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얼마 전 저희 어머님께서 지금 사도신경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어디서 들으시고는 많이 혼란스러워 하십니다. 현재의 사도신경을 우리가 그대로 수용해도 되는 건가요?

 

[답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아멘.”

 

사도신경(the Apostles’ Creed)을 신학적으로 즉, 첫째 그 작성과 변천 과정의 역사를, 둘째 원문의 뜻을 세밀히 따지다보면 몇 가지 문제들이 노정되긴 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그렇게 세밀히 따지지 않으면 현재의 한글번역본 내용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시비가 있는 부분만 간략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첫째 천주교가 만든 것이라 개신교는 고백하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너무 무리하고 불합리한 요구입니다. 개신교의 뿌리는 분명히 천주교이고 개신교 개혁교리를 확정시킨 교부들도 천주교와 개신교가 나눠지기 전의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천주교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중지되어 교회가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구원을 교회가 독점하려고 교리를 왜곡시킨 이후입니다. 만약 초기기독교의 전통과 교리마저 부인하려들면 예컨대 어거스틴의 신학도 부인해야 하고 크리스마스 절기도 절대 지켜선 안 된다는 억지에 이릅니다.

 

사도신경은 2-3 세기 초대교회에서 행하던 세례의식 중에 믿음을 고백한 내용을 기본으로 4세기경에 처음으로 사도신경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발전하다가 5세기 들어서 현재의 신조 형태를 갖추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서방교회에서 10세기경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사도신경의 기본은 천주교의 교리가 성경이 말하는 바와 달라지기 전에 작성된 것이라 천주교적인 배경을 구태여 문제 삼을 이유는 없습니다.

 

둘째로 같은 맥락에서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를 마리아 숭배사상을 대변한다고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순히 주님이 성령으로 성육신했다고 진술하고 있기에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셋째,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를 두고 그가 예수를 살려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니 성경이 말하는 바와 다르므로 이 구절을 수정하거나 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빌라도가 그렇게 노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권한으로 얼마든지 예수를 방면해 줄 수 있는데도 나중에 황제에게 밉게 보일까 걱정하여서 즉, 순전히 자기 직분의 안위 때문에 예수를 십자가 처형에 내어주었습니다. 로마 군병들과 대제사장 하속들이 주님을 핍박한 것도 그렇게 허락한 최고직위의 그에게 그 책임이 돌아갑니다. 나아가 주님의 처형에 이방인도 큰 몫을 하였기에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진리를 입증합니다. 말하자면 현재 그대로 고백하는 것이 성경을 더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넷째, “거룩한 공회”에서 공회의 원문이 “Catholic Church”이기에 고백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catholic이라는 영어는 일반형용사로써 ‘전반적인’, ‘보편적인’(universal)이라는 의미입니다. 초대교부들이 이 신조를 작성했을 당시는 개신교와 천주교가 분리되기 전이라 신자들의 모임인 눈에 안 보이는 우주적 교회라는 의미로 작성된 것입니다. ‘가톨릭’(천주교)이라는 고유명사적 의미로 사용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습니다. 한글번역도 ‘공회’이지 ‘천주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오해를 막기 위해 최근 장로교통합교단에선 원래 의미를 살려 ‘공교회’라고 수정했습니다. 일반신자들은 이런 논란이 있기 전에 공회의 원어가 가톨릭인지 또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또한 현재 고백하는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뜻입니다.

 

다섯째,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의 영어 원문 “The Communion of Saints”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Saints가 자칫 천주교의 성자숭배 사상을 대변하고, 또 communion이 죽은 자와 교제가 가능한 것처럼 오해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신자를 Saints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롬1:7, 고전1:2, 고후1:1 등등) 그래서 말 그대로 교인들끼리 교통하고 교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통합교단에선 “성도의 교제”로 수정했습니다.

 

여섯째, 영어 원문에 있는 “He descended into hell”(그가 지옥으로 내려가시고)에 대한 논란입니다. 이는 벧전 3:19 “저가 또한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전파하시니라.”와 연결해서 신학적 시시비비가 많습니다. 영어판에 그 구절이 있는 것은 로마교회의 최종판에 그 구절이 있어서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초기 기독교에는 없었던 것을 로마교회가 후대에 추가한 것으로 봅니다.

 

경위가 어찌 되었던 현재 한국교회에서 고백하는 사도신경에는 이런 복잡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그 구절을 없앴으므로 새삼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설령 영어 신경에 그런 구절이 있다고 해도 그 근거가 되는 벧전3:19의 의미가 십자가 죽음 후에 예수님의 영이 지옥에까지 내려갔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 승천 자체가 지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고 또 십자가로 구원을 완성시켰다는 사실을 선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의 한글 사도신경의 내용은 개신교의 중요교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상기에서 설명 드린 대로 천주교를 무조건 배격하려는 무리한 해석을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내용 자체가 기독교 정통주의와 상충되는 부분이 없기에 순전한 믿음으로 이해하여서 그대로 고백하면 됩니다. 어머님이 출석하는 교회가 계속 고백하고 있다면 담임목사님의 생각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교단에 따라서 주일예배 중에 고백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가 진술하는 내용이 틀려서가 아닙니다. 첫째 성경이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 바가 아니라는 이유로, 둘째 예배 중에 모두에게 고백시키면 그런 믿음을 온전히 갖고 있지 않는 자마저 주문처럼 형식적으로 외울 수 있음을 염려한 까닭일 뿐입니다.

 

7/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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