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전능하시고 거룩하신 설계자시지만 창조이후 인간사에 대하여 어떤 간섭도 도움도 주지 않는 방관자적 입장에 서 있으며 최후의 심판에만 관여한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를 두고 사람들은 저에게 이신론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이런 틀을 깨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기도하는 것도 너무 어렵습니다. 전지전능한 창조주 하나님께 감히 미물에 불과한 내가 기도를 한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가? 아마도 무신론자들이 기독교인을 공격하는데 자주 쓰는 방법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이 엉망진창으로 치닫고 힘없고 약하고 착한 사람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보고도 묵과하는 하나님이라면 아마도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존재하더라고 단지 조물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답변]

 

원론적 접근

 

인류 역사 이래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다 고뇌 갈등한 주제입니다. 이처럼 복잡해 보이는 문제일수록 원론적으로 쉽게 접근해야 합니다. 간단히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신앙에 관한 의심이나 질문도 역으로 검산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좋은 분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고난을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해주시는 하나님이라면 믿음만 좋으면 만사형통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럼 모든 이가 그렇게 믿으려 노력하거나 혹은 일부러 믿는 척 할 것입니다. 인생의 길사(吉事)를 주도하는 주체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아니라 인간 쪽의 믿음이 됩니다. 믿음 자체는 선하고 거기다 신자가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해도 믿음이 하나님을 대신하는 형국까지 됩니다.

 

만약에 믿음에 따라 선을 주려면 믿음이 없거나 죄를 짓는 이에게도 케이스별로 일일이 벌을 주어야 즉, 흉사(凶事)가 일어나게 해야만 공평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하나님이 두려워서라도 모두가 믿거나 믿는 척 할 것입니다. 결국 동전을 넣으면 원하는 것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자판기같이 기계적인 하나님이 됩니다. 흉악한 죄인에게 긍휼을 베풀고 최소한 정상을 참작해주는 인격적인 측면이 전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가 아니라 단순히 물리적 법칙일 뿐입니다.

 

둘째로 세상의 어떤 재앙과 환난도 하나님이 적극 계획하여 시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극히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사실상 그 전부가 인간의 죄와 잘못과 실수 때문입니다. 예컨대 말도 안 되는 한국의 세월호 비극도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자기 맡은 바 마땅히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입니다.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였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와 잘못을 미리 막아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인간의 죄를 일일이 미리 다 막아주면 이 또한 인간은 로봇이요 하나님은 기계가 됩니다.

 

그럼 막아주지 않음으로써 어린 학생들과 그 부모님만 억울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관해선 이사야 선지자가 답해줍니다. “의인이 죽을찌라도 마음에 두는 자가 없고 자비한 자들이 취하여 감을 입을찌라도 그 의인은 화액 전에 취하여 감을 입은 것인 줄로 깨닫는 자가 없도다 그는 평안에 들어갔나니 무릇 정로로 행하는 자는 자기들의 침상에서 편히 쉬느니라.”(사57:1,2)

 

인간의 눈에는 재앙일지라도 하나님의 입장에선 더 큰 화액을 입기 전에 평안한 곳으로 미리 데려갔다고 합니다. 여긴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인데 단지 그 시기만 다를 뿐이라는 것입니다. 죽은 것이 억울한 것보다 그 전에 얼마나 보람차게 살았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라는 것입니다. 빨리 죽는 것보다 아무 보람 없이 죽는 것이 더 억울하게 여기라는 뜻입니다.

 

설령 아주 일찍, 심지어 어린 유아가 죽었어도 하나님이 구원을 주기로 택했고 그 은혜에 보답하여 정로로 행하는 자였다면 자기 침상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참 자녀라면 이 땅과 비교 안 되는 곳에서 편히 쉬고 있으니 억울할 것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화액 전에 데려갔으니 죄로 타락한 인간세상은 하나님 그분의 뜻과 무관하게 온갖 고난과 재앙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런 세상에서 평안의 하늘로 먼저 데려가는 것이 오히려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성경에 이 주제만 다룬 책이 있는데 하박국 선지서입니다. 선지자는 악인은 떵떵거리며 형통하는 반면에 의인은 억울하게 고난 받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나님께 따졌습니다. 그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이 구체적 명시적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지만 하박국이 “의인은 그 믿음으로 살리라.”(합2:4)는 고백을 함으로써 그 답을 얻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박국 선지서 전체가 말하는 의미는 하나님이 궁극적으로 반드시 악인을 심판하고 죄악을 제거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는 의인이 고난을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탈을 당해서 무화과나무에 소출이 없고 또 다른 약탈 침공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을 알고 가슴이 떨리고 두렵지만 하나님의 궁극적 심판을 믿고 견딘다는 것입니다.

 

악인은 겉으로는 아무리 형통해 보여도 자기 죄로 그 영혼이 괴롭고, 평생 동안 항상 형통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현세에서도 벌을 받을 것이며, 끝까지 현실적 고난 없이 살았다 해도 하나님의 영원한 심판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악인은 악 가운데서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걸어갈 뿐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의인은 겉으로 아무리 궁핍해도 하나님의 의로움 안에서 영혼이 평안하며, 현실에서도 수시로 혹은 언젠가는 복을 받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이 땅에서 어려움만 있다가 죽어도 하나님의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의인은 이런 진리를 믿기에 세상의 어떤 고난과 재앙도 견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지자가 의인은 믿음으로 살 수 있다고 했으니 이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 적용하느냐 여부로 믿음의 소지 여부도 판별된다는 뜻이 됩니다. 질문자님도 지적했듯이 이신론자나 불신자들은 세상의 이해 안 되는 재앙과 개인적 고난을 방치하는 하나님이니까 못 믿겠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상기에 간단하게 설명한 원리들을 수용하고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뜻을 찾아 자기 삶에 적용하면 신자인 것입니다.

 

세상 악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가장 중요한 원리가 있습니다. 정말로 악인은 그냥 방치해 둔다는 것입니다. 악인을 방치하니까 세상의 악도 그냥 방치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저희의 마음의 정욕대로 더러움에 내어 버려 두사 저희 몸을 서로 욕되게 하셨으니”(롬1:24) “또한 저희가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 버려 두사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롬1:28)

 

악인은 마음의 더러움으로 스스로 몸을 욕되게 되고, 또 마음이 상실하여 저절로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되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세상에 불의, 추악, 시기, 살인, 분쟁, 사기 등이 성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롬1:29) 한 마디로 성경은 세상의 죄악과 고난의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하나님은 그 죄악을 일일이 심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수님도 당신을 믿지 않는 것 자체가 죄이자(요16:9), 이미 심판 받은 것(요3:18)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럼 하나님이 세상에서 하시는 일은 과연 무엇입니까? 인류 역사를 당신의 뜻과 계획대로 이끌어 가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관심은 특별히 당신을 자기 마음에 두기를 좋아하는 의인 즉, 신자들에게만 두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계획을 신자들을 통해서만 이루시기 때문입니다.

 

죄에 찌든 인간 사회에는 시대와 장소의 구분 없이 온갖 악과 고난이 만연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자기들 죄와 잘못으로 생긴 세상 모순과 불의를 하나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야말로 하나님께 심판 받을 죄이며 그 원인은 하나님을 그 마음에 두기를 싫어한 까닭입니다.

 

개인적 접근

 

고난과 재앙에 관해 성경이 말하는 중요 원리들을 아주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원리일 것입니다. 문제는 머리로는 그런대로 납득이 되어도 막상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이해 안 되는 극심한 고난을 겪으면, 예컨대 젊은 부부의 첫 아이가 불구자 내지 불치병자로 태어난다든지 나자 얼마 안 되어 원인 모를 병으로 죽으면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원망만 생깁니다. 그나마 있던 믿음마저 없어질 판입니다.

 

그런 판국에 상기에 설명된 원리를 그분들에게 다시 교육 상기 시키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밖에 안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질문하신 가운데 정답이 있습니다. “전지전능한 창조주 하나님께 감히 미물에 불과한 내가 기도를 한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가?”라고 하셨습니다. 이 문제도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신앙적 검산을 해봅시다.

 

그럼 기도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더더욱, 아니 아예 의미가 없어집니다. 제기하신 질문에 대해 성경적 원리를 삶에서 실제로 점검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체험적 정답과는 평생을 가도 멀어질 뿐입니다. 무엇보다 기도란 인간이 미물에 불과하니까 전지전능한 창조주 하나님께 드리는 간구 아닙니까? 기도하지 않으면 그분의 뜻, 특별히 고난과 재앙 가운데도 의롭게 역사하는 계획을 전혀 모를 것 아닙니까? 그럴수록 더더욱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빤하지만 정답입니다.

 

기도를 한다고 고난이 당장 없어지거나 오히려 복으로 바꿔준다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첫 아이를 잃은 것은 젊은 부부에겐 이미 엎질러진 물이며 또 그 아이 이상의 더 좋은 현실적 복은 사실상 없습니다. 기도를 하면 각각의 신자에게 개별적이고도 고유한 은혜와 최소한 깨우침이 고난과 재앙 중에도 넘치도록 임합니다. 그리고 삶의 다른 부분, 전혀 외면하고 몰랐던 측면에서도 넘치는 은혜를 주십니다.

 

요컨대 하나님이 베푸시는 기도의 응답은 신자 각자마다 다 다릅니다. 다 다르니 성경적 원리로 배울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과 씨름하며 영적 고뇌와 갈등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축복입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기도해야 하며 그 응답으로 얻는 은혜는 이미 고난을 받았거나 고난 중에 얻는 것이라 세상은 도저히 줄 수 없는 하늘의 기쁨일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님께서 이미 잘못인줄 알면서도 자꾸만 이신론자들 같은 생각이 든다고 실토했습니다. 이신론자들은 인간적 논리로만 따져서 성경의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논리가 아닌 기도로 산 체험을 쌓아야만 그런 잘못된 생각을 없앨 수 있는 것입니다. 짐작컨대 질문자님은 사실은 무엇이 잘못이고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면서 질문하신 것 같습니다.

 

상기에 기술된 고난에 관한 성경원리보다, 실은 이외에도 말씀드릴 것은 너무 많지만,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을 하든지 기도부터 하십시오. 아주 사소한 것, 이런 것도 기도해나 되나 싶은 것부터 더 기도하십시오. 기도 응답의 체험이 쌓여야만 하나님 그분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습니다. 또 그런 신뢰가 생겨야만 세상 고난과 재앙에 관한 관점도 서서히 바뀝니다. 가능한 고난에 대한 관점을 바꿔달라는 기도도 병행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기도한다고 “뿅!” 하고 영적각성이 곧바로 초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 말씀을 읽고 교리도 배우면서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측면을 그 말씀과 대조해 관찰, 묵상, 탐구, 적용하셔야 합니다. 범사에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무엇인지 기도하면서 그분과 영적인 씨름을 계속하십시오. 범사를 그분 중심으로 바라보십시오. 질문자 스스로 하나님과 실제적 교제와 동행을 하지 않고는 저의 어떤 답변도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4/2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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