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고린도전서 15장 29절이 무슨 뜻인지요? 교회에선 성당과는 다르게 지금껏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나 기타 어떤 행위도 소용없다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위의 구절을 읽으니까 “제가 잘못 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학자들의 해석을 읽어 보았으나 딱히 와 닿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이 구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느니라.”(히9:27) 사람이 죽으면 그 즉시로 구원과 심판으로만 나뉩니다. 그 중간의 회색지대는 없습니다. 또 천국으로 옮겨질 수 있는 제2의 회개할 기회나 대기 장소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믿음으로 받아들였느냐 여부로 영생과 영벌 둘로만 나뉩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장례식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인사말을 해선 안 됩니다. 유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위로할 수는 있어도 말입니다.

 

죽은 자를 위해 세례 받는 것도 당연히 해선 안 됩니다. 아무 의미가 없음에도 그 본인이나 주위사람에게 마치 죽은 후에 제 2의 기회가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여전히 죄의 본성이 살아있고 종종 죄를 범하는 인간 신자가 대신 세례 받았다고 이미 심판으로 떨어진 자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은 아예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죄인의 구원과 심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달렸습니다. 성령이 역사하여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의 의가 덧입혀질 때만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죽은 후에, 인간의 세례 한번으로 이미 죽은 자가 구원받게 되면 하나님 본체이신 예수님이 이 땅에 인간으로 오실 필요도, 십자가에 죽을 이유도 없습니다.

 

“만일 죽은 자들이 도무지 다시 살지 못하면 죽을 자들을 위하여 세례 받는 자들이 무엇을 하겠느냐 어찌하여 저희를 위하여 세례를 받느뇨.”(고전15:29)

 

문제는 본문이 마치 죽은 자를 위해 산 신자가 세례를 받아야 하고 그러면 다시 산다는 의미로 여겨집니다. 이는 전적으로 성경 전체가 말하는 바와 어긋납니다. 그래서 영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해보려 합니다. 영혼이 죽은 자가 예수를 믿어 “성령의 세례”를 받으면 구원을 얻고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본문이 포함된 앞뒤 문맥(15:12-58)이 죽은 자의 육신의 부활을 논하고 있기에 전체적인 주제와 흐름과 무관한 해석이 되어 버립니다.

 

지금 바울은 육신 부활의 확실성을 논증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단지 그 진리를 더 강조하는 한 가지 예로 인용한 것입니다. 죽은 자를 위해 세례를 받으라고 권면하는 뜻이 아니며 그런 의도 또한 전혀 없습니다. 단지 부활이 확실하기에 죽은 자를 위해서 세례 받는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입니다.

 

성경해석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본문에 대한 해석에 몇몇 오해가 있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와 성경원어의 어원과 의미와 문법과 구조, 당시의 역사와 문화와 관습과 제도와 법률 등에 대한 연구가 발달하면서 성경본문에 대한 좀 더 세밀한 분석이 이뤄졌고 더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성경전체를 전부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신령한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고대문서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신약 헬라어에도 어디서 새로운 문장이 시작되는지 구분이 없고 인용부호 등은 아예 없음을 최근 연구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신학자들의 도움으로 하나님이 직접 하신 말씀, 성경저자가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한 하나님의 계시,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 다른 이의 말이나 다른 사건을 인용한 것, 비유와 예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컨대 상기 본문도 하나님의 계시나 바울 본인의 의견이 아님을 알게 된 것입니다. 바울은 단지 당시에 죽은 자를 위해 대신 세례 받는 관습을 인용한 것뿐입니다. 알기 쉽게 해석하면 이렇게 됩니다. “부활이 있음을 알고 믿기에 지금 그런 관습을 시행하지 않느냐? 그럼 예수 십자가의 부활을 본 기독교 교회와 신자는 더더욱 부활을 확실히 믿어야 하지 않느냐?” 같은 맥락에서 이어지는 구절(30-32절)에서도 바울은 부활이 확실히 있으므로 복음을 전하면서 모든 위험과 핍박을 감수 할 수 있었다고 변론하는 것입니다.

 

원어의 의미와 가장 가깝다고 평가되는 최근의 표준새번역본 성경이 이 구절을 어떻게 번역하고 있는지 보십시오.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세례를 받는 사람들은 무엇 하려고 그런 일을 합니까? 죽은 사람이 정말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세례를 받습니까?” 바울이 죽은 자를 위해 세례 받는 자들을 교회와 자신과 완전히 무관한 제 삼의 집단으로 지칭하고 있지 않습니까?

 

바울 당시에 고린도 교회 안에 그런 관습이 있었는지는 불명합니다. 혹시 있었다 해도 아직 십자가 구원의 진리를 정확히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초대교회 교부 크리소스톰의 기록에 따르면 바울의 이 구절을 오해하여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자를 위해 죽은 자가 누워있는 침상 아래에 들어가 세례를 대신 받아주는 관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미 온전히 믿은 자로 단지 세례 받지 못한 것만 대신하려는 뜻이었긴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시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상기구절에, 살아있는 신자의 세례로 1) 죽은 불신자의 구원이 가능하거나, 2) 죽은 신자가 천국에서 더 많은 상을 받거나 불신자는 지옥 형벌이 좀 감해지거나, 3) 이 땅에서 세례 받지 못한 것을 보충하는 식의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오직 당시의 그런 관습만 봐도 부활은 확실하지 않느냐고 한 가지 예를 들어서 부활을 강조한 것뿐입니다.

 

8/25/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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