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후회가 너무 많아져서요.
후회가 쌓이고 쌓여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진실된 회개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다 저의 불신앙과 방종 때문에 지금 봉착한 상황이 오게 되었는데도
그냥 도망가고 싶구요, 예... 기도는 하고 있지만
제 기도가 가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지 오래 되어서
제가 제 기도를 채점하고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런 기도는 받지 않으시겠지...쓸데없는 생각이 많습니다.
연말인데 하나님이 보여주신 것들, 알게 하신 것들, 그런 것들을 세면서
즐겁게 보낼 수 없는 제가 정말 한심합니다.
누가 저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제가 저를 힘들게 하는 거라서 원망도 못하고 있구요...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앞으로 저 때문에 실망하고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사라지고 싶은데 눈물은 절대 안 나와요. 아직 회개가 덜 됐나 봐요.
이렇게 못되고 연약해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지 막막하고 무섭고 한심해요.
진짜 정말 '아닌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제가 너무 싫어요.
무능력한 것, 안 좋은 점이 많은 점이 많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제가 정말 싫어요.
이렇게 되도 봐줄까, 봐주지 않을까... 그렇게 들었다 놨다
하나님을 그 사람들을 시험하는 제가 정말 싫습니다...
어쩌면 완벽한 기도란 것이 없는 게 아닐까, 이런 바보 같은 생각도 했습니다.
기도가 정말로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겠지요...
저는 애완동물처럼 배부르고 따뜻하고 가끔 쓰다듬어주면 좋아하는,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그런 것만 바라게 돼요.
그냥 제가 저지른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고, 나쁜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일부러라도 센 척 하고 싶은데 그런 치기는 옛날에 사라졌구요,
문제 앞에서 담대하지 못하고 기도하면서 제가 망쳐놓은 것들을 다시 풀어나가려는
그런 '마음' 조차도 없는 것 같아서 제가 너무 무섭습니다...
이제는 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저로 인해서 상처받고 실망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합니다.
저의 부모님, 저를 위해서 한 번이라도 기도해주신 다른 사람들...
핵심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저 힘든 것만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그런데 정말로 어디에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메일 드렸어요.
제가 진실로 회개하고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하시는 것을 알고 따라갈 수 있도록
가끔씩 제가 생각나면 기도 부탁드릴게요.
기도 부탁을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좀 많이 낯설지만 그래도 부탁드릴게요.
저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아무데도 의지할 곳도 사람도 없습니다.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돈, 능력, 재주, 시간, 외모, 영적으로 안다고 아는 것들...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진짜 하나님, 제가 믿고 싶은 우상처럼 제가 만들어낸 하나님이 아닌,
진짜 하나님께서 주신 진짜 소망과 살아가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공허했고 외로웠고 슬펐고 화가 났고 짜증이 났고 저를 망가뜨렸습니다.
하나님께 기도는 했지만 날이 밝으면 마주쳐야 하는 현실과 세상이 두려워서 눈을 뜨기가 싫었습니다.
많이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더 낫고 싶다는 그런 저급한 마음...
저는 이제 아주 조금 알아챘고 그리고 배우고 싶습니다. 저 한 사람, 제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제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갖기 위해서 애쓰는 소망은 저를 살릴 수도 없고 일으킬 수도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학교에 가고 싶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이루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저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여태까지는 나밖에 모르고 살아왔지만, 나를 높이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악하다는 것을 압니다.
많이 무섭고 지금도 헤매고 있고 힘겹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도 허영에 가득합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알아가고 깨닫고 순종하고자 하는 관계의 개선보다도 문제 해결만을 원합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알고 믿으며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 개인의 향수나 사치품으로 그 분을 대합니다.
성령 하나님은 온 데 간 데 없고, 세상을 따라가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장애도 양심도 없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고, 처음보다 더 못한 자리에 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몰랐던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해 주세요.
저 자신과 싸우는 것이 세상과, 육신과 싸우는 첫걸음이라면 이제는 제발 두려워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하나님 앞에서 저 자신을 속이지 않게 하시고 어느 자리에 있든지 순종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사 그리스도 예수를 보내셨음을 깨닫고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는 삶을 사는 일에만 저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도록 저를 만들어 주세요.
함께 나누고자 게시판에 올립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서로 알지 못하지만 글을 읽는 짧은 순간에라도 이분을 위해
예수님과의 참된 인격적 대면과 교제가 이어지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도를 요청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신앙을
진솔하게 담아낸 아름다운 고백문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래는 제가 개인적으로 그분에게 답변을 보낸 내용중 일부입니다.
- 아래 -
님이 갖고 계시는 고민과 두려움은
사실은 저를 비롯한 어느 누구나, 단지 그 정도만 다를 뿐이지,
다 갖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온전한 실체를 하나님 앞에 드러내면
예수를 믿은 후에도 여전히 연약하고 무지하며 추할 뿐입니다.
믿음도 그저 요동치고, 기도 가운데도 자기 의나 가식과 교만이 앞서며
성도간의 교제와 이웃 사랑도 위선과 우월감으로 시종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신자가 갖는 신앙의 출발점이자 큰 위로가 되는 부분입니다.
예수 믿기 전에는 전혀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자기가 제일 똑똑하고 의로운 줄 알았지 않습니까?
예수님을 믿는다는 근본은 자신이 너무나 연약하고 추하다는 사실을 날마다 순간마다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하여 큰 일을 이루고 항상 감사하고 기뻐하며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얼마든지 그럴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성전에서 가슴을 치는 세리와 같은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은 우리 신앙의 실상이며 또 그것이 바른 신앙입니다.
그래서 신자란 한 시도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모습 그대로 주님 앞에 나가면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은총으로 다시 영혼이 소생할 수 있지 않습니까?
도무지 세상 사람은 누리지 못하는 특권이자 축복입니다.
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