하신 것 같은 의아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표현이 조금 명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모든 악이 다 죄는 아니며, 죄는 육적인 악 즉 유해한 것과 재앙적인 것과 혼동하여서는 안 된다."
악에는 인간이 하나님을 멀리 혹은 배제한 채 행동함으로써 생기는 모든 잘못인 죄와,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피조세계도 함께 벌을 받아 생기는 자연재앙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만약 그런 뜻이 아니고 “인간이 짓는 죄 중에서 유해한 육적인 악과 재앙적인(문장의 흐름상 마치 유해하지 않다는 뜻이 되어버림) 악과 혼동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뜻이라면 조금 이상하거나 틀린 내용이 됩니다. 완전히 틀리다고 단정 짓지 않고 조금 이상하다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저자가 앞뒤 문맥에서 재앙적인 죄로 무엇을 의미했는지 또 그 죄가 나쁘다고 명확히 표현했는지 안했는지 저로선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악을 인간이 짓는 죄와 자연 재앙의 둘로 나눈 의미라면 하등 틀리지 않습니다. 반면에 인간의 죄를 육적인 것과 재앙적인(무슨 의미로 이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것 둘로 나누고 둘 중 하나는 유해하지 않다는 뜻이라면 틀렸습니다.
죄의 본질은 인간이 고의적으로 하나님을 배역하여 그분과 분리되는 것으로 가장 먼저 자신의 참 정체성과도 분리가 일어나며 다른 사람과도 분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도덕적, 사회적, 종교적 죄는 그 분리가 겉으로 드러난 행동 내지 결과입니다. 물론 생각과 말로 나타나는 결과도 포함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선 모든 죄가 하나님께 짓는 죄가 되며 당연히 모두 다 나쁜 것이지 죄 중에 나쁘지 않는 죄란 없습니다.
이참에 죄와 악의 구별도 간단히 정리해두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죄는 개인이 하나님과 분리되는 것과 그로 인해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입니다. 악은 훨씬 포괄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우선 인간의 배후에서 죄에 빠트리게 하는 흑암의 세력입니다. 또 개별적 죄들이 모여서 다수의 인간들 내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적인 결과도 지칭합니다. 나아가 자연재앙처럼 피조세계가 하나님의 벌을 받아 모순 왜곡됨으로써 생기는 모든 나쁜 결과도 포함합니다.
요컨대 죄는 사단이 모든 인간에게 개인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이며 악은 사단 그 자체를 포함하여 아담의 타락 이후 인간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통칭합니다. 물론 죄악은 그 둘을 합친 전부 즉, 하나님과 분리된 모든 것과 그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 전부를 일컫는 뜻이 됩니다. 우리말 표현상으로는 죄와 악의 정의가 조금 불분명하기에 글을 쓸 때에는 앞뒤 문맥상에서라도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섣부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DRL 님 혹시라도 미진한 부분이 더 남아 있다면 부담 갖지 마시고 언제든 다시 질문 주시기 바랍니다.^^.
5/19/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