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2:1-5)목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

조회 수 1325 추천 수 98 2006.05.08 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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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 하나님의 증거를 전할 때에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아니하였나니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며 두려워하며 심히 떨었노라 내 말과 전도함이 지혜의 권하는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 하여 너의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고전2:3-5)



기독교 역사상 바울만큼 위대한 사도는 없을 것입니다. 유대교에 정통한 자이기에 오히려 복음의 비밀을 터득하여 신약 성경 13권을 통해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진술 했고, 3차의 전도 여행을 통해 곳곳에 교회를 세웠을 뿐 아니라 목회의 원리와 조직 체계까지 마련했습니다. 한 마디로 기독교의 내용과 형식의 기초를 그가 다 세운 셈입니다.

성경 기록을 통해 판단컨대 그는 불굴의 의지와 담력을 가진 자였습니다. 아마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도 소유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핍박과 환난이 닥쳐도 당황하거나 두려워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가 당한 고난은 감히 범인은 상상도 못할 정도였습니다.(고후11:23-27) 그럼에도 그가 불안에 떨거나 비겁하게 행동했다는 징후는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죽음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도 이런 고백을 남겼지 않습니까? “관제와 같이 벌써 내가 부음이 되고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웠도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딤후4:6-8) 그가 로마 감옥의 수감생활 말기에 쓴 빌립보서에서도 “기뻐하라”고 수차 강조했고, 신자는 소망이 있기에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라(롬5:3)고 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그는 “약하며 두려워하며 심히 떨었다”고 고백합니다. 도저히 그답지 않은 고백입니다. 그것도 고린도 교회에 거할 때, 즉 한창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어서 어떤 직접적인 환난이나 핍박을 겪고 있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특별히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는데도 아주 크게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대체 그의 두려움의 실체와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성경 해석의 가장 일차적인 원리는 앞뒤 문맥의 일관된 주제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사말과 편지를 쓰게 된 이유(고린도 교회의 분쟁에 관한 충고)를 밝힌 후에 1:18-2:16까지는 십자가의 도는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만 알게 되는 하나님의 구원이라는 것을 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환난과 외부적인 핍박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그의 두려움의 실체는 교회 내부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본문의 구조와 내용을 분석해 보면 더욱 확실해집니다. 먼저 자신은 십자가복음만 전하되 지혜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1,2절) 그러다 갑자기 염려하며 떨었다는 고백(3절)을 합니다. 그 후 자신이 그렇게 성령에만 의존하여 목회를 했던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염려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신의 결심에 관한 것 즉 복음 전파의 원칙에 관한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그런 결심이 혹시 흔들리거나 변질될까봐 크게 걱정했다는 것입니다.

복음이란 죄인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이기에 반드시 사람의 지혜 대신에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 외의 다른 것은 절대 설교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혹시라도 인간적 지혜가 드러날까 굉장히 신경을 쏟았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심히 떨었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사실 그도 자기 지혜로 전하고 싶은 유혹을 아주 강하게 느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 고린도 교회에선 그가 그런 시험에 들 만한 충분한 요인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고린도에 오기 전에 아덴에서 복음 전도에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었고, 유대인들의 조직적이고 끈질긴 방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고린도인들은 지혜를 구하는 철학적 사변과 교만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말만 하면 얼마든지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 그룹을 쉽게 형성할 수 있었기에 그런 유혹을 이겨내기가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편지를 쓰는 목적이 교회 내에 아볼로, 게바, 바울, 그리스도에 속한 자로 나뉘어 분쟁하는 것에 대한 충고입니다. 그래서 만약 자신의 지혜로 전했다면 바울파가 쉽게 형성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 분쟁의 책임도 자기에게 있지만, 자기는 그리스도만 그것도 성령에 의존하여 전했기에 너희들이 지금 네 파로 나뉘어 분쟁하는 것이 도대체 가당한 일이냐고 따지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바울 스스로 교회 안에 혹시 자기 때문에 파벌이 형성될까 심히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즉 목사가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온갖 지혜를 동원해 설득하면 쉽게 추종자는 생기지만 그 결과 필연적으로 파벌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또 그런 사태를 막으려면 목사는 하나님의 진리를 대언 내지 선포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목사가 가장 크게 아니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혹시 강대상에서 십자가 외에 다른 것을 전하는 것, 다른 말로 하면 교인 수를 한 명이라도 더 늘려보려고 세상적 수단을 동원해 보고 싶은 유혹입니다. 복음이 구원을 이루는 하나님의 능력일 뿐 아니라 전도 자체를 주관하는 이도 성령님이시며 인간의 말은 단지 그 복음과 능력이 전해지는 통로일 따름입니다. 구태여 교회 성장 세미나에 열심히 참여할 필요 없이 십자가만 전하면 교인을 늘려주는 것은 하나님의 몫일 따름입니다. 복음 자체가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바울은 다메섹도상에서 살아계신 예수님을 일대일로 직접 대면한 후에 성령을 받았고 담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떤 현실적 고난과 핍박에도 눈도 깜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속을 항상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교회와 성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두렵고 떨린다고 고백한 것은 “혹시 자기가 십자가 외에 다른 것을 전하게 될까?”였습니다. 성령의 사람이 성령의 인도하심을 못 받거나 따르지 않게 되면 어쩌나 싶어 염려했습니다. 성령의 사람은 성령 외에 두려워 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 날의 목회자가 염려하는 것과 얼마나 판이한 차이가 있습니까? 인터넷의 발달로 유명 목사의 설교를 이곳저곳에서 짜깁기해서 자기 것인 양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심지어 자구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자도 있습니다. 성령의 힘 아니 심지어 자신의 지혜도 아니라 기계의 힘을 빌려서 전합니다. 나아가 온갖 감언이설로 교회 안에 자기 추종자 그룹만  만들려 노력합니다. 스스로 교회 분쟁을 자초합니다. 교회의 양적인 성장을 위해선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목사는 교인이 자기 말을 너무 잘 따를 때에 가장 두렵고 떨려야 합니다. 자기가 진정으로 십자가 복음만 제대로 전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지혜로 열렬 추종자 그룹을 만들고 있지 않는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교회 안에 이미 열렬 반대파 그룹이 생겨 있어 분쟁이 일어날 폭풍 전야일 따름입니다. 전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신자들이 진정으로 목사보다 예수를 더 잘 따르고 있는지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자기의 지혜를 예수와 십자가라는 단어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전한 것일 뿐입니다.

5/8/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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