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17:16-34) 종교심이 믿음은 아니다.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 ... 우리가 그의 소생이라.”(17:28)
바울 일행은 철학의 발상지 그리스의 수도 아덴에서 선교활동을 벌였다. 지금껏 사도들은 어떤 핍박도 두려워하지 않고 부활하신 예수가 구주라고 담대히 선포했다. 성령은 충만하게 역사하였고 복음은 염병처럼 번져나갔다. 그러나 아덴에는 교회가 세워지지 않았고 겨우 몇 사람만 따랐기에(34절) 결과적으로 선교사역은 실패했다. 어폐가 있지만 성령의 충만한 역사로도 무너뜨릴 수 없었던 사탄의 견고한 성이었다. 성령의 능력이 약해서가 아니다. 인격적인 성령은 믿음을 결코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만큼 아덴 사람들의 심령이 참 하나님을 끝까지 거부할 정도로 완악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러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울이 예수님에 관한 진리를 직접적으로 전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구약에 예언되었던 메시아로 죄에 찌든 인간을 구원해주러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복음은 설교말미에 간접적으로만(31절) 전했다. 그렇다고 복음을 전하지 않아서 선교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구약성경도 메시아도 몰랐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교하기 전에 바울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제단을 보았다. 아덴 사람들은 “가장 새로운 사조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도 범사에 종교심”이 많았다. 그리스신화에서 보듯이 태양 바다 지진 우레 등 가공할 능력이 나타나는 대상에서 신들을 고안해 이름을 붙였다. 자연재앙은 그 신들이 노여움을 샀기에 일어나며 그 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신들마다 제사나 축제로 섬겨야 했다. 혹시 자기들이 알지 못해서 치성을 바치지 못하는 신들이 노할까 염려하여 ‘이름 없는 신’이라는 제단도 만들었다. 바울은 그들이 세상을 통치하는 유일한 창조주 하나님에 대해 전혀 무지했고 그래서 “성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격분하여” 복음을 전하기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들의 종교관에 대해서 ‘변론’을 했다.(16,17절)
종교심이 많은 것과 참 하나님을 믿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 차이를 바울이 어떻게 설명했는가? 참 하나님은 조각상으로 만들어져 사람이 만든 전에 세워지고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섬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인간이 바치는 치성이 적어서 환난을 주신다면 하나님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에 만민에게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분이라고 한다. 인간이 그분께 뭣을 바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해야” 한다.
바울은 그리스의 어떤 시인도 인간은 “하나님의 소생”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그런 진리를 이미 인정했다고 상기시켰다. 참 하나님에 대해선 멀리 있어서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더듬어서도 찾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틀림없이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사람 속에 있고 그래서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그 만드신 만물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롬1:19,20)고 변증했을 것이다. 그동안에는 너희가 하나님 그분에 대해 오해를 해서 여러 우상을 만들어 섬겼지만 이제는 하나님 그분이 이 땅에 직접 오셔서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으므로(31절) 모든 우상을 버리고 참 하나님께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청중들의 반응이 여전히 목석같아서 예수님이 오셔서 죄인을 죽기까지 사랑하셨다는 복음은 전하지도 못하고 공적인 설교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바울을 만난 몇 사람만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곳에서의 사역은 끝을 맺었다.
아테네 사람들이 바울의 초대에 끝까지 응하지 않은 까닭은 인간이 신들을 섬겨야지 어떻게 신이 인간을 섬기는지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여겼던 탓이다. 인간적 이성으로는 그것이 합리적이다. 지금도 제발 형통케 해달라고 최소한 액운만 끼이지 않게 해달라고 알지도 못하는 신들에게 열심히 빌면서도 막상 하나님에게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 않는가? 십자가 예수를 알지 못하면 하나님도 알지 못한다. 그럼 이 땅의 고난만 없애려고 계속해서 알지 못하는 신들에게 빌고 또 빌 것이다. 그런 종교심은 아무리 지극해도 심지어 의로운 삶을 살더라도 하나님과 아무 관계가 없기에 구원과도 아무 관계가 없다.
(9/1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