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자기 자신이 쓰는 전도서

조회 수 1677 추천 수 104 2008.03.01 01:05:58

♣ 전1:2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Meaningless! Meaningless!” says the Teacher. “Utterly meaningless! Everything is meaningless.”)



전에, 모(某) 주제 관련 논쟁에 끼어들어, 발제자의 의견과 대립되는 견해를 피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찬반이 첨예하게 격돌할 수밖에 없는 논쟁의 속성상, 다소의 격한 표현은 미리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발제자의 반론이야 당연한 일입니다만, 제가 매우 당황했던 것은 발제자의 열렬한 지지자의 댓글이었습니다. 제 글에 대해 “약간의 냉소적 느낌이 들며 학교 근처 동네 골목에서 어슬렁거리는 형, 즉 동네 불량배 중학생 같다.”는 지적에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이 같은 인상을 풍기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어 즉각 사과했습니다.

강한 확신의 소유자인 발제자(지지자들 포함)를 설득할 능력과 가능성도 없으면서, 괜스레 댓글 달았다 지적만 받았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쓸데없는 헛된 짓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평범한 선남선녀 대부분은 이처럼 헛된 일들을 수없이 반복하는 실수 연속적 삶을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신구약 성경 66권 모두가 깊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진리입니다만, 전도서 역시 매우 독특한 말씀입니다. 느닷없이 전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도서야말로 냉소적인 책이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2절)에만 5번 반복된 “헛되다”라는 단어의 뜻 역시 ‘냉소적’입니다. 참고로 이 단어가 한글 개역에는 5번 반복되지만, 영역본(NIV)은 4번이며, 히브리어본도 1절과 2절을 통 털어 4번입니다. 전도서에는 총 36회 사용되었습니다.

히브리어 ‘헤벨’(hebel)의 일차적인 의미는 「숨, 호흡, 바람, 증기, 안개」 등의 뜻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짧고 가치없고 하찮고 허무한 것」이라는 이차적 의미로 전의됐습니다. 아무튼, 말 자체가 이미 ‘허무’를 내포하기 때문에, 전도서는 의당 ‘냉소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냉소적인 내용이기에, 전도서가 인생을 다 산 8-90대 꼬부랑 노인네의 작품일 것으로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도서는 솔로몬 왕이 늙어서 쓴 책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학자들의 연대기 계산에 의하면 솔로몬의 향년은 59세입니다. 임종 직전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유언삼아 급히 썼다기보다, 죽음에 직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생을 관조하며 느긋하게 썼을 듯싶습니다. 그 집필 시기는, 요즘으로 치면 한창 나이(젊은 나이?)라 할 수 있는, 50대 중후반 수 년 간으로 추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입니다.  

아무튼 전도서는 1장부터 12:12절까지 시종일관 ‘냉소적 허무주의’의 논조를 유지합니다.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케 한다.”는 속뜻은 당연히 ‘허무’를 전제한 표현입니다.

전도서를 12:12절까지만 읽으면 ‘인생=허무한 것’이라는 답 밖에 안 나옵니다. 각자 자신의 인생을 대입해 봐도, 성공과 성취와 업적과 자랑은 없고, 좌절과 실패와 열등과 미달뿐이니, ‘내 인생=진정한 허무’라는 결론은 정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도서는 12:12절로 끝나지 않고 13-14절까지 이어진다는 데에 감사해야 합니다. 바로 이곳에서 기막힌 반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일의 결국(=12:12절까지의 결론=인생의 결론=허무)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찌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이 말씀은 전도서의 주제가 결코 ‘허무’가 아니라는 선포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 상당부분이 비록 ‘허무적인 평가’를 피할 수 없다할지라도, 그러나 아직 ‘긍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성경적 소망’인 것입니다!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우리의 소망은 근거를 지닌다는 뜻입니다!


전도서가 피상적으로는 철저한 허무주의적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완벽한 낙관주의입니다. 12:13-14절이야말로 참 인생의 가장 정확한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전도서는 최고의 긍정입니다! 부정을 거쳐 결국은 긍정에 이른 옛 기자의 귀한 지혜를 조금이나마 맛본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은혜입니다.



우리가 비록 전도서 기자만큼 예리한 지성을 소유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이제 장년에 이르렀다면 전도서의 의미를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해도 인생은 무상할 뿐이라는 것쯤은 압니다. 50여 년의 인생 경험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생이란 자신의 살아온 족적을 기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이제 남은 생애 동안만이라도 제대로 된 전도서(=바르게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 삶의 기록)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

운영자

2008.03.01 18:22:47
*.160.218.91

정순태 집사님!
예리하고도 깊은 통찰력은 여전하십니다.
오랜 만에 귀하신 나눔을 접하니 절로 은혜가 됩니다.
그런데 김계환 집사님을 빼고는 군기반장 김문수 집사님을 필두로 , 김유상 집사님, 허경조 집사님 같은
초창기 역전의 용사들이 한동안 침묵하고 있으니
사이트에 뭔가 활력이 좀 빠진 것 같지 않습니까?
물론 그 사이에 새로운 강력한 도전자들 몇 분이 등장해서
그 공백을 매워주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정순태 집사님이 계속 힘을 내주셔야
다른 분들도 덩달아 힘을 낼 것 같습니다만... 샬롬!. ^^

정순태

2008.03.02 06:20:59
*.75.152.135

목사님의 깊은 영성을 통해 걸러진 진리를 통해
나날이 참 신앙으로 양육되는 귀한 사역(홈페이지)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홈을 사랑하시는 성도님들의 귀한 참여가 있으실 것입니다.

아울러 목사님의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으셔야 할 텐데, 항시 기도하겠습니다!!!

이선우

2008.03.06 09:56:50
*.160.241.158

정순태 집사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는 전도서를 읽을 때마다 말년의 솔로몬(왕상11:1-13)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아울러 전도서에 나오는 글귀 중 3:21-22, 6:12, 7;16-17 등은 제 건전한 상식으로는 그의 믿음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7장 7절과 26절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서는 말년의 본인 스스로 그 함정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었던 것을 보고는 겔33:12-13에 의거 과연 솔로몬은 그의 마지막 삶에서 회개하고 하나님께 구원을 얻었을까 의문을 던져 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순태

2008.03.06 13:08:28
*.75.152.26

휴~~~
이선우 형제님!
너무너무 반갑습니다만 짖누르는 부담감에 한숨부터 나오는군요.
응당 목사님께 드려야 할 질문을 제게 하신다면 어쩌라는 말씀이신지.........

하지만 평신도가 생각하는 견해를 알고 싶으신 것이라 짐작하고
합격점에 이를 수는 없겠으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
비록 많은 시간이 소요될테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 홈을 통해 교제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회원으로서 개인적인 환영의 마음을 전하면서 눈부신 활약을 기대합니다!!! 샬롬!

이선우

2008.03.07 07:27:32
*.160.241.158

앗, 정순태 집사님께 제가 그런 압박감을 드렸다니 제 질문은 취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냥 집사님의 귀한 글을 읽다 문득 제가 보고있는 성경책 중 전도서를 펼쳐 보면서 평상시 끄적거려 놓던 질문들을 두서없이 써 놓은 것이었는데요.. 전 성경 읽다 의문이 들면 옆에다 잔뜩 낙서해 놓는 버릇이 있거든요. ^^ 마음에 부담감을 드렸다면 정말 죄송스럽구요.
사실 제가 잘 모르는 거라 내공이 노화순청(!)에 오른 집사님이나 등봉조국(!!)의 경지에 도달한 목사님께서는 잘 아실것 같아서 가볍게 질문을 드린 것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ㅠㅠ

작은자

2008.03.07 17:28:28
*.7.13.27

정순태 집사님의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의 글 말미에 스스로 다짐하신 다짐을 이루시기를 바라며 적극지지 찬동 동감 공감합니다*^^*
저도 곧 정집사님의 뒤를 쫒아가는 나이인지라서요^^;

이선우 집사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정말 어려운 질문을 던지셨네요^^
성경이 모든것을 다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침묵하는것도 있다고 보네요^^

아직 감춰져 있다고나 할까요
사실은 우리의 유익을 위한 하나님의 배려라고 봅니다
여러가지로 유추해석해서 어느정도까지는 발견했다해도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영성이 뛰어나신 분들의 삶과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본다면
또 다른 감동으로 해석 되어지는걸 경험하지요^^

솔로몬이 과연 구원을 받았을까요 안받았을까요^^
이것은 또 다시 비틀어서 질문을 한다면 해롯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두살 이하의 유아들에게도 (이 것은 어느분이 다른 싸이트에 제가 올린글에 반감으로
질문을 던진것인데요^^) 이선우집사님의 질문과 별로 관계가 없는건가요?^^

또 이런 질문을 하데요
자살한사람이 구원 받았을까요?
공개적으로 저의 글에 댓글형식으로 질문하셨기에
짧은 저의 생각을 말씀 드렸습니다.

우리의 아니 모든 사람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부분이라고요
너무 모호한가요^^
그 문제는 우리가 고민할 부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다루실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의 영혼의 짧은 찰나의 순간에 하나님앞에 설때의 영혼을 우리가 알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오직 그와 하나님과만 알수가 있습니다.

가족중에 임종을 앞둔 그 사람과 하나님만이 알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저는 모르겠어요^^

누가 과연 구원을 장담하며 큰소리 칠수 있을까요^^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으로는 장담할수 없다는게 저의 짧은 생각입니다

아이고~~~
큰일났구나
밑천 바닥나버렸네요^^*

그냥 두서없이 적어본 것이오니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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