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와 역대기의 차이는?

조회 수 618 추천 수 0 2019.02.24 09:30:12

열왕기와 역대기의 차이는? 

 

[질문]

 

열왕기하 21:11에는 므낫세가 하나님 앞에 악한 일만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반면에, 역대기하 33:11-18에는 죄를 깨닫고 회개하여 남은 삶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열왕기와 역대기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이런 차이는 기록 목적이 달라서인가요?

 

[답변]

 

우선 므낫세 왕이 말년에 회개하고 종교 개혁을 이룬 것은 사실입니다. 비록 그 개혁이 완벽하진 않았어도(대하33:17)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개혁이었습니다. 열왕기에 그 기록이 없는 까닭은 질문자님이 짐작하신 대로 두 책의 저작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열왕기의 저작 관점

 

열왕기는 전통적으로 예레미야 혹은 동시대에 살았던 익명의 선지자적인 역사가가 저작한 것으로 봅니다. 그 저작 연대는 유대 왕 여호야긴이 다시 왕위에 오르는 사건(왕하 25:27-30)이 기록되어 있기에 B.C. 562년 이후로, 또 바빌론에서 일차 포로 귀환 사건(B.C.536)이 기록되지 않아서 그 이전으로 봅니다.

 

기독교에선 역사서로 분류하지만 히브리 성경으로는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서와 함께 전선지서(前先知書 the Former Prophets)에 속합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과 다윗은 사무엘서가 다루고 열왕기는 솔로몬의 통치에서 시작하여 남북왕국의 분열과 두 왕국의 멸망과 유대 마지막 왕 여호야긴의 유수와 출옥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솔로몬 이후 약 4백년 간의 이스라엘의 왕들의 통치와 백성들의 삶에 하나님이 개입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민족주의적 색채를 가미해서 의롭게 포장하려 하지 않고 그들에게 일어난 재난, 이방 대적들에게 받은 굴욕, 성전파괴, 나라의 멸망, 포로로 잡혀감과 그 귀환 등 모든 수치를 사실대로 밝혔습니다.

 

그래서 열왕기는 남북왕국의 역사를 훨씬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역대기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조실록 같은 책입니다. 저작 당시 이미 여러 역사 관련 자료들이 있었는데 열왕기는 다윗에 관한 역사적 기록(1,2장), 솔로몬의 행장(11:41), 이스라엘 왕의 역대지략(14:19), 유대 왕의 역대 지략(14:29) 등을 저작에 참조했습니다.

 

히브리인들은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이라는 선민(選民) 의식에 철저했기에 모든 일을 여호와 하나님이 주관하셨다는 역사관을 갖고 있습니다. 나라의 흥망성쇠도 경제 정치 군사력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여부에 달렸다고 봅니다. 열왕기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역사를 기록했는데 이를 선지자적 혹은 신명기적인 관점(신28장)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또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라는 믿음에도 철저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역사도 하나님이 당신의 언약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사무엘서와 연결된 열왕기서는 삼하 7:12-16에 기록된 다윗 언약이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달성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이 통치하는 세속 왕조는 실패해도 하나님이 약속하신 다윗 왕국, 다른 말로 메시아가 와서 실현할 하나님 나라는 영원하다는 것입니다. 열왕기는 이 두 나라를 대조시켜서 백성들로 장래의 구원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하려는 목적으로 저작한 것이라 구속사(救贖史)적인 관점이라고도 말합니다.

 

역대기의 저작 관점

 

역대기는 전통적으로 에스라가 기록한 것으로 보며 탈무드도 에스라가 에스라서와 역대기를 기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역대기의 결론(대하36:22,23)과 에스라서의 서론 및 첫 사건(스1:1-3)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열왕기가 솔로몬 이후 남북왕국의 역사를 함께 다루지만 역대기는 특별히 남왕국 유다 왕들의 역사를 주로 기록하고 있고 북왕국 이스라엘은 유다와 연결된 사건에 한정합니다. 고레스 왕의 조서(대하 36:22,23 - B.C. 538)와 스룹바벨의 두 손자(대상3:19,21 - B.C. 500년경 인물)를 언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에스라가 BC 458에 포로에서 귀환했으므로 저작 연대는 B.C. 450 년경으로 추정합니다.

 

말하자면 열왕기 저작(B.C. 562-536 사이)보다 역대기는 약 백 년 뒤에 저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열왕기가 이미 참고한 자료 외에 다른 자료들도 참조해서 다른 관점으로 기록했습니다. 저자가 누구든 이미 기록된 책과 동일한 목적으로 저작할 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열왕기 저자가 참고한 자료 외에 열왕기 주석(대하24:27), 선견자 잇도의 묵시책(대하9:29), 잇도의 족보(대하12:15), 예후의 글(대하20:34), 호새의 사기(대하33:19), 이사야의 묵시책(대하26:22) 등을 참조하고 인용했습니다.

 

포로에서 돌아온 에스라의 최대 관심은 성전 재건을 통한 영적 부흥이었습니다. 유다 왕국이 망하여 바빌론 포로로 잡혀가는 심판을 받은 이유가 성전 제사의 불이행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백성들도 여호와 함께 온갖 우상을 숭배했기에 심판을 자초했음을 깨닫고 회개했습니다. 에스라의 주도하에 성전 중심의 영적 부흥 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히 역대기도 그런 관점에서 기록되었습니다. 열왕기가 솔로몬 왕에서 시작하지만 역대기는 아담에서 시작하고 열왕기가 다루지 않는 다윗 왕을 중요하게 언급합니다. 다윗은 당연히 가장 많은 비중을 갖고 기록되어야 할 왕이지만 열왕기와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역대기는 성전 재건을 통한 신정국가의 새 출발을 소망케 하는 책입니다. 다윗은 신정국가를 설립했고 솔로몬은 그 근간이 되는 성전을 완성했습니다. 유다 왕국 중심으로 기록한 것도 예루살렘에 성전이 있었고 이처럼 성전을 다윗과 솔로몬이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대기는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하여 하나님께 봉헌한 사실을 강조합니다.(대하2-7장) 또 모세의 율법과 성전(대상 22장, 대하2-7장), 레위 지파의 성전 찬양대(대상13,15,16장)도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작 목적을 제사장적인 관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열왕기는 선지자적 관점으로 솔로몬의 배교와 우상숭배를 지적하고 비난했으나(왕상11:1-13), 역대기는 제사장적 관점에서 그의 성전 건축만 강조하고 그의 배교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일한 관점에서 다윗의 간음 사건도 생략했습니다.

 

한마디로 므낫세 왕에 대한 두 책의 기록이 달라지는 까닭도 이런 저작 목적의 차이 때문입니다. 열왕기 기자는 선지자적 관점에서 그의 우상숭배의 죄악을 강조했습니다. 반면에 역대기 저자로선 그런 큰 잘못도 있으나 말년에 회개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종교 개혁을 한 업적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역대기 저자는 열왕기 저자가 참고하지 않은 “호새의 사기”(대하33:19)를 참조한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2/2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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