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예수는 없다

영화 ‘벤허’에 잊지 못할 명장면이 하나 나온다. 주인공 벤허가 예루살렘 총독을 살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쇠사슬에 묶여 노예선으로 끌려가는 도중 조그만 시골 동네 우물가를 통과한다. 죄수 호송대장이 모든 죄수에게 물을 마시도록 허락하나 벤허에게만 마시지 못하게 한다. 이 때 한 사람이 나타나 아무 주저함 없이 벤허에게 물을 떠 준다. 감히 자기 명령을 어긴 이 사람을 채찍으로 치려고 대장이 가까이 오는데, 그 얼굴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기막히게 변해가는 장면이다. 그 시골 동네는 나사렛이었고 그 사람은 예수였다.  

벤허라면 사륜마차 경주 장면만 떠올리는데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영화다. 이만큼 예수에 관해 잘 만든 영화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예수는 단지 몇 장면만 나오는데 그것도 얼굴이 정면으로 비춰진 적이 없다. 이 장면에서도 예수는 화면에 등을 돌린 채 서 있고 호송대장이 당장 쳐 죽일 듯이 오다가 차츰 주눅이 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그머니 꽁무니 빼버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았고 정면 얼굴도 비춰지지 않았지만 일반인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권세가 예수에게서 풍겨 나왔다는 뜻이다. 

참 신자는 예수의 초상화를 집에 걸어 놓거나 예수가 어떤 얼굴을 했을까 호기심을 가지지 않는다. 스칸디나비아 사람처럼 예수의 초상화를 그린 것은 그쪽 사람들이 그렇게 그렸을 따름이다. 마치 부처의 상이 한국에선 관상학적으로 가장 후덕한 인상만 골라 조각되어지는 것과 같다. 한국의 부처상을 두고 인도 사람처럼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설령 그렇게 따질지라도 조각 불상이 부처가 아니라 참 부처는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기독교는 특수한 지역, 특수한 시대에 만들어진 일방적인 예수 상을 전하지 않는다. 예수는 어디까지나 나사렛과 예루살렘과 갈릴리를 오가며 병을 낫게 하고, 천국 복음을 전하며,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바로 그분이다. 역사적으로 실존한 성경 속의 예수다. 인간의 생각으로 그린 예수는 이미 예수가 아니다. 특수지역, 특수시대에 만들어진 예수를 일방적으로 믿으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수상을 만들어 새롭게 믿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그려야 할 예수의 상은 복음서를 넘어갈 수 없다. 거기에 기록된 것이 전부다. 예수의 외모만 해도 그렇다. 4복음서에 외모․체격․기질 등에 관해 아무 언급이 없다고 해서 혹시 실존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필요 없다. 성경에 그런 기록이 없는 까닭은 두 가지뿐이다. 외모나 체격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었거나, 그것들이 예수의 복음을 설명하는데 아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록이 없다는 핑계로 예수의 모습을 서구인들은 서구식으로 한국인들은 한국인 식으로 그려내면 안 된다. 꼭 초상화를 그려야 한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 30대 초반의 유대인 남자를 한 1만 명쯤 모아놓고 가장 평균 키에 보통 체격과 평범한 얼굴을 골라내면 된다. 이마가 반듯하거나 눈이 호수같이 신비로웠거나 키가 남들보다 한 자가 더 크거나 힘이 출중했거나, 눈에 띄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었다”(사 53:2).

외형상 뛰어난 특징이 없었다는 것은 그의 사역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음을 오히려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어려서부터 지능이 아주 뛰어났고 교육을 최고 수준으로 받았다고 하면 산상수훈의 가르침도 그를 가르친 위대한 스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했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 사람은 배우지 아니하였거늘 어떻게 글을 아느냐”(요 7:15)라고 의아해했다. 제자가 된 나다니엘조차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 1:46)라고 반문했다. 세상적 배경이나 인간적 강점으로 예수가 예수 된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기독교로서는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른다.

자의적인 평가․분석․판단으로 예수를 대하면. 자신의 사상․철학, 심지어 자화상이 투영된 자기가 만든 예수가 된다. 예수는 일대일로 만나야 한다. 우리의 지정의를 동원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심령으로 만나져야 한다.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3:3, 5). 자기가 분석한 예수야말로 거짓 예수이며 그런 예수는 없다.

일러두기

본서는 오강남 박사가 지은 ‘예수는 없다’(2001년 5월 31일 현암 출간)를 똑같은 제목과 순서대로 기독교 복음주의 입장에서 반박한 책입니다. 기왕에 그 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함께 비교해 보시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도 이 책만 읽고도 반박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각 단락의 서두에 그 책의 중심 사상을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오 박사님 책의 구절과 표현들을 많이 인용하긴 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일이 따옴표를 붙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전자책 버전으로 개정하면서 (2015. 5).... 

전편의 모든 내용은 그대로 두되 그 표현만 간략하고 쉽게 고쳤습니다. 유영모, 함석헌, 팃낙한 스님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빼고 일반적인 논증으로 바꿨습니다. 간디만 그 개인의 신앙을 평가한 것이 아니고 그의 무저항주의만 논의한 것이기에 이름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김진홍 목사에 관한 부분은 그 전체를 삭제했습니다. 무엇보다. 전자책 특성을 살려 차례의 제목을 클릭하면 바로 본문으로 가도록 했습니다. 

차 례

과연 교회 안에 구원이 있을까?  9
들어가면서- 인간이라면 비겁하게 살지 말자!  22

1.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28

“우리 아빠 최고”  28
무엇이 문제인가?  31 
기독교 패러다임의 천이  38           
벌거벗은 임금님과 당나귀 귀 임금님  45  
허스키와 진돗개- 내 종교만 종교인가?  51
세 부류의 사람들  56
신앙의 여섯 단계  58
두 가지 사유 방식  61

2. 성경대로 믿는다  64

김 목사의 성경관-성경대로 믿는다  64
흥부전과 성경  70
창조 이야기의 딜레마와 교훈  73
아담의 갈빗대?  81      
선악과 - 이분법적 의식의 출현  85
노아 홍수를 따져보면  92 
경상도 시리즈와 성경  95
성경이 하늘에서 떨어진 책인가?  98
단군신화와  기독교  99
베들레헴과 백두산 기슭  103
성경이 사람을 죽이는 몇 가지 경우  106    
예수님의 성경 읽기-‘환기식 독법’  110
산타 할아버지는 언제 오시는가?- 두 가지 문자주의  116

3. 잘못된 신관은 무신론만 못하다 124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노라”  125
하나님은 남자인가?  129
하나님 어머니  137
실제적 다신론  142
실제적 무신론  146
부족신관  149
․자기 백성밖에 모르는 하나님- 출애굽 이야기
․잔인하신 하나님- 가나안 정복 이야기
․장애인을 차별하는 하나님-제사장 제도
율법주의적 신관  168    
․왕으로서의 하나님
․율법주의적 믿음과 삶
조건부 신관-이기적 신앙  175
스스로 하나님이 된 사람들  180
하나님과 생태계 문제  184
신은 존재냐 비존재냐?  187
어느 신학자의 신관  193   
․초자연주의 신관
․흔들리는 신관
․초월이냐 내재냐
․초월도 내재도

4. 예수는 없다  211 

예수님은 하나님이신가?  211
예수님의 성(性)생활  219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222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  228
탄생 이야기에 얽힌 몇 가지 의문  234
동정녀 탄생의 신학적 배경  244
청년 예수  248  
싸움꾼 예수  254
싸움 말리는 예수  258
예수님을 어떻게 볼까?  262
성불하신 예수님  269 
‘자비’- 어머니의 태(胎)처럼(womb-likeness)  272
일반인에게 비춰진 선생의 예수님  280
불신자들의 또 다른 양상들  288
참다운 길벗  295

5. 지금 여기에서의 Mission  302 

철수의 어린 시절  302
어느 신학자의 선교관  306
․배타주의에서
․다원주의로
   ․지구적 책임
교회는 강아지 훈련소가 아니다  321  
하룻강아지 진리 무서운 줄 모른다  323  
김칫국- 누가 천당에 갈 수 있는가?  327
땅 끝까지?  332
선한 사마리아인  336
‘지금․여기’에서의 mission- 하나님 나라의 건설  340
메타노이아  342
그들도 우리처럼  345

저작 후기  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