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맞아 교회에서 전교인이 일박 이일로 수련회를 갔었다. 이런 저런 행사를 하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행사가 있었다. 나이별 성별로 따로 모여 커다란 도화지에다가 각자가 원하는 교회를 그림으로 그리고 또 글로도 표현하는 행사였다. 십대. 이십대. 삼십대... 여자, 남자 그렇게 구분되어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구상하는 교회를 꿈을 꾸 듯 그려가기 시작했다.
어느분은 친교실을 커다랗게 그리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성가대석에 성가대원만 200명을 그려넣으라고 하고... 교회는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 바글 거리는 그림, 해도 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각자의 교회의 꿈은 다양했다.
팀별로 나가서 발표하는 시간이였다. 10대 아이들은 귀엽게도 자신들이 지구를 떠 받들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충분히 세상을 등에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의 각오가 한눈에 보였다. 어떤 팀은 오솔길을 예쁘게 그려놓고 그 끝에는 십자가를 세워 두었다. 그게 바로 교회라고 한다. 정말 감동이였다. 여러 어려운 시련도, 눈물도 다 재료가 되어 우리는 십자가를 통과하여 하나님 품 속에 쏘옥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또 다른 팀, 평범한 교회의 그림에 사람들이 꾸역 꾸역 모여드는 그림이였다. 그 옆에 깨알처럼 많은 글씨들이 보였다. 그 중 당구장 표시, 별표까지 아주 중요한 듯 최상단에 커다랗게 써있는 글이 눈에 띄였다. 설명인 즉 담임목사님과 사모님이 절대로 변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너무도 중요하기에 별표 당구표 다 동원하였다고 설명한다. 그 다음 글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십자가로 죽고 십자가로 다시 살자라는 대목이 있건만 그 부분은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치 목사님이 잘 하시면 성도들이야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냐는 듯 발표를 하는 것이였다.
마지막으로 목사님의 그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 여러분, 세상에는 완벽한 교회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혹시 완벽한 교회가 있더라도 저나 여러분이 소속되는 그 순간 엉망이 되고 맙니다." 듣는 순간 손으로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늘 나는 잘 하고 있다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상대에게 잘하라고 윽박지를 때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그런 부분엔 아마 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내가 소속되는 순간 교회는 엉망이 된다라는 그 사실을 늘 잊지 말고 상대가 아닌 내가 잘해야한다라는 의식으로 살아야겠다고 맘 깊이 다짐 해 보지만 언제 내 다짐으로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있던가? 늘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넘어져서 코도 깨지고 머리도 깨져 얼굴조차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다음에야 내 잘못을 그것도 아주 죄금 알게되는 나인 것을... 정말 가난한 맘으로 기도하는 것 밖엔 없음을 다시한번 절감하는 시간이였다.
또 기억이 나는 게임이 있다. 국내 유명한 목사님 이름 대기 게임이였다. 상대편 첫번째 선수가 담임목사님 이름을 댔다. 모두들 아부성이라고 야유를 하는 바람에 게임이 무효가 되었다. 내 차례가 되면 부를 이름이 있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자리에 돌아 와 앉자 나 보다 더 아쉬워하는 집사님들을 보았다. 우리 홈피교회 성도인 한나집사님과 예빈맘 집사님이 우리도 함께 외칠려고 했는데 "박 신 목사님" 이라고 하면서 상대편 첫번째 선수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몰매 맞을 뻔한 상대편 첫번째 선수는 다름아닌 바로 나의 남편이였다. 혹여 나도 이 곳에서 우리 한나 집사님 그리고 예빈맘 집사님과 함께 몰매맞을 준비를 해야하나?? ㅎㅎㅎ
와하하하! 담임목사님이 정답을 말하셨네요. 저도 그 중에 한명이겠지요.