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상1:12-14) 술 취함과 기도의 유사점(類似點)

조회 수 1068 추천 수 57 2009.11.14 14: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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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함과 기도의 유사점(類似點)


그가 여호와의 앞에 오래 기도하는 동안에 엘리가 그의 입을 주목한즉 한나가 속으로 말하매 입술만 동하고 음성은 들리지 아니하므로 엘리는 그가 취한 줄로 생각한지라 엘리가 그에게 이르되 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삼상1:12-14)  


한나가 아기를 갖지 못해 생긴 온갖 슬픔과 억울함을 신원해 달라고 실로의 성막에서 여호와께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었는데 제사장 엘리는 그녀가 포도주에 취한 줄 알고 술을 끊으라고 야단쳤습니다. 언뜻 보면 엘리 제사장이 기도와 술 취한 모습도 구분 못할 정도로 영적으로 열등한 것 같습니다. 꼭 그렇게 나쁘게만 해석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술 취한 것과 기도하는 모습을 구분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최소한 당시의 기도는 전부 소리 내어서 남들이 알아듣도록 기도했다는 뜻도 됩니다. 그런데도 아무 소리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니까 응당 술 마셔서 정신없는 여자로 본 것입니다.

또 실제로 술 취한 것과 기도하는 것이 예상 외로 유사점이 많습니다. 술은 어렵고 힘든 고난에서 위로를 얻거나 최소한 잠시 잊으려 마십니다. 또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거나 사회적으로 피해 입은 일로 발생하는 슬픔, 고통, 눌림, 억울함, 분노 등을 달래보려고 마십니다. 그래서 함께 마시는 동료에게 자기만의 온갖 사정을 쏟아냅니다. 듣기 싫을 정도로 강조하고 되풀이해서 말합니다. 때로는 울면서 하소연하거나 혼자서 지칠 때까지 통곡하기도 합니다. 물론 좋은 일이 생겨 서로 축하하거나 동료들과의 교제를 위해서도 마시기도 하지만 그런 때도 속에 있는 생각들은 서로 털어놓습니다.    

지금 한나의 기도에도 그와 동일한 모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자식이 없어서 인생에 보람과 기쁨이 없고 항상 슬펐습니다. 남편의 자식을 낳은 또 다른 아내 브닌나가 매번 그녀를 심히 격동시켜서 음식도 먹지 않고 울고 있을 정도로 상처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사회는 무자(無子) 한 것은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죄인으로 간주했기에 자기가 구원의 여지라곤 전혀 없는 양 취급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그래서 여호와께 자기 심령 속에 묻어둔 모든 괴로웠던 사연들을 토설해내었습니다. 얼마나 쌓였던 것이 많았던지 통곡하며 기도했습니다.(10절) 나아가 자식을 주면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자식이라면 브닌냐가 보란 듯이 애지중지 키우면서 배다른 형제들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시켜서 복수(?)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나기도 전에 주께 되돌려드리겠다면 자식 자체가 가장 중요한 소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특별히 죄인 취급당하는 것을 씻어주기만 진심으로 갈망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인생에 아무 의미와 소망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인 자신을 하나님더러 구원해달라고 매달린 셈입니다.    

엘리 제사장이 한나가 술에 취한 것처럼 착각한 첫째 이유는 아무 소리가 안 났기 때문이었지만 있는 말 없는 말로 그저  횡성수설 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완전히 드러내는 것이 기도입니다. 조금이라도 각색, 왜곡, 가감이 있으면 기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절대 만홀히 여기심을 받지 않습니다. 아무리 꼭꼭 숨겨진 의도나 공교한 가식으로 나아간들 그분이 꿰뚫어 보지 못할 리 만무합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 내지 착각하는 것이 너무나 어리석다 못해 죄가 됩니다.

술에 취하는 사람은 기도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술의 힘을 빌려 자기 억울한 사정을 조금이라도 풀거나 잠시 위로만 얻으려는 것입니다. 감정을 진정시켜 보려 술을 마셔 보지만 처음 몇 잔 뿐 갈수록 오히려 더 격동될 뿐입니다. 술이 깨면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은 없고 오히려 부정적 여파만 잔뜩 남습니다.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고 그 일을 헤치며 상처, 손해, 고통, 억울함, 분노 등을 짊어질 자는 자신뿐입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 뜻대로 사는 것을 방해하는 자는 하나님이라도 필요 없으며, 나아가 그분의 거룩한 간섭이 너무 싫으니까 그분과 아예 등지며 원수로 살고 있는 자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반면에 하나님을 자신의 주인으로 삼는 자는 그분 앞에서 마치 술 취한 자처럼 모든 것을 토설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그 모습대로 그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의심, 불만, 불신, 원망을 품더라도 속에 숨겨두지 않고 몽땅 끄집어내어서 그분께 퍼부어대도(?) 괜찮습니다. 아니 그분께서 신자가 그러기를 더 바라며 나아가 기뻐하기까지 하십니다.

그분은 언제든 당신의 자녀가 자기 앞으로 진정으로 무릎 꿇고 나오기만 바랍니다. 의심 불만 불신 원망도 하나의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그분 앞에 내어 놓아야만 신자의 진정(眞情) 즉, 거짓 없이 진실한 사정이 됩니다. 진정이기에 갈급해지고 또 갈급해져야 완전히 무릎 꿇을 수 있을 것 아닙니까? 하나님은 신자더러 꼭 성숙되고 견고한 믿음으로만 기도하라고 명하지, 정확하게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좋은 믿음이라면 어떤 환난이나 억울한 일도 그 믿음으로 이겨낼 수 있으니까 사실상 기도할 일도 그리 없을 것 아닙니까?

다시 말하지만 하나님은 신자가 진짜 거짓 하나 없이 발가벗고 나오기만 바랍니다. 그 발가벗은 모습이 아무리 추하고 더러워도 완전히 벗었다면 정말로 기뻐하십니다. 너무나 간단하고도 명백한 이치 아닙니까? 자식이 밖에서 어려운 일을 겪었거나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숨긴다면 부모가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어떻게 도와줄 수 있습니까? 인간부모는 속아 넘어갈 수 있지만 하나님은 물론 토설하지 않아도 속속들이 미리 아십니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은 것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은 당신께 진정으로 무릎 꿇는 믿음과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회개하는 것을 보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연후에야 당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십니다.    

술 취한 것처럼 괴로웠던 마음을 전부 토설해낸 한나가 기도를 마치며 엘리 제사장에게 뭐라고 말했습니까?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나의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 당신의 여종을 악한 여자로 여기지 마옵소서.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나의 원통함과 격동됨이 많음을 인함이니이다.”(15,16절)

여호와 앞에서 정말 눈물 콧물 흘리면서 속에 있는 것 전부 다 고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갈급한 심령에 취한 것입니다. 유일하고도 절대적 소망인 하나님께 그 심정이 통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또 그렇게 토해내었더니 “얼굴에 다시는 수색(愁色)이 없어졌습니다.”(18절) 기도 중에 위로뿐만 아니라 응답의 확신을, 응답이 아니라, 받고 슬픔이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세상에선 절대적 절망에 빠졌지만 하나님에게서 절대적 소망을 발견한 것입니다.  

한나는 진정한 기도의 모본을 보여주었습니다. 술 대신 성령의 인도하심에 취했습니다. 성령에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갈급한 심령을 사람이나 물자나 자기 자신에게 전혀 의지하려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드러내었기 때문입니다. 기도란 가장 깊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이라는 존재 전부를 가장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주변 문제를 수정, 개선, 해결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신자란 가장 절망적일 때, 아니 절망 밖에 남지 않았을 때도 가장 크고 밝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권세를 소지한 자입니다. 골고다 언덕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셨던 주님의 바로 그 권세가 항상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그 권세를 누리는 길도 너무나 간단합니다. 자기 모든 것을 그분 앞에 발가벗겨 버리고 그분의 사랑으로 덧입는 것입니다. 지금 어떤 어렵거나 억울한 형편에 있습니까? 혹시라도 믿음이 적거나 없어서 이겨내지 못한다고 절대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러는 것이 더 믿음 없다는 반증입니다. 지금 당장 있는 그대로 주님의 십자가 앞에 엎드립시오. 단 하나도 숨김없이 마치 술 취한 것처럼 횡설수설해도 좋으니 전부 다 그분께 토설하십시오. 그러면 가장 높은 소망 가운데로, 다시 말하지만 아직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과는 별개임, 주님이 옮겨 주실 것입니다.  

11/14/2009

김순희

2009.11.15 14:15:45
*.254.209.141

아멘!
아멘!!

김형주

2009.11.16 13:56:34
*.173.42.18

아멘!!!

제가 예전에 술을 엄청 많이 마셨고 취하기도 많이 한 경험이 있다보니 목사님 글에 크게 공감이 갑니다.
특히 "조금이라도 각색, 왜곡, 가감이 있으면 기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씀이 크게 다가옵니다.
사실, 일부러 술취한 척 하면서 정치적인 모사를 꾸미는 일도 많았었는데 하나님께는 그런게 전혀 안 통한다는 경고하심이겠지요?
목사님의 귀한 사역에 감사드립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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