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4:11 목사가 오역(誤譯)인지요?

조회 수 771 추천 수 21 2011.08.22 23: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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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오역(誤譯)인지요?

[질문]


성경원문에 나오는 목사의 번역이 정말로 잘못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목자로 모든 것이 번역이 되었는데 오직 한군데만 오중 직임이 나오는 곳에만 똑같은 단어를 목사로 오역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요?

[답변]

먼저 신약성경에 목자 혹은 목사로 번역된 원어는 모두 동일한 한 단어인 것은 분명합니다. 바로 poimhvn(포이멘)으로 목자, 양치기라는 뜻입니다. 또 지적하신 대로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목사와 교사로 주셨으니.”(엡 4:11)에서만 유일하게 목자(shepherd) 대신에 목사(pastors)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영어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도적으로 오역(誤譯)했는지 여부는 저로선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대신에 에베소서의 목사라는 번역이 원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는 신약성경에서 이 원어가 사용된 용례(用例)를 살펴봄으로써 추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1) 실제로 양치는 목동의 의미 - 눅2:8, 2:15, 2:18, 2:20
(2) 이스라엘의 구세주를 예표 상징 - 마2:6, 마9:36,  마25:32, 마26:31, 막6:34, 막14:27  
(3) 예수님이 영적지도자를 목자로 직접 비유함 - 요10:2, 요10:12,
(4) 예수님이 당신을 선한 목자로 직접 비유함 - 요10:11, 요10:16,
(5) 예수님을 (큰) 목자 혹은 목자장으로 부름 - 히13:20, 벧전2:25, 5:4, 계7:17
(6) 거짓 교사 - 유1:12
(7) 조직 교회의 지도자 - 엡4:11

일견(一見)하면 문자적 의미로는 목동이지만 상징적으로 백성이나 교인을 섬기는 (영적)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상기 용례에서 (1)은 말 그대로 목동이므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4)와 (5)는 예수님을 지칭하는데 목사라는 제한된 의미로 번역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2)는 이스라엘을 구원하거나 이끌 영적지도자라는 의미이므로 목자로 번역함이 옳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마2:6, 마26:31, 막14:27은 구약성경을 인용한 것으로 그 저자들도 오실 메시아를 이미 목자의 개념으로 이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요한복음 10장 즉, (3)과 (4)에서 당신을 선한목자로 비유한 것입니다. 비록 지금까지의 유대 종교지도자들이나 앞으로 나타날 거짓 지도자들까지 목자라는 동일한 단어로 표현했지만 당신과 대조하여 비유하기 위한 목적일 뿐입니다. 모든 영적지도자들은 당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원론적 의미입니다.

동일한 맥락으로 유다서에서도 거짓 교사들을 목자라고(6) 지칭했습니다. “(교회 안에) 가만히 들어온 사람 몇이 .. 기탄 없이 너희와 함께 먹으니 너의 애찬의 암초요 자기 몸만 기르는 목자요”(1:4 & 12)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공식적 직책을 수행하는 지도자로 볼 수 없기에 목사라고 번역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합니다. 예수님 비유에 나오는 대로 원론적 의미의 삯군 목자일 뿐입니다.

반면에 조직 교회의 실제 지도자라는 의미는 (7)의 경우가 유일합니다. 문제는 조직교회의 지도자 명칭을 왜 원어 그대로 목자라고 하지 않고 구태여 목사라고 번역했느냐입니다.

영어의 목사 pastor는 먹이다(to feed)의 뜻을 지닌 라틴어 pascere 에서 나왔습니다. 알다시피 헬라어 신약성경 원본이 최초로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은 주후 4세기의 Jerome의 라틴어판 the Vulgate 입니다. 그 성경에는 에베소서 본문이나, 누가복음 2장의 목동이나, 다른 부분 모두를 pastores(목자)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흠정역(KJV)을 비롯한 영어판에선 왜 조직교회지도자만 유독 shepherd 대신에 pastor로 번역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순전히 제가 추측한 바이지만 아마도 목자에는 목동이라는 어감이 강해서인지도 모릅니다. 또 전문적으로 목동의 양치는 일을 돕는 개의 종(種)도 세퍼드(shepherd)로 부릅니다. 다른 부분에선 문맥으로 보아 목동 내지 목자라고 쉽게 알 수 있지만 에베소 본문에서만은 직책 이름인지라 일부러 pastor로 바꾸었는지 모릅니다.  

바울이 에베소서를 저작할 당시(AD 62년경)에 교회 내에 목사라는 공식적인 직책 이름(the title of job or office)은 없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대신에 장로라고 불리는 자들이 오늘의 목사 역할을 감당한 것으로 봅니다. 어쨌든 교회 안에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각기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자들이 대표적으로 본문이 말하는 바대로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사도’는 예수님의 직접적 제자로 그분의 사역과 부활을 목격하였고 성령의 간섭으로 복음의 의미를 최초로 깨달아 초대 교회들을 설립하고 섬긴 자들입니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백성들의 죄를 통박하고 교회를 훈계한 자들입니다. ‘복음 전하는 자’는 빌립, 디모데, 에바브라 같이 당시 곳곳으로 선교 여행을 다니며 복음을 선포했던 자들입니다.

목사와 교사의 경우는 관사가 하나만 있고 and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가지 직분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신학자들도 (예컨대 칼 바르트, 마틴 로이든 존스) 있습니다. 교인들의 이런저런 필요를 보살피는 자와 성경을 가르치는 자가 있었는데, 사도들의 예에서 보듯이 목양과 교육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자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직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바울의 저작 의도가 조직 교회의 직책 이름보다는 그 역할을, 특별히 초대교회 특유의 기능을 강조하려는 데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사도나 선지자 같은 경우는 교회가 설립되고 정경이 완성됨으로써 그 기능을 다했습니다. 또 복음 전하는 자의 경우는 요즘으로 치면 선교사이긴 하지만 반드시 한 지역교회에 소속 혹은 파송된 자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 구절에 기인하여 현대교회도 반드시 그런 직책들로 나눠져야 한다고 이해 내지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오늘날도 하나님께 직통 계시를 받아 예언하는 선지자와 그런 계시를 선포하고 가르치는 (신)사도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현재의 목사직분을 단순히 교회학교 교사와 동등시 하는 것은 또 다른 극단입니다.

인용한 에베소 본문에서 현재의 지역교회와 직접 해당되는 직책은 목사와 교사뿐입니다. 목사라고 고의적으로 오역했는지 여부는 불문하고 목사와 교사로 구분되어 있어서 오히려 무소불위(?)한 목사의 권한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 조직체 교회를 대표하는 실제적인 지도자라는 의미에선 목자보다는, 교회 조직체계가 확립된 라틴어번역 이후부터이긴 하지만, 목사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습니다.

이 구절의 의미를 묻는 주된 의도는 초대교회에도 없던 목사 직분을 따로 만들어 교회에서 왕 노릇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펴본 대로 사도와 선지자는 초대교회로 그 직분이 끝이 났고, 복음 전하는 자는 선교사입니다. 현대 조직체 교회에도 양떼를 먹이고 가르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초대 교회에는 없던 직책을 따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영어 번역에서 목사(pastor)는 살펴본 대로 어원적으로 양 떼를 먹이는 목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마 최초의 우리말 번역도 shepherd 대신에 pastor로 번역된 예를 따라 목자 대신에 목사라고 했을 것입니다. 또 최초의 한국말 번역 당시만 해도 그 번역자로선 지금같이 많은 목사들이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신약교회에선 목사 뿐 아니라 모든 신자가 제사장 직분을 수행해야 합니다. 성경을 깊이 연구하여 십자가 복음의 진리를 깨우치고 또 다른 이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현대교회 안에 아무리 이런 저런 직책이 많아도 각기 그 가능만 다른 것이지 하나님 앞에서의 자격, 신분, 특권이 다르거나 우열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제는 모두가 동등하기에 하나님 앞에 교회를 대표하고 교회 전체를 이끌어갈 자가 필요한데 에베소 본문대로 반드시 성도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고 성경을 올바르게 잘 가르칠 자여야 합니다. 또 당연히 목회서신에서 규정한 장로나 감독의 자격에 합당해야 합니다.  
  
우리말 목사(牧師)라는 명칭에는 원문 그대로 목양과 교육 두 기능을 같이 포함합니다. 작금 많은 목사들이 목양(牧羊)에는 조금 등한히 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 명칭을 원어에 충실하게 목자(牧者)라고 하면 이미 목사에 익숙해져있기에 아무래도 더 어색한데다 가르친다는 의미는 약해집니다.  

바울이 원문에서 관사 하나에 두 직분을 연결시켜 놓은 것이 결과적으로는 현대 교회에 더 적합한 명칭이 되어버렸습니다. 또 교회 규모가 커지다보니 운영의 묘를 구하려고 목양의 역할은 구역장 같은 분에게 분담시키고 그 이름마저 목자라고 붙이고 있지 않습니까? 요컨대 목사라는 명칭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날의 목사들도 진정으로 예수님이 본을 보이고 가르친 선한 목자(牧者)로, 또 목양하고 가르치라는 성경말씀대로 목사(牧師)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끝까지 충성해야 할 것입니다. .

8/1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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