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엄청난 패배로 끝난 미국 대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그 격변의 여진은 계속 미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힐러리가 전체 득표수에서 앞서는 바람에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격심한 오레곤 주는 폭동(riot)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판국입니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 글을 쓰지 않기로 한 제 나름의 원칙을 정말 마지막이 되길 소원하는 심정으로 한 번만 더 깨겠습니다. 작금의 한국 사태에 이어 미국 대선에 대해 끝내 침묵할 수 없었던 까닭이 하나 있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된 원인에 대해 대략적인 분석이 끝나서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에 숟가락 하나 더 얻으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미처 주지하지 못한 영적 흐름에 대해 신자들 모두 경각심을 갖자는 의도입니다.

 

모든 원인들을 하나로 압축하자면 “돈이 승리한 선거”입니다. 힐러리가 선거 자금에서 월등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거나, 트럼프가 자기 가진 많은 돈을 풀겠다는 이야기에 속았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돈에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 선거였다는 뜻입니다.

 

또 다시 오해는 마십시오. 트럼프가 이긴 첫째 원인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공약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분명 최고의 이유이긴 하지만, 당선되었다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민주 공화 양당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참여자들이 “돈을 주인으로 모시는 자들의 선거”였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소득수준, 인종, 지성레벨, 남녀성별, 연령대, 지역대 등의 구별 없이 거의 모두가 그랬습니다.

 

그 단적인 예를 딱 하나만 들겠습니다. 거의 졌다고 여겨졌던 트럼프가 기사회생한 것은 선거막판 FBI의 힐러리 이메일 사건 재조사였습니다. 그런데 투표일 이틀 전에는 또 무혐의라고 공식발표했습니다. 이틀 전이라 대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인 사정은 이민 온 일개 소시민인 저로선 도저히 모르지만 어쨌든 FBI 국장의 절묘한 정치적 줄타기라고 보입니다. 새로운 이메일이 많이 발견되어 시스템대로 움직이는 미국으로선 수사할 수밖에 없지만 조사시작과 결과발표 타이밍을 너무나 적절하게 잡았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는 책임자도 도무지 이번 선거는 예측이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는 아무래도 현 정부 쪽 즉, 민주당으로 팔이 굽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트럼프가 당선되는 경우에 막판조사가 없었다면 힐러리의 면죄부를 너무 일찍 주었기에 최고의 역적이 됩니다. 당연히 FBI 국장이면 정권이 바뀌면 물갈이 대상이 되지만 자칫 수사를 잘못했다고 자신부터 조사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힐러리가 되면 두 번 조사 모두 무혐의 처분을 했으니 최고의 충신이 되고 연임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이 사람이 가난해서 돈 때문에 그렇게 했을 리는 없습니다. “돈이 주인”이라는 것은 “세상이 주인”이라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이 땅이 전부인 줄 알고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자라는 것입니다. 지금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그러하고 이번 선거도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흘러갔을 뿐입니다. 세속의 정치를 움직이는 원리는 모든 세대 모든 나라에서 돈이었고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며 앞으로 있을 미국 선거 모두가 그러할 것입니다.

 

그런 흐름에는 심지어 자칭 기독교인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층도 포함됩니다. 그들은 재물은 안 밝혔어도, 또 힐러리를 제외한 그 지지자들이 권력을 크게 추구하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나름의 명분 즉, 인간적 명예는 끝까지 붙들려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차별하는 트럼프 같은 속물은 도무지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금 곳곳에서 데모를 벌이는 것입니다. 분명 타당한 명분이긴 하지만 그 깊은 속내는 이 땅에서 유토피아를 인간의 힘으로 이룩하겠다는 신념 즉, 그들에게도 세상(돈)이 주인이라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들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를 대거 지지해서 기독교가 승리한 선거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저만 유독 기독교가 대패했다고 말한 첫째이자 간단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목회자들이 교인들을 돈을 주인으로 삼은 데서 완전히 하나님만 주인으로 삼는 자로 바꾸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는 모든 세대의 모든 교회에 쭉정이와 알곡이 혼재하기 마련이므로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추세가 더욱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독교가 대패했다는 더 중요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습니다.

 

오늘 아침 CNN 방송의 정치 분석대담프로에서 귀가 번쩍 뚫리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뉴스앵커가 대선 풍향계라는 오하이오 주의 한 백인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이유로 두 가지를 말했다는 사실에 모든 미국 국민이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돈만 밝히는 무식한 저소득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나를 절대 속물로 보지 말라. 지금 미국은 일할 직장(job)이 사라지고 우리 자식들에겐 더욱 그럴 판인데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제일 시급한 이런 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첫째 이유가 그것인데 민주당 쪽은 마치 우리를 인종차별자로 몰아가는데 그것이 더 역겨워서 트럼프에 표를 찍었다.”

 

우선 주목할 점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 그를 좋아서 찍은 것이라기보다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동일한 현실을 두고 다르게 이해한 것입니다.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물론 도덕적 우월주의가 결정적으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공화당 지지자들이 도덕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민주당이 도덕적 우월주의를 내세워 오히려 반대진영을 역차별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선거일을 앞둔 마지막 주에 때마침 미국 기독교계의 두 거두(?)가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기독교인들의 빗발 같은 질문에 서로 반대되는 답변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지상에 그 분석기사까지 게재된 그레이스커뮤니티 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와 풀러 신학교의 김세윤 교수 두 분의 의견입니다. 간략하게 한 마디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맥아더 목사는 후보 개인보다 당의 정책을 보고 어느 쪽이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지 판단하라고 하면서 결국 세상 나라는 금방 없어지므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하나님의 영원하고 절대적인 주권 아래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반대로 김 교수는 후보 개인의 인품을 보고 어느 쪽이 사탄에게서 거리가 먼지 판단하라고 하면서 동성애와 낙태가 분명히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긴 하지만 그것만 외골수로 내세우고 반대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둘 다 옳은 말씀입니다. 문제는 많은 교인들이 존경하는 세계적인 성경전문가 두 분이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교인들은 하나님의 뜻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더더욱 헷갈릴 판입니다. 그 답은 간단합니다. 두 의견에 틀린 것 하나 없지만 둘 다 반쪽만 말한 것입니다. 둘 다를 합해야 하나의 완전한 진리 즉, 하나님의 뜻이 됩니다.

 

후보 본인보다 당의 정책을 보라는 맥아더 목사의 뜻은 무엇입니까? 하나님 뜻에 반하는 정책인지 따져서 아니라면 표를 찍지 말라는 것입니다. 동성애와 낙태는 하나님 앞에 죄임을 분명히 하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후보 본인의 인물됨을 보며 특별히 성경진리만 도그마로 앞세우지 말라는 김교수의 뜻은 무엇입니까? 모두가 죄인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과 맥이 닿습니다.

 

결국 이 두 분은 십자가 복음의 한 쪽 면만 강조한 셈이 됩니다. 한 쪽은 죄를 정죄해야 한다고, 다른 쪽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수님 십자가의 의미는 당신께서 죽기까지 죄는 저주하지만 죄인은 당신께서 죽기까지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십자가에서 완벽하게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선 이 둘은 절대 조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범죄자는 반드시 벌을 주어야 합니다. 사랑으로만 용서하면 사회질서는 무너집니다. 어차피 현실정치와 성경진리는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과 분리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룩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신자를 세상에서 불러낸 것입니다. 기독교 신자들은 세상 안에 살되 (within the world) 세상에 속하지 않는(of the world) 특이한 신분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기독교의 최고 지도자들이 복음의 두 특성 중에 하나만 강조함으로써 완전한 복음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의 압도적 지지로 트럼프가 승리한 이번 대선에서 “기독교인들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기독교는 패배”한 것입니다. 복음은 세상과 상충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선거로 기독교가 승리했다든지, 기독교인들이 승리했다든지, 하나님의 뜻이 이뤄졌다든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은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하나님이 보시며 웃을, 아니 진노할 노릇입니다.

 

제가 볼 때는 기독교가 대패한 선거입니다. 겉으로는 공화 민주 할 것 없이 돈 즉, 이 땅의 형통만이 주인이 된 사람들과 인본주의 도덕주의로 무장한 지성인 종교인들과 매스컴까지 가세한 한 편의 막장 드라마였을 뿐입니다. 더 깊은 내면을 따지면 교회에서 십자가 복음의 진리성, 유일성, 절대성, 영원성이 제대로 증거 실현되지 못한 탓입니다. 예수님의 구원 진리가 퇴색 실종되니까 기독교교인들까지 하나님만을 온전히 주인으로 모시지 못하고 여전히 돈을 주인으로 모시는 자리에 머무르게 만든 것입니다.

 

제가 강조하려는 요점은 딱 하나뿐입니다. 인간 세상의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예수 십자가 복음뿐이라는 것입니다. 단 한 명의 신자라도 하나님 진리를 실현하여 자기 주변을 주님의 빛과 생명으로 깨끗케 바꿔야 합니다. 특별히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이 진리를 놓치고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이번보다 더 추악한 막장드라마의 대선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외적으로 세계 일 이등의 기독교국가임에도, 반복해서 펼쳐질 것입니다.

 

11/11/2016

 

P. S.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쪽을 바라보는 반대쪽에선 역으로 차별 당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실제로 동성애와 낙태가 죄라고 가르치면 종교의 자유가 있음에도 법적제재를 받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양쪽 다 즉, 모든 인간은 한 명의 예외 없이 하나님 앞에 죄인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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