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대체할 제도는?

조회 수 695 추천 수 59 2009.10.25 05: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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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대체할 제도는?


미국 이민 와서 온갖 어려운 일을 하다 지금은 미국 치기공 Lab.에 근무하는 중년여인이 급히 몫 돈이 필요했다. 겨우 장만한 작은 콘도를 담보로 Equity Loan을 내려했지만 몇몇 은행으로부터 두세 달 전부터 그런 대출 자체를 전면중단했다는 통보를 들었다. 현재 시세로는 대출금도 카버 못하는 깡통주택으로 대부분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상적 대출로 콘도를 장만했고 또 열심히 일하여 성실하게 Mortgage를 갚아왔다. 거의 Pay-off할 정도로 Equity(유동성)가 충분한데도 일률적인 조치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미국 윌가에서 발단된 세계적 경제위기는 문제를 일으킨 자들에게 그 고통과 책임이 돌아가야 마땅한데도 사태의 진전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의 경우처럼 이 사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민들의 아우성만 점차 높아가고만 있다. 반면에 원래 여유 많았던 부자들은 바닥을 친 부동산과 증권을 사들이려 혈안이 되는 등 오히려 투자의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경기가 점차 호조로 돌아서고 있기에 각 나라마다 출구전략을 구사할 시점을 이리저리 따져 보고 있다는 등 장미 빛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불경기가 최소 2016년까지 갈 것이라는 등 부정적 예측도 만만찮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소시민으로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헷갈리기만 하다. 아니 아예 투자할 돈이 없으니까 사실은 춤 출 장단을 고를 필요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끼니를 연명할 걱정에 몰두하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불경기든 호경기든 재산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재미로 사는 부자에 비해 서민은 자꾸 더 벌어지고 있는 격차 때문에 시름만 늘어날 뿐이다.

건전하고도 상식적인 경제패턴이 지배했던 미국에서마저 불경기 전 몇 년 동안 너도 나도 돈 놓고 돈 먹으려는 부동산 광풍이 불어 닥쳤다. 불건전한 조치는 반드시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인지라 결국에는 금융권의 파탄으로 이어졌고 먹장구름이 일순간에 전 세계를 뒤덮고 말았다. 거기다 급속히 진행되는 지구온난화로 파생할 재앙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쳤다. 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전통적 직업의 종류와 일자리 수는 현격히 줄어 IVY 리그 출신마저 취업을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원인과 치료책을 모르는 질병도 늘어나는데다 전 세계의 교통망이 좁혀지자 순식간에 확산되는 위험에 빠졌다. 참으로 인류의 미래가 어떨지 감감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이런 문제들이 빠른 시일 내에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히 전체 사회경제구조의 결함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지난 역사를 통해 최선의 제도라고 믿어왔던 서구식 민주자본주의는 종말을 고했고 더 좋은 대체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데까지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의 전체구조를 변모시킨다는 우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에 대한 반대논쟁이 거센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럼 과연 서구식 자본주의를 대체할 경제 제도가 이번 위기를 통해 나타날 것인가? 현재 처한 상황에 맞추어 윤리적으로 선하면서 전체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킬 최적의 방안은 없는가? 하나님은 과연 어떤 체계로 경제를 움직여 나가길 원하시는지 신자 된 입장에서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돈 놓고 돈 먹으려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자업자득이며 또 그러도록 하나님이 허용하신 징벌이 아닌가? 그렇다면 하나님도 부자들만 갈수록 유리한 자본주의보다 더 좋은 계획을 갖고 계셔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도적질 하는 자는 다시 도적질 하지 말고 돌이켜 빈궁한 자에게 구제할 것이 있기 위하여 제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하라.”(엡4:28)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긴 해도 본문은 논리적으로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열심히 수고하여 번 돈으로 구제하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 권면을 누구에게 하고 있는가? 도적질 하는 자가 그 대상이다. 도적은 당장 끼니가 없거나, 자기만 더 호사스럽게 살려고 하는 짓인데 그런 자더러 구제하라는 권면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아닌가 말이다.

하나님이 실수할 리는 만무하다. 문자 그대로 도적이 회개하여 구제하는 자로 변한다면 그럴 수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런 현실적 가능성이 적은 경우보다는 오히려 도적이 바로 부자 내지는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부자가 된 까닭이 거의 도적질해서 번 돈이라는 것이다. 일반인도 그런 자들을 내심으로는 사실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만약 번 돈으로 빈궁한 자를 구제한다면 돈이 쌓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님이 인간에게 바라는 경제활동은 빈궁한 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당한 방식으로 선한 일을 하여 돈을 벌라는 것이다. 육신적 정신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구조적인 결함이 있어서 일을 못하는 자를 빼고는 누구나 성실하게 돈을 벌어 서로 도우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돈을 벌 능력을 주고 또 사업이 흥하게 인도해준 이유가 이웃구제인데 그 일을 등한히 하면 바로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 한 셈이 된다. 또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하지 않는 것 즉,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굴리는 것도 도적질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공동체 안에서 이식을 놓지 말라는 구약 율법의 정신이 신약의 권면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단적으로 말해 윌가의 똑똑한 자들이 다 도적놈이라는 것이다. 그럼 현재의 경제체제를 완전히 뒤엎어야 하는가? 정말 자본주의 대신에 새로운 경제체제를 모색해야 하는가? 아니다. 이 말씀 자체가 자본주의를, 정확히 말해 자유경제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모든 자가 열심히 자기에게 맞는 일을 해서 돈을 벌라고 하지 않는가? 정부에서 모든 재화를 관장하라는 단서는 전혀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자기가 번 돈 전부를 구제에 내놓을 자는 아무도 없다는 인간의 근본적 탐욕이 큰 암초다. 말하자면 이 말씀은 실천 가능성이 희박한 이상적인 금언으로 그치지 않는가 말이다. 이에 대한 대답 또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금주(10/19자) 타임지에 뱅글라데시의 금융인 Muhammad Yunus에 대한 기사가 났다. 매주 유명인들에게 독자들로부터 받은 열 가지 질문을 하여 답을 듣는 “10 Questions”라는 고정기사다. Yunus는 Microcredit이라 불리는 서민금융을 개발하여 자기 조국을 비롯해 여러 후진국들의 빈곤을 퇴치하는 데에 일조한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탔다. 한 마디로 기존의 제도금융권의 까다로운 융자조건으론 도무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적은 돈이라도 신용으로 빌려주는 제도를 고안한 것이다.

그는 1976년에 모교인 치타공 대학 근처의 이름 없는 시골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한 가난한 여인이 대나무 가구를 만들어 판 이익을 고스란히 고리대금업자에게 바치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자리에서 자기가 갖고 있던 미화 27불상당을 42명의 여인에게 빌려주었더니 고리대금이자를 갚고도 각자 2센트의 이익을 내게 되었다. 말하자면 그 여인들은 수중에 단돈 50센트조차 없어 빈곤의 고리를 끊을 길이 막연했던 것이다. 또 50센트가 생기자 당장 이자를 갚고도 2센트(4%)의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아주 적은 돈도 못 구해 계속 고난을 겪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부자들은 갖고 다니기 귀찮아서라도 그냥 버릴 동전 한 닢이 가난한 자에게는 엄청난 유익을 가져다 준 것이다. 이에 고무된 Yunus 는 그 해 정부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서민금융전문의 저리대출은행을 세웠고 은행 이름도 Village를 뜻하는 Grameen Bank로 지었다. 특이하게도 대출해줄 주 대상으로 경제활동에 뒤처지는 여자로 삼았는데 실제로 전체대출액의 94%가 될 정도였다. 또 주로 신용대출방식인지라 대출금상환을 보장받기 위하여 “Solidarity Group"이라는 제도를 채택했다. 개인보다 여러 명의 공동명의로 대출을 주어서 그들로 상호 경제활동을 돕고 또 대출이행을 독려 감시하게 한 것이다.

그가 고안한 금융제도는 수많은 서민들의 고통을 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은행 자체도 엄청난  성공을 불러와 여러 나라에 지점망을 확충했다. 또 빈국들 뿐 아니라 미국에서조차 유사한 은행들이 속속 등장했다. 세계적 불경기에 발목 잡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윌가는  전세계를 불경기에 허덕이게 했지만, 단돈 50센트가 없어 굶어 죽어가는 빈민들을 도우는 Grameen으로 인해 서민들은 주름살을 펴고 있다. 그 동안 윌가는 도적질하여 돈을 벌어서 또 다른 도적질에만 그 돈을 사용하도록 부추겼지만, Yunus 는 처음부터 “빈궁한 자에게 구제할 것이 있기 위하여 제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제도는 그의 고유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 전에 파키스탄 농촌개발대학의 Harmeed Khan 박사가 주창했고 Yunus도 그의 적극적인 추종자가 되었다. 그러나 Khan도 오리지널 제안자가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모든 일에서 상부상조하는  계(契)라는 제도가 이미 있었지 않는가? 그럼 한국인이 제일 먼저 개발한 제도인가? 그것도 아니다. 알고 보면 모든 민족들에게 이와 유사한 공동체 운영방식들이 있었다. 말하자면 서민금융은 누구라도 탐욕을 버리고서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안해 낼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럼 인간에게 그런 지성을 심어준 하나님이 최초의 발안자란 뜻이 된다.

또 옛날에는 다들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면 그 동안의 인류 역사가 진보를 이룬 부분이라곤 오직 인간의 탐욕과 물질문명뿐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을 배제하고 이 세상은 물질에서 시작해 더 나은 물질로 개선 발전한다고 믿는 진화론적 신념체계가 만든 산물이니까 너무나 당연하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자들이 포진해 있는 윌가에서, 다른 말로 가장 진화된 자들이 고안해낸 것이라곤 부자들에게만 돈을 눈덩이처럼 굴려주는 탐욕의 극대화 아니었는가? 그들에게 고아, 과부, 여인, 후진국들에게 돌릴 관심이라곤 아예 없었다.

그럼 과연 이것이 올바른 진화인가? 아니면 퇴화인가? 진화의 결과라면 적극 피해야 할 일이며, 퇴화된 결과라면 그 원인은 하나님을 멀리한 인간의 죄악 때문이 아닌가? 어떻게 따져 보아도 인류가 빈곤을 퇴치하여 다 같이 윤택해지려면 탐욕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길 뿐이다. 상부상조를 최고로 강조한 공산주의가 처참하게 실패한 이유는 하나님을 완전부인한데다 모든 인간이 탐욕을 지닌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치 않았기 때문이지 않는가? 칼 막스가 인간은 아주 선하게 진화하고 있기에 얼마든지 진정한 공산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장담한 이론은 아예 본전도 못 찾고 쓰레기통에 처박혔지 않는가?    

그런데 말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하나님은 신구약 성경에 일관되게 신자더러 구조적으로 가난한 자나 소외된 자를 돌보라고 명했다. 그럼 교회는 그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가? 윌가마저 기독교가 가장 흥왕 하는 미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지 않는가? Yunus도 기독교인이 아니라 회교도이지 않는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의 사회경제체제는 너무나 간단하다. 모든 자가 당신 대신에 이 땅을 거룩하고 아름답게 다스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또 그 일의 산출이 많은 자가 적거나 없는 자에게 나눠주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인간을 창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수정과 가감 없었던 그분의 뜻이다.

바꿔 말해 자기만 풍요롭게 살려는 탐욕만 제거하면 현재 인류가 당면한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심각한 문제도 자연히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선도할 책임이 신자와 교회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마저 현재의 불경기만 빨리 끝나게 해달라고, 심지어 모든 인류가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신자의 사업만은 잘 되게 해달라는 기도만 하고 있다. 인류의 가장 큰 죄악인 탐욕을 부추기는 중심에 교회가 서있지는 않는지 그저 두려울 따름이다.      

10/1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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