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과 심술이 너무 심한 하나님

조회 수 138 추천 수 0 2016.05.04 11:58:48

 

 

멤피스는 조용한 곳에서 적은 교회를 섬기며 글을 쓰고자 했던 저의 오랜 소원을 이루기에 아주 적절한 곳입니다. 다른 모든 부분은 흡족합니다만 아직도 적응이 힘든 것은 날씨입니다. 제가 날씨 좋기로는 미국, 아니 세계에서 알아주는 엘에이에서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곳에서 생긴 새 습관은 눈만 뜨면 스마트폰 첫 화면의 오늘의 날씨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엘에이에선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일 년 내내 온화 화창한 날씨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이곳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변화무쌍합니다. 비가 자주 내리고 엘에이보다 훨씬 춥습니다. 특별히 엘에이선 일 년 중에 거의 한 번도 겪지 않는 천둥 번개까지, 그것도 마른하늘에 자주 칩니다.

 

그런데 지금껏 약 두 달 정도 날씨를 체크하는 새 습관에 젖다보니 나름의 장점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온도 차이에 아주 민감해졌습니다. 이제야 화씨온도의 수치가 섭씨온도보다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미리미리 날씨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외출하기 전에 우산과 외투 등을 챙겨서 궂은 날씨도 서서히 감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스산하고 춥고 청승맞게 비까지 내리는 날씨가 끝나고 맑은 하늘에 쨍쨍한 햇볕이 비취면 가슴이 뻥 뚫리며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말입니다. 엘에이에선 항상 기분 좋은 날씨라 마냥 예사로 여겼었는데 이젠 날씨를 포함해 말 그대로 모든 일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람이 고난을 겪어봐야 정신을 차리고 성장하며 일상적 삶에 대한 고마움이 생긴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의 앞날도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예측을 불허하지 않습니까? 아주 변화무쌍한데다 때로는 하나님이 변덕과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일부러 더 힘든 일에 빠트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럼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합니까? 거의 모든 신자가 이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하나님이 좋은 일이 생기게 해주겠지,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내 믿음이 자라있겠지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이 생각도 아주 선하며 신앙적으로도 올바른 인식입니다. 이런 정도도 생각 못하는 신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 근본적인 하자가 하나 있습니다. 고난은 무조건 나쁜 것이며, 고난이 끝나야만 좋은 것이라는 의미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고난이 나쁘다면 그것을 주시거나 허락하신 하나님도 나쁘다는 뜻이 됩니다. 또 범사(凡事)란 길사(吉事)뿐 아니라 흉사(凶事)도 포함됩니다. 그럼 범사에 감사하라는 하나님 말씀은 자가당착적 오류를 내포하게 됩니다. 좀 더 성숙된 신앙은 고난이 끝나서가 아니라 고난 중에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도 고난을 잘 대처해 이겨나가며 또 자라가는 중이어야 합니다.

 

나아가 고난 자체마저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고난은 누구에게나 불편하고 짜증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고난의 배후에 있는 하나님께만은 감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은 곧 오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최악의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오묘하고도 완벽한 역사가, 우린 도무지 예측도 못하지만, 곧 실현될 것이라는 예상 기대 소망 설렘으로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그 때까지 계속해서 기도와 말씀으로 그분과 씨름하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아니 정말로 순전한 믿음으로 그렇게 했다면 그런 설렘이 반드시 생길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하나님은 신자 인생의 앞날을 도무지 예측 불가하게 만들고 고난에만 변화무쌍한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은 신자에게 복 주시는 일에 더 예측불가하고 변화무쌍한 분입니다. 어떤 고난 중에도 그분의 은혜와 권능이 신자의 기쁨과 자유와 평강과, 최소한 성장이 신자는 전혀 꿈도 꾸지 못하는 모습으로 불시에 임합니다. 이 놀라운 사실을 잘 알기에 그런 복을 놓치지 않고 잘 붙들 수 있어야만 하나님과의 더 깊은 교제와 동행에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4/1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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