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깡마르셔서 저도 쉽게 들 수 있을 정도인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항상 기운이 없어, 말도 귀를 가까이 대어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가끔 속이 편치 않아 묽은 미음 밖에 자시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더욱 힘이 없으십니다. 손을 덜덜 떨면서 주체 못할 정도입니다.
한번은, 역시 교회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굶고(미음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곧바로 가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바람이 조금 불고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계셨지만 헤쳐진 옷깃도 여미지 못하셨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제가 옷을 다독여 드리고 손을 잡으니 많이 떠시더군요. 담당 집사님께서 차를 가지러 간 사이였습니다.
“할아버지, 추우시지요?”
“참을만해요. 겨울인데요, 뭐.”
“바람이 찬데 교회 안에서 기다리시지요.”
차가 도착할 때까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섬김이 비록 보잘 것 없더라도 그것이나마 필요로 하는 지체가 있는 한, 작은 것이라도 섬겨야겠구나.’
어느 정도 실천할 것인지 고민하기에 앞서, 다짐만큼이라도 했으니 조금씩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