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자 님의 글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저도 베드로에 대한 묵상을 자주 하는 편인데, 참 좋은 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에 이전에 쓴 제 글(상상이 곁들인 소설입니다. ^_^)을 올려 놓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보시고 동일한 은혜를 나누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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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 베다니에서 갈릴리까지 (안드레가 본 형 베드로)
그 날, 안드레는 스승인 세례자 요한과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 이 곳 베다니 근처의 광야에 온지도 어언 6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 그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 발탁된 것이었다. 같은 동네 벳세다 사람인 세베대의 아들 요한과 함께였다. 원래 그들은 어릴 적부터 단짝친구였다. 두 집안이 서로 동업자였기 때문에 한 집안같이 지냈다. 안드레는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회고해 보았다.
청년이 되면서 안드레는 친구 요한과 같이 바깥세상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로마 제국의 전횡은 갈수록 심해지고 민족의 고통은 가중되어 갔다. 특히 갈릴리의 분봉왕 헤롯의 악명은 대단했다. 하나님이 택하신 이스라엘 민족은 희망이 없어보였다. 사람들의 유일한 소망은 예언자들이 언젠가 오리라고 한 메시야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단강 동편 베다니에 메시야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렸다. 베다니 근처 광야에서 세례를 주는 그 사람이 엘리야라는 소문도 있었다. 안드레와 요한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베다니에 한번 다녀오겠다고 부모님께 간청하였다. 벳세다에서는 하룻길도 안되는 짧은 거리였다. 형들도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결혼을 한데다 집안일 때문에 부모님들도 동생들만 다녀오라고 허락했다.
그것이 6개월 전이었다. 세례자 요한은 소문대로 대단한 선지자였다.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띠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시는 야인(野人)이었다. 그런 외모와는 달리, 그의 눈은 사람의 영혼까지 꿰뚫을 정도로 맑고 깊었으며, 입을 열면 불같은 기운이 쏟아짐을 느낄 정도로 우렁차고 뜨거웠다.
둘은 도착한 그날로 그에게 세례를 받고, 매일 그와 함께 이 곳 광야에서 기거하며 그를 도왔다. 그렇게 하기를 3개월째에서야 그들은 세례자 요한의 정식 제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4개월째는 안드레의 형 시몬과 요한의 형 야고보가 그들을 찾아왔다. 동생들을 찾아보겠다는 핑계로, 그들도 세례자 요한의 제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었다. 집안일은 좀 벅차지만 부모님이 당분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부모님들은 아들들의 갈망을 보았고, 메시야를 위해서는 자식들을 보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오늘, 안드레와 요한은 스승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자기는 메시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전혀 보지도 못한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며, “보시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입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예수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젊은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둘은 고민했다. 6개월간 따른 스승이 메시야가 아니라는 말, 메시야는 다른 분이라는 말이 그들의 귀를 맴돌았고, 결국 고민 끝에 그들은 새로운 메시야를 스승으로 모시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안드레와 요한은 예수를 무작정 좇아갔다. 예수는 자신의 거처로 그들을 받아들였고, 이런저런 얘기를 같이 하며 하루를 지냈다. 6개월간 세례자 요한에게서 배운 여러 교훈보다 더 새롭고 권위 있는 여러 말들이 예수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단지 하루를 지냈을 뿐이지만, 안드레는 예수야말로 이스라엘의 구원자 메시야라고 확신했다. 요한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안드레는 이튿날 아침 일찍이, 메시야를 만났다는 말과 함께 형 시몬을 예수에게로 데려왔다. 예수는 그 즉시로 형에게 베드로(반석)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안드레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성격이 급하지만 묵직한 면이 있는 형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다음 날은 빌립과 나다나엘이 예수의 제자로 합류했다. 야고보도 뒤이어 동생 요한의 소개로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 모두 갈릴리 출신으로 세례자 요한을 따라다녔던 사람들이었다.
예수는 이들 6명의 새로운 제자들과 함께 베다니를 떠나 갈릴리 지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가나에서 예수의 친지 중에 결혼식이 있어서 다 같이 참석했다. 가나 출신인 나다나엘도 잘 아는 집안이었다.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예수와 제자들도 잔치의 분위기에 맞춰 흥겹게 놀았다. 어느 시점엔가 포도주가 떨어졌지만, 예수의 명으로 물이 변하여 된 포도주가 나오자 분위기는 더 고조되었다. 흥겨운 잔치날이었다.
이어 가버나움에 며칠 머물던 중 문제가 생겼다.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유월절을 맞으러 가겠다고 하는데, 고지식한 형 시몬이 한사코 벳세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닌가? 형의 얘기인즉, 세상에 무슨 메시야가 포도주나 즐기고 놀 수 있느냐,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잔치자리에나 계속 돌아다니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메시야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이제 헛된 꿈을 다 버리고 집에 돌아가서 고기나 잡자, 우리가 무슨 메시야의 제자가 되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요한의 형 야고보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안드레와 요한의 만류에도 형들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안드레는 예수에게 양해를 구하여, 다음번 갈릴리에 내려오면 꼭 벳세다 자기 집으로 모시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형들과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 그들은 외적으론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다들 관심은 예수의 행적에 대한 소문에 쏠려 있었다.
예루살렘에 올라간 예수가 성전을 청결케 한 일, 한밤중에 니고데모를 만난 일, 다시 세례자 요한이 있던 곳으로 가서 세례를 주고 가르친다는 이야기 등이 간간히 입소문으로 들려왔다. 안드레는 아직도 예수가 메시야임을 믿고 있었다. 거의 매일 저녁 형과 예수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형을 설득하려 했으나, 고지식한 형의 마음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이 더 흘렀다.
그러던 중, 예수 일행이 갈릴리로 들어왔다는 얘기가 들렸다. 가나에서는 왕의 신하의 아들을 보지도 않고 말로 고쳐주었다고 하고, 나사렛에서는 고향사람들에게서 배척을 당했다가, 지금은 가버나움에 정착하면서 가르친다는 소문이었다. 형 시몬도 예수가 기적을 베푼 일이 많아지자,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돌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 할지라도 자기는 예수를 따라다니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 날은 안드레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전날 밤엔 형과 함께 배를 띄워 야간작업에 나섰지만, 밤이 맞도록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이런 날은 생전 처음이었다. 요한 네도 보니 별볼일 없었다. 어느덧 아침이었다. 허탈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배를 대고 요한과 야고보, 형 시몬과 함께 그물을 씻고 있었다. 그 때 저쪽에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큰 무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앞에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스승 예수가 아닌가?
반가움으로 일어나 달려가 예수에게 인사했다. 요한도 달려왔다. 예수도 인사를 받고는, 엉거주춤 서 있는 시몬과 야고보를 향해 다가가면서 말했다. “배를 좀 띄워줄 수 있겠나?” 형 시몬의 배가 마침 옆에 있었으므로, 시몬과 안드레는 예수를 태우고 배를 육지 가까이에 띄웠다. 무리는 수천명이나 되어보였다.
예수는 뱃머리에 앉아, 무리를 향해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큰 무리들을 육지에 두고 예수의 낭낭한 목소리가 시작되었다. 안드레는 배가 물결에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스레 노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도, 두 귀는 예수의 가르침에 집중했다. 형 시몬도 머리를 숙인 채 열심히 듣고 있는 눈치였다.
꿈결 같은 시간이 그렇게 몇 시간 흘렀다. 예수의 가르침은 그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천국과 이에 대한 많은 비유를 이야기했다. 알 듯 모를 듯 헷갈리기도 했지만, 그의 말은 힘과 권위가 가득하여 하늘로부터 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조용히 숨죽여 듣는 무리들의 빛나는 눈빛만 봐도 그랬다. “그래, 이 분이야말로 우리가 그렇게도 찾던 메시야야. 이제부턴 형이 뭐라든 간에 무조건 스승을 따라가야지.” 그는 이렇게 스스로 다짐을 했다.
어느덧 예수의 말은 끝났다. 무리는 흩어지고, 예수가 시몬에게 말했다.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그동안 숙이고만 있던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형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것을 얼핏 보았다. 자기가 느꼈던 잔잔한 감동을 넘어, 형은 뭔가 더 뭉클한 것을 느꼈는가 보다. 이어서 형이 대답했다. “선생님, 우리 형제가 밤새 야간작업을 했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안드레는 형 시몬을 도와 깊은 데로 열심히 노를 저었다.
호수의 가장 깊은 곳에 이르러 그들은 그물을 내렸다. 아, 이럴수가! 밤새 한 마리도 구경 못한 고기떼들이 그물 속에 가득한 것이 아닌가? 고기가 너무 많아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멀직이 친구 요한의 배가 보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멀찌감치 따라와 보았던 것이리라. 안드레는 급히 요한과 형 야고보에게 도움의 손짓을 보냈다. 그 사이 시몬은 그물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네명이서 그물을 겨우 올려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안드레는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요한과 야고보도 눈이 화등잔만해져서, 잡은 고기를 보면서 놀랐다. 그 때 갑자기 형 시몬이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렸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던 형의 얼굴은 이제 하염없는 눈물로 가득한 것이 아닌가? “주님, 나에게서 떠나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 안드레도 숙연한 표정이 되어 예수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야고보와 요한도 예수 앞에 엎드렸다.
예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한 미소를 머금었다. 한 때 제자가 되겠다고 베다니에서 자신있게 예수를 좇았던 그들이, 그리고는 훌훌 세상을 향하여 예수를 떠났던 그들이, 이제는 예수 앞에 엎드려 자신들에게서 떠나 달라고 간구한다. 사실 안드레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그게 아니고, 우리는 모두 이제야 스승님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주님이십니다. 이제 다시 주님의 제자가 되어 주님을 따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윽고, 예수는 다시 빙그레 웃음지며 말했다. 예수의 웃음은 용서의 웃음이자, 꿈을 비젼으로 바꿔주는 웃음이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너희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모두의 입가에 잔잔한 감동의 웃음이 어렸다. 형 시몬의 머리가 다시 한번 숙여졌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평생토록 주님만 따르렵니다."
* * * * *
그렇게
고기 잡는 동업자인 그들은
이제 사람 낚는 동업자로
바뀌었습니다.
메시야에 대한 단순한 '꿈'은
인생의 주인인 예수를 만나면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위대한 '비전'으로
그렇게
승화되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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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갈릴리 자기 고향마을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마음속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특히 마지막 몇주 간에 벌어진 사건들은 그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도 되지 않을 뿐더러, 도대체가 꿈인지 현실인지 이제는 가물가물 하기까지 했다. 지난 3년간 죽자사자 따라 다녔던 예수의 십자가 처형, 그 참혹했던 죽음을 먼 발치에서 숨어서 바라보았다. 동료 유다가 예수를 배반했던 그날 밤, 처음에 그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감히 너희들이 우리 스승님을 잡아 가려고 해? 말고라는 사내에게 칼을 꺼내 내리쳤을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이후 스승 예수는 힘없이 잡혀가고.. 그를 뒤쫓아 대제사장의 뒷뜰에서 서성이다 결국 천추의 한을 남기고 말았던 것이 아닌가? 그날 새벽, 숯불 앞에서 한갖 계집종에게 걸려 스승인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인하지 않았던가? 세번째 부인할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저주의 욕설까지 해대지 않았던가? 닭울음 소리를 듣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오늘밤 닭 울기전에 네가 세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는 스승의 말이 천둥처럼 그의 뇌리를 때렸다. 구석진 어둔 곳에서 땅을 치며 얼마나 울었던가?
고향 땅 갈릴리로 돌아온지도 어느덧 보름이 지난 것 같았다. 이제 그는 새벽과 숯불과 닭 울음을 싫어하게 되었다. 누군가 그에게 똑같은 말을 세번 반복하면 벌컥 화를 내곤 했다. 이 모든 것이 그 날에 저질렀던 자신의 과오를 생각나게 했던 것이다.
스승 예수는 부활하셨다. 이미 두번이나 주님을 뵈었다. 두번째에는 그의 친구 도마가 예수의 손과 발과 옆구리를 확인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베드로는 그 때 한 쪽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웅크리고 있었다. 주님을 배반했던 그가 아닌가? 그것도 세번씩이나.. 주님은 잠깐 있다가 다시 사라지시기를 두 번.. 뭔가 매일 만났던 스승의 모습과는 다른 환상인 듯도 하고.. 아무튼 주님은 그와 별도로 대화도 않으셨고 이전의 친밀했던 주님은 아닌 듯 했다. 마음 한 구석은 뭔가 허전하고 쓸쓸했다. 그 주님께서 과연 나를 용서해 주실까?
매일매일 갈릴리에도 어김없이 새벽은 오고, 그 새벽에 베드로는 꿈에 닭울음 소리를 들으며 신음하며 잠을 깬다. 주여, 나를 용서하소서.. 회한의 날들이다. 어느날 오후, 나는 고기 잡으러 가노라. 베드로의 말에 친구들도 같이 따라 나섰다. 밤이 맞도록 열심히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를 잡지 못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도 같이..
어느새 어스므레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베드로는 초조했다. 그가 싫어하는 새벽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멀리서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그물을 오른쪽으로 던져 보라. 생각도 없이 그물을 다시 던졌다. 그물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양의 고기다..
그물을 올리면서 그는 깨달았다. 오, 주님이시구나! 이런 일이 그에게는 첫번째가 아니었다. 3년전 예수를 요단강에서 처음 만난 그 날이 문득 생각났다. 예수는 그에게 베드로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어 주셨다. 자랑스런 이름 베드로, 반석과 같이 굳건히 서라고 격려하셨지.. 그러나 며칠이 못가서 그는 예수를 버리고 갈릴리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그 예수님이 갈릴리에서 고기잡고 있던 그를 다시 찾았을 때 그는 몸둘바를 몰랐다. 그 날도 그가 잡은 고기의 양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때 고백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했다. 주님,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그 주님이 지금 다시 찾아 오신 것이다. 다시 실패한 베드로에게, 다시 배반한 베드로에게.. 그러나 그 주님이 반가왔다. 그 주님을 정말 기다려왔던 것이다. 요한이 먼저 외쳤다. 주님이시다! 베드로의 동작은 이보다 더 빨랐다. 배가 뭍에 대기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다짜고짜 바다로 뛰어들어 온 힘을 다해 헤엄치며 나아갔다.
눈물 나도록 기다렸던 그 분이 아닌가? 이젠 얘기해야지, 고백해야지. 주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소서.. 주께 다다랐을 때 그는 확신했다. 아, 이전의 주님이시다. 그의 배를 띄우고 설교하시던 3년 전의 그 주님, 그 분이시다.. 주님은 숯불에 무언가를 굽고 계셨다. 새벽의 숯불.. 베드로는 순간 긴장했다. 치욕의 순간이 기억난다. 그의 손과 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예수는 아는지 모르는지 제자들에게 구운 고기를 나누어 주셨고,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하신다. 베드로는 망설였다. 주께 내 잘못을 고백해야지. 예전의 베드로 같으면 이미 무릎을 꿇고 스승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울먹였을 테지만 이젠 자신이 없다. 스승께 용서를 구할 염치가 없다. 모두 주를 버릴 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 주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 얼마나 호언장담했던가? 시간이 흐른다.
예수가 먼저 베드로를 향해 질문을 하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아가페(Agape)적으로 사랑하느냐고 물으신다. 이전의 베드로 같으면, 내가 주를 아가페적으로 사랑하노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산산조각난 지금은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을 보면서 베드로는 아가페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주님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었다..
망설이다 베드로는 대답했다. 주님, 제가 주님을 필레오(Phileo)적으로 사랑하는 줄 아시나이다. 다시 말하면, 주님 저는 주님을 아가페적으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이미 제 실패를 주님이 보셨지요. 저는 오로지 친구간의 우정으로 사랑하는 필레오적인 사랑으로 밖에 할 수가 없나이다. 주님은 저를 아가페적으로 사랑하지만, 저는 주님을 아가페적으로 사랑할 수 없나이다. 저를 용서하소서..
예수는 두번째 똑같이 물으신다. 네가 나를 아가페적으로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당황했다. 똑 같은 질문을 주님이 하신 것이다. 또 망설인다. 내 의지를 담아 아가페적으로 사랑한다 말씀을 드릴까? 그러나 깨어지고 실패한 베드로의 마음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같은 대답을 드린다. 주님, 제가 주님을 필레오적으로 사랑하는 줄 아시나이다..
예수는 세번째로 또 물으신다. 그러면, 네가 나를 필레오적으로 사랑하느냐? 베드로는 세번째 주님의 바뀐 질문에 감격했다. 감동의 눈믈이 주르르 뺨을 타고 흘렀다. 오, 그렇습니다. 주님, 제가 주님을 필레오적으로 사랑하나이다. 주님을 정말 사랑하나이다. 감격에 찬 베드로의 눈물이었다..
그날 새벽 숯불 앞에서 세번 주님을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예수는 똑같은 방식대로 다시 다가오셨다. 그 갈릴리 해변가, 새벽의 숯불 앞에서 예수는 세번의 질문을 하신다. 주님이 베푸신 회복과 치유의 방식이다.
이제 주님은 실패한 베드로를 있는 그대로 껴안으신다. 베드로의 아프고 찢겨진 마음을 어루만지신다. 그의 처절하게 절망한 마음을 회복시키신다. 치료의 광선이다. 어두웠던 그 영혼에 빛이 들어온다. 회한의 눈물이 은혜와 감동의 눈물로 바뀐다. 그리곤 말씀하신다. 내 양을 먹이라..
베드로의 눈물은 실패의 눈물이 아니었다. 실의에서 딛고 일어나 부활하신 주님을 겸손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에게는 회개의 눈물이 있었고 주님이 주시는 심령의 터치가 있었다. 치유와 회복의 눈물이었다.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한번 설교에 삼천명을 회개케 하는 능력의 베드로. 그 이전에 먼저, 베드로에게는 깊은 회개와 주님과의 진정한 만남이 있었던 것이다.
제가 늦게야 들어와서 확인이 늦었군요
너무 귀한 글 감사합니다
제가 부끄럽네요^^
졸작을 너무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부분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더 많은 나눔을 기대할께요^^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