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창세기를 읽다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어서 문의 드립니다. 창세기 10장부터 노아의 아들의 족보가 나오는데, 구절마다 보면 "종족과 언어에 따라 갈라져 나갔다"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11장 1절에 보면 "당시 온 세상언어는 하나였으며 같은 말을 썼다"라고 나오면서 바벨탑이야기가 시작되는데 10장의 구절과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요? 10장과 11장에 나오는 구절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요?
[답변]
첫째로 아셔야 할 사항은 성경의 장절이 반드시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적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별로 묶어 놓았기에 가끔 후대사건이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장절도 원래 성경원문에는 없습니다. 순전히 색인, 인용, 참조, 비교해서 이해하기 좋도록 훨씬 후대에 붙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10:19에도 바벨탑보다 훨씬 후대 사건의 지명 소돔과 고모라를 거론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억할 것은 창세기 원문에는 10, 11장 같은 구분이 없기에 현재의 10장은 현재의 9장에 이어 노아와 그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을 뿐입니다.
둘째로 10:5절은 개략적이고 원론적인 진술입니다. 특정한 시기와 장소와 인물들의 이름을 밝혀놓은 구체적 진술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바벨탑 사건 이후에) 노아의 후손으로부터 각 방언과 나라로 바뀌었다는 뜻일 뿐입니다. 그 말은 또 경건했던 노아의 후손들이 점차 타락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셋째로 5절 이후 기록을 자세히 보면 단지 노아 세 아들의 후손가계도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10절에 함의 후손으로 바벨에 거주한 민족 니므롯의 이름이 나옵니다. 또 노아 세 아들 중에 이 후손이 특별히 더 죄에 물들었고 바벨탑 사건의 주역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서 동일하게 악한 후손들 앗수르, 니느웨, 블레셋 등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넷째로 25절에 가면 “그 때에 세상이 나뉘었음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성경이 바벨 탑 사건이 일어난 연대와 그 때 어느 후손까지 출현했는지는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10장 전체를 살펴보면 하나님께 저주 받은 함의 후손인 니므롯 족속이 시날 땅에서, (레센이라는 큰 성도 건축했으므로) 샘의 후손 중에 벨렉의 때에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32절의 “홍수 후에 이들에게서 땅의 열국 백성이 나뉘었더라.”는 말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홍수 직후 바벨탑 사건 이전”이라는 구체적 진술이 아닙니다. 단순히 “홍수 후에” 바벨탑 사건이 있었고 또 그 사건으로 열국 백성과 방언으로 나뉘었다는 뜻의 개략적 진술인 것입니다.
요컨대 성경이 사건 발생순서대로만, 대체로 그러하지만, 적혔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셔야 합니다. 상기처럼 주제별로 묶다 보면 순서가 뒤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오해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건 발생 순서에 따라 편집해 놓은 “연대기성경”을 참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아가 성경을 읽으면서 무조건 그 순서대로, 문자적으로 수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구체적 사건의 기록인지, 개략적 설명인지 구별하셔야 합니다. 다른 사건과 예화와 비유를 말하고 있는지, 하나님이 직접 하신 말씀인지 혹은 그분의 간접적인 진리의 계시인지, 저자의 개인적 의견인지, 다른 이의 생각이나 말을 인용한 것인지 등도 분별하셔야 합니다. 너무 어렵게 여기지 마시고 이런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성경을 묵상하며 반복해서 읽다보면 점차 분별할 수 있게 됩니다. 본 질문도 스스로 본문 안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8/28/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