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탈출 475 일차 – 책임감으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스스로 놓아버린 탈출기입니다만 이전 글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전 같이 제 상황을 정리하자면

 

직장을 지속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예배를 지속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게임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성관계와 음란물을 보는 것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행할 때에 제 마음가짐 입니다.

 

-직장에 대해서

 

사이트에 기쁜 마음으로 취직 소식을 전했던 그 직장에서 지금 1년 2개월을 지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철제공작물 대량생산(cnc 자동)입니다. 이전 글까지 부사수로 있다가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작은 라인을 맡는 라인장(조장)이 되었습니다. cnc 기계라고 부르는 자동 대량생산 기계 10대가 있는 하나의 라인을 맡게 된 것입니다. 분명 처음에는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에 감사하고 받은 경험과 지식으로 더 유익하게 사용되길 바랬습니다. 막상 조금은 중요한 위치에 있으니 책임과 부담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습니다. 한번은 뇌 전체가 뜨거워지면서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거 뇌가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 강박적인 성향이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켰습니다. 더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 외적인 부분에도 자극이 있습니다. 제 사수였던 형님은 저를 장난으로 호구라고 부릅니다. 본인이 챙길 건 못 챙기고 남들 이익만 주는 giver라는 것입니다. 

 

일하고 집에 와서 자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가 왔는지 이번 년도 8월 말 즈음에 부장님께 퇴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때에 부장님께서 최대한 맞춰 주려고 하셔서 조금 생각을 내려놓고 다니고 있습니다. 오래 다니신 다른 분에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 없다.","네 몸이 편한 게 우선이다", "문제가 생겨도 넘어갈 수준으로 타협해서 적당히 해라" 세상적으로는 애초에 잘할 생각이 없으면 스트레스도 안 받는것 같더라구요.

 

이쯤에서 신앙과 엮어서 내린 결론을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주님 중심으로 올바르게 서 있지 못할 경우

1. 책임과 부담을 견디기가 힘들다.

2. 주님의 나라를 더 유익하게 만들려는 열심과 과정이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다. (강박이 있으면 더 심해진다)

3. 본인만 손해 보고 남들을 유익하게 하는 호구라는 크리스천의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4. 이 분야에 더욱 파고들고 전문가 수준으로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예배에 대해서

 

주님께 올바르게 서 있지 못하는 사람이 예배는 다 참석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책임감으로 묶어두셨기 때문입니다. 수요 금요 예배 영상 녹화를 담당하고 주일에는 찬양팀이자 성가대이며 목사님이 전자기기에 익숙치 않은 부분을 다 담당하고 있습니다. 참석만 했지 말씀을 듣는데도 듣기 싫고 너무 집에 가고 싶고 이제 그만하고 싶고 책임을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고(죄송합니다만 일단 탈출기를 내려놓았죠) 기도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냥 시키는 것만 하고 앉아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탈출기를 작성하고 있듯 억지로 앉혀 놓은 중에 조금씩 회복시켜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헌금도 감사하며 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원래 내던 만큼 떼서 다 내버리고 없는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 그러면 너무 아깝더라구요. 20대 중반의 남자가 사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게임에 대해서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이 특별히 재미가 없습니다. 현시대에 게임 문화 자체가 충분히 자극적이지 못한 것인지(?) 나이가 먹으면 기름진 게 안 땡긴다는데 이것처럼 조금 나이 먹었다고 변한 건지 제가 결여 된 부분을 게임으로 매울 필요가 없어 졌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감사하게도 이제 게임에 목매는 일은 없습니다.

 

-성에 대해서

 

여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 씩은 성관계를 합니다. 중독되어 버렸다고 서로가 이야기합니다. 여자친구는 성적인 쾌락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더렵혔습니다. 마음의 짐입니다. 둘이서 내린 결론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으니 얼른 결혼하자입니다. 물론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부분이니 결혼 과정의 것들이 막연하긴 합니다. 음란물은 여자친구를 보지 못하는 야간 주에 봅니다. 성적 자극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침체 된 상황 속에서도 주님이 아니면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진리가 의미하는 크고 깊은 것들에 대해 무지하지만 예수님이 진리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저는 제가 바뀌어야지라는 생각에 자신이 없습니다. 주님과 가까이하고 싶고 주님을 더 알아가고 싶고 행복하고 즐겁고 싶은데 성경을 읽고 5만 원 주고 중고로 산 주석도 읽고 10만 원 넘게 주고 산 추천해주셨던 낸시 피어시 책들을 읽어보고 싶은데 먼지만 쌓여 가고 있습니다. 현실은 생각을 비우고 이제까지 주님께서 그래 주셨듯 주님이 바꿔주실 날만 기다리는 저입니다.

 

(10/3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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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의 코멘트)

 

더 이상 글을 안 올리시려나 여겼는데, 마지막 글이 320일 차였으므로 155일 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처음 형제님과 이런 교통을 하게 된 것이 게임과 포르노 중독을 탈출하려는 목적이었는데 1년 3-4 개월 만에 많은 진전이 있었네요. 게임 중독에선 완전히 탈출한 것 같습니다. 어떤 중독이든 빠져나오는 것이 너무나 길고도 어려운 싸움인데도 아주 짧은 시일 안에 성공했으니 대단합니다. 또 포르노도 반쯤은 성공했으니 전체 100이라면 75%는 성공한 것입니다. 

 

그간의 일들과 아직도 완전해지지 않는 모습 들은 사실 청년이라면(크리스천 청년도 포함) 누구나 그 시기에 다 겪는 갈등과 문제입니다. 형제님도 말씀하셨듯이 나이가 들면서 나아지고 또 무엇보다 다른 일에 바빠지면서 쓸데없는 낭비를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대신에 새로운 문제들이 또 생기며 인생은 그렇게 진행되어가는 법입니다. 삼십 대, 사십 대, 연령대별로 문제가 있고, 결혼자와 미혼자, 자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또 다른 고민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인생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그런 고난의 여정을 롤러코스터처럼 타게 마련입니다. 롤러코스터는 아무리 중도에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 못하지만 결국은 종착점에 도달하듯이 인생 또한 그러한 것입니다. 

 

직장에서 선배들이 쉬어가면서 하라는 권면도 이런 인생 경험에서 나온 지혜일 것입니다. 우선 그 직장에 계속 머물기로 한 것은 아주 잘한 결정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 그대로 정체하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강박증적인 완벽주의는 조금씩 완화할 필요는 있어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다면 굳이 그 직장에 계속 남아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 직장에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즐기면서 행하여 전문가가 되든지, 그럴 가망이 전혀 안 보이면 그럴 수 있는 다른 직장으로 옮겨야 합니다. 물론 신중하게 기도하고 분별해서 판단 결정하되 다음 직장이 정해질 때까지는 함부로 사표를 던져선 안 됩니다. 끝까지 맡은 바 책임은 다해 주시되 경력의 단절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강박증을 완화하려는 것과 직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직장이나 예배나 여자친구와의 관계에나 형제님에게 한가지 공통되는 특성이 나타나네요. 일단 여건이나 맡은 일에 대해선 자신의 감정이나 선호도와 무관하게 책임감에 따라 끝까지 잘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사람이 항상 무슨 일에나 기분이 좋고 선하며 열정이 넘칠 수는 없습니다. 책임감에 따라서 행해도 그러는 중에 배우는 일도 많고 하나님께 받는 은혜도 오묘하고 풍성할 수 있습니다. 형제님이 예수님만이 진리이고 주님이 없으면 삶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고백하신 그런 마음의 중심을 유지하면 반드시 주님 안에서 거룩하게 자랄 수 있으며 또 주님이 합력해서 선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여자친구와는 말씀하신 대로 결혼을 서두르셔야 할 것입니다. 형제님 스스로 책임감을 중히 여기므로 이야말로 반드시 책임을 지셔야 할 문제이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인생사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후에 행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미숙한 상태에서 직접 맞닥쳐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적응 발전되어가며 큰 성과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형제님이 지금껏 책임감에 따라서 무슨 일이든 성실히 수행해 왔듯이 결혼도 그런 마음이라면 바로 할 수 있고 또 그 후에 가정도 잘 꾸려나가리라 믿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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